채탄 업무를 그만둔 지 10여년 만에 탄광 근로자에게 레이노 증후군이 발병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레이노 증후군은 한랭이나 심리적 변화에 의해 손가락이나 발가락 혈관의 연축(순간적인 자극으로 혈관이 오그라들었다가 다시 제 모습으로 이완되는 것)이 촉발되고 허혈 발작으로 피부 색조가 창백, 청색증, 발적의 변화를 보이면서 통증, 손발 저림 등의 감각 변화가 동반되는 병이다.
사실관계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약 10년간 탄광에서 채탄 업무를 한 A씨는 양측 손 레이노 증후군 진단을 받고 2017년 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채탄 업무 중단 이후 증상 발생 시점의 시간 간극이 10년 이상 존재해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이길범 판사는 레이노 증후군의 발병 원인에는 진동 노출 등의 직업적 요인이 있다. A씨는 광업소에서 약 10년 동안 착압기, 콜픽 등의 진동 공구를 이용해 채탄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그 과정에서 양측 손에 상당한 정도의 진동과 충격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손이 업무수행 중 진동에 노출된 것 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게 된 다른 원인은 특별히 찾을 수 없다. 법원 신체감정의도 A씨의 상병과 A씨가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을 고려할 때 업무와 레이노 증후군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업무로 인해 레이노증후군이 발병했다고 할 것임에도 상병이 발병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A씨의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9구단53467)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나. 원고는 ○○대학교병원에서 “양측 손 레이노증후군(이하 위 각 상병을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17. 1. 4. 피고에게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8. 1. 17. “냉각 부하 검사에서 유의한 색조 변화가 관찰된 것은 없었고, 진동작업 중단 이후 증상 발생 시점의 시간 간극이 10년 이상 존재하여 직업성 레이노증후군으로 인정받기에는 인과관계의 강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으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내용의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종전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종전 처분에 불복하여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18. 7. 10.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다. 이후 원고는 2018. 11. 6. 피고에게 재차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8. 11. 27. 원고에 대하여 종전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2, 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치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탄광에서 굴진, 채탄부로 근무하면서 착암기와 콜픽 등의 진동 공구를 사용하여 1일 8시간 이상 작업을 하였고,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원고의 탄광에서의 근무 기간만 해도 약 10년으로 장기간 진동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특별진찰 당시 시행된 냉각부하 검사에서 원고의 양측 손에 색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이 사건 상병의 확진을 위해 냉각부하 검사에 의한 색조 변화의 확인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냉각부하 검사 외에도 레이노스캔 검사 또는 수지혈압 검사, 피부온도 검사 등의 다른 검사를 통하여 이 사건 상병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이 잠복기가 있음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동작업 중단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두8606 판결 참조).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 30427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갑 제7호증, 을 제2, 4, 5호증의 각 영상 및 기재, 이 법원의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 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레이노증후군으로 진단함이 타당하고, 이러한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수행한 채탄 작업으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① 레이노증후군은 신체 말초 조직이 노출될 경우 말초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여 허혈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레이노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색조 변화인데, 이는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교감신경의 자극에 의해 사지의 소동맥이나 세동맥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허혈이 일어나 손가락, 발가락 끝이 차가워지고 창백해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청색증이 발생하며, 이후 혈관의 경련이 풀리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반응성 충혈이 일어나 피부가 붉게 변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색조 변화와 함께 통증, 저림, 감각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② 피고는 2015. 11. 20. 레이노증후군 업무처리 지침(지침 제2015-41호,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같은 날 시행하였는데, 위 지침은 10℃의 냉수에 5분 정도 양손(경우에 따라 양발)을 담갔다가 꺼내도록 하고, 냉각부하 검사 직전, 직후 및 검사 종료 시(10~20분 경과한 회복 시점)의 3번의 시점에서 레이노현상이 발생한 부위를 사진(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방식의 냉각부하 검사를 레이노현상을 확인하는 필수적인 검사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지침은 냉각부하 검사 외에 레이노현상을 확인하는 검사로 레이노스캔 검사, 피부온도 검사, 수지혈압 검사, 손톱압박 검사를 제시하고 있다.
③ 원고를 진료한 주치의는, 원고에 대한 문진 및 원고의 손을 촬영한 사진에서 보이는 증상을 토대로 이 사건 상병을 진단하였다. 이 법원의 신체감정의도, 원고에 대한 냉각부하 검사 및 레이노스캔 검사결과에서 이 사건 상병인 레이노증후군에 합당한 소견을 보인다는 취지의 의학적 견해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학적 소견은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갖춘 감정의가 직접 원고를 대면하여 증상을 관찰하고 검사를 시행한 뒤에 도출한 결론으로 신뢰성이 높고,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④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에는 진동 노출 등의 직업적 요인이 있다. 원고는 광업소에서 약 10년 동안 착암기, 콜픽 등의 진동 공구를 이용하여 굴진 및 채탄 작업을 수행하였으므로, 그 과정에서 양측 손에 상당한 정도의 진동과 충격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양측 손이 업무수행 중 진동에 노출된 것 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게 된 다른 원인은 특별히 찾을 수 없다. 이 법원 신체감정의도 원고의 이 사건 상병과 원고가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을 고려할 때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고 있다.
3) 따라서 원고의 업무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