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할 때는 단순 의학적 신체기능 장애율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이나 교육정도, 기능 숙련 정도 등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해야 한다.
사실관계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2007년 B사 피보험 차량과 충돌해 경추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사고로 29일간 입원했고, 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장해를 인정받았다. 이 장해로 노동능력의 40%를 영구적으로 상실한 것으로 진단 받았다. 이에 A씨는 "손해배상금 8억3800여만원과 사고 당시 동승하고 있었던 아들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고로 인한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과 그의 과거 병력이 향후 치료비 산정에 고려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2심은 B사는 A씨에 대한 일실수입 및 기왕 치료비, 향후 치료비 등으로 2억100여만원을, 아들 C군에 대한 위자료로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5다8902)에서 보험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체감정촉탁 결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미국의사협회 신체장해평가지침 제6판' 기준을 적용했는데도 그에 따른 신체기능장애율 산정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지침 5판'기준을 적용했다. 원심은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한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해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했는데, 이는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 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 경력, 기능 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유사 직종이나 다른 직종으로 전업할 가능성과 확률 그 밖의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해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또 향후 치료비를 산정할 때 A씨가 과거 걸렸던 질병이나 외상 등 병력(기왕증)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에 기여한 정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로 악화되면서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등장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 기왕증이 그 결과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체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피해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해 타당하다.
A씨의 기왕증을 노동능력상실률 뿐만 아니라 기존 질병(기왕)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에 관해서도 기여한 정도를 심리한 다음 손해를 인정했어야 한다. 원심은 기왕치료비와 향후 치료비에 관해 A씨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는데 이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다8902 판결 [손해배상(자)]
【판시사항】
[1] 감정인의 신체감정 결과의 증명력
[2] 갑이 을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다가 병이 운전하던 차량을 충격하여 병이 상해를 입었는데, 병에게 위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 부분에 기초하여 병에게 위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노동능력상실률의 결정 기준
[4] 갑이 을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다가 병이 운전하던 차량을 충격하는 바람에 병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데, 이에 따른 병의 노동능력상실률 결정이 문제 된 사안에서,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신체장해평가지침 제5판 기준에 따를 경우 병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한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하여 병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한 원심판단에는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5]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손해 확대 등에 기여한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
[6] 갑이 을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다가 병이 운전하던 차량을 충격하는 바람에 병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데, 이에 따른 병의 손해에 대한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가 문제 된 사안에서, 병의 기왕증을 을 회사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하였다는 이유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하여 병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원심판단에는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감정인의 신체감정 결과는 증거방법의 하나로서 법원이 어떤 사항을 판단할 때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경우에 판단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법관은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특정 감정 결과에 따라 후유장해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지 않는 한 적법하다.
[2] 갑이 을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다가 병이 운전하던 차량을 충격하여 병이 상해를 입었는데, 병에게 위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 부분에 기초하여 병에게 위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 경력, 기능 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유사 직종이나 다른 직종으로 전업할 가능성과 확률, 그 밖의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4] 갑이 을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다가 병이 운전하던 차량을 충격하는 바람에 병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데, 이에 따른 병의 노동능력상실률 결정이 문제 된 사안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진단에 사용되는 기준에는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신체장해평가지침(이하 ‘AMA 지침’이라 한다) 제5판 기준 및 이보다 완화된 기준인 수정 국제통증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 IASP) 기준과 AMA 지침 제6판 기준 등이 있고,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촉탁 결과는 병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생 여부에 관하여는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AMA 지침 제6판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그에 따른 신체기능장애율 산정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 없이 위 기준들보다 더 엄격한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였는데, AMA 지침 제5판 기준에 따를 경우 병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한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하여 병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한 원심판단에는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5]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체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타당하다.
[6] 갑이 을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다가 병이 운전하던 차량을 충격하는 바람에 병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데, 이에 따른 병의 손해에 대한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가 문제 된 사안에서, 병의 기왕증이 노동능력상실률에 기여한 정도를 심리할 수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도 병의 기왕증이 기여한 정도를 심리할 수 있으므로, 병의 기왕증을 을 회사의 책임제한 사유로만 참작할 것이 아니라 일실수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도 병의 기왕증이 기여한 정도를 심리한 다음 기왕증 기여도를 고려한 나머지를 손해로 인정했어야 하는데도, 병의 기왕증을 을 회사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하였다는 이유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하여 병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원심판단에는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70777 판결 / [3] 대법원 1990. 4. 13. 선고 89다카982 판결(공1990, 1060),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4784 판결(공1997하, 2019) / [5]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237 판결(공2002상, 1229),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8383, 88390 판결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 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서
담당변호사 김남성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5. 1. 8. 선고 2012나32444 판결
【판결선고】 2019. 5. 30.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 1에게 이 사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감정인의 신체감정 결과는 증거방법의 하나로서 법원이 어떤 사항을 판단할 때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경우에 판단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법관은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특정 감정 결과에 따라 후유장해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지 않는 한 적법하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7077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제1심 법원의 ○○○○병원장에 대한 마취통증의학과 신체감정촉탁 결과(이하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라 한다)는 원고 1의 주관적 통증 호소뿐만 아니라 체열검사, 피부색의 비대칭성 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고, △△△△대학교병원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와 소견서 등으로도 뒷받침된다.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 1에 대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 무렵까지 이 사건 사고 외에 발병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료기록 등에 나타난 질병 증상과 징후 발생·전개의 경과와 정도, 원고 1이 이 사건 사고 바로 다음날 2곳의 병원을 방문하여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입원치료를 받는 등의 치료 경과와 내역 등을 종합하면, 원고 1에게 이 사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 부분에 기초하여 원고 1에게 이 사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원고 1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이 적정한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 경력, 기능 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유사 직종이나 다른 직종으로 전업할 가능성과 확률 그 밖의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0. 4. 13. 선고 89다카982 판결,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478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심은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하여 원고 1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환으로서 진단에 사용되는 기준은 수정 국제통증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 IASP) 기준,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신체장해평가지침(이하 ‘AMA 지침’이라 한다) 제5판 기준, AMA 지침 제6판 기준 등 여러 기준이 있다.
(2) AMA 지침 제5판 기준은 증상(환자가 호소하는 주관적 상태를 말한다)을 배제하고 징후(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의 상태를 말한다)만을 기준으로 진단한다. 총 11개의 징후 중 8개 이상을 충족하여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신체기능장애율을 산정한다.
(3)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은 증상과 징후를 모두 고려하여 진단한다. 그중 임상용 진단기준은 총 4개의 범주 중 3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개 이상의 증상이 있고, 2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개 이상의 징후가 있어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4) AMA 지침 제5판 기준이 징후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완화하여 AMA 지침 제6판 기준이 마련되었다. AMA 지침 제6판 기준은 징후 외에 증상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을 기본으로 하되, 부가적 요건이 추가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신체기능장애율을 산정한다.
(5)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AMA 지침 제6판 기준을 적용하였는데도, 그에 따른 신체기능장애율 산정에 관해서는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였다.
(6)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면, 원고 1은 총 11개의 징후 중 8개 이상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진단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AMA 지침 제5판 기준은 징후만을 기준으로 총 11개의 징후 중 8개 이상을 충족하여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AMA 지침 제6판 기준은 징후 외에 증상도 고려하고, 징후는 총 4개의 범주 중 2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개 이상만 있으면 되므로 AMA 지침 제5판 기준보다 완화된 것이다.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AMA 지침 제5판 기준이 아니라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AMA 지침 제6판 기준을 적용하였는데도, 그에 따른 신체기능장애율 산정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수정 국제통증학회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AMA 지침 제6판 기준에 따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하여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면 원고 1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은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AMA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한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하여 원고 1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였으나,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가 타당한지 여부(상고이유 제3점)
가.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체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타당하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237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8383, 8839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이유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심은 원고 1의 기왕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 1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기왕증이 있었고, 기왕증이 노동능력상실률에 기여한 정도는 10%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고려한 노동능력상실률에 따라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그러나 노동능력상실률 판단에서 기왕증 기여도와 치료비 판단에서 기왕증 기여도는 원칙적으로 서로 구별되고, 원고 1의 기왕증을 피고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한 이상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는 원고 1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
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원고 1의 기왕증이 노동능력상실률에 기여한 정도를 심리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도 원고 1의 기왕증이 기여한 정도를 심리할 수 있었다. 원심은 원고 1의 기왕증을 피고의 책임제한 사유로만 참작할 것이 아니라 일실수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도 원고 1의 기왕증이 기여한 정도를 심리한 다음 기왕증 기여도를 고려한 나머지를 손해로 인정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원고 1의 기왕증을 피고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하였다는 이유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하여 원고 1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것은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