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어머니 장씨와 공모해 질병 사실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금을 타내기로 했다. 이들은 1999년 2월 교보생명 보험모집인을 통해 김씨를 보험계약자로, 장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과거 발병했던 장씨의 당뇨와 고혈압 등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는 면책기간 2년이 지나자 이들은 당뇨 등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해 14회에 걸쳐 1억1800여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검찰은 두 사람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어머니 장씨가 상고 제기 후 사망해 공소를 기각하고 김씨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1심은 김씨 등의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공소사실에 따른 사기범행은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혹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더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됐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인 1999년 12월 또는 늦어도 2003년 5월 이미 종료됐다며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면서 두 사람에게 면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4도2754).
보험계약자(소비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사와 계약을 했더라도 보험금은 계약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해야 지급된다. 고지의무를 위반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만으로 미필적으로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김씨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사고를 이유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돈을 지급 받았을 때 (보험)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원심은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나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더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됐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사기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판단해 이를 전제로 김씨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면소를 선고했는데 이는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기수시기를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4도2754, 판결 사기
【판시사항】
[1]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사기죄의 기수시기(=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2] 피고인이, 甲에게 이미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임을 숨기고 乙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피고인을 보험계약자로, 甲을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乙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 甲의 보험사고 발생을 이유로 乙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보험금을 수령하여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乙 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乙 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2] 피고인이, 甲에게 이미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임을 숨기고 乙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피고인을 보험계약자로, 甲을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乙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 甲의 보험사고 발생을 이유로 乙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보험금을 수령하여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乙 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乙 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며, 그 전에 乙 회사의 해지권 또는 취소권이 소멸되었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또는 乙 회사가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사기죄가 기수에 이른다는 전제 아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1405 판결(공2017상, 1222)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양승철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4. 2. 6. 선고 2013노35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피고인 2에 대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이 사건 상고제기 이후인 2015. 1. 15.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82조,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위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2.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사실은 1997년경부터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질병 사실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금을 타내기로 마음먹고, 1999. 12. 3.경 광명시 이하 불상지에서,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의 보험모집인 공소외 2를 통하여 피고인이 보험계약자로, 피고인 2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 명칭 1 생략)에 가입하면서 개인보험계약 청약서 작성 시 회사에 알려야 할 사항란의 ‘최근 5년 이내에 아래와 같은 병을 앓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 중 당뇨병과 고혈압 항목에 대하여 마치 질병이 없는 것처럼 ‘아니오’ 부분에 체크를 한 후 이를 진실로 믿은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을 보험계약자, 피고인 2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 명칭 2 생략)에 가입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피해자 공소외 1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소위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인 2002. 12. 6. 피고인은 피보험자인 피고인 2의 ‘○○○○병원에서 고혈압, 대동맥해리, 당뇨로 54일간 입원 치료’를 이유로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보험금 청구를 하여 보험금 9,610,000원을 수령하는 등 그 무렵부터 2012. 1. 6.경까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위 2건의 보험과 관련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피해자 공소외 1 회사로부터 보험금 118,050,000원을 수령하여 이를 각 편취하였다.”라는 것이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고 최초의 보험료가 납입된 1999. 12.경이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표준약관에 따라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여 더 이상 피해자 공소외 1 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된 2001. 12.경, 또는 늦어도 피해자 공소외 1 회사가 피고인들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의 환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관하여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2003. 5. 9.경에는 피고인들이 사기죄에서 정하는 재산상 이익으로서의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로서의 권리를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사기 범행의 결과가 발생하여 기수에 이르렀다. 그 후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기재 각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행위는 사기 범죄로 취득한 이익을 구체화 내지 실현한 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7년이 경과한 2012. 12. 28.에 제기되었으므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지 않다.
(1)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2) 앞에서 본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피해자 공소외 1 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해자 공소외 1 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며, 그 전에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의 해지권 또는 취소권이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또는 피해자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이 사건 공소사실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