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낸 직후 현장 떠났다가 10분 만에 복귀, CCTV 보며 “내 차” 인정했다면 자진신고 해당한다.
요지
교통사고를 낸 직후 현장을 떠났다가 10분 만에 돌아와 경찰이 CCTV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사고 차량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다면 '자진신고'로 볼 수 있을까? CCTV 속 가해차량이 정확히 특정되기 전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자진신고'로 볼 수 있다
사실관계
A씨는 2017년 인천에서 7세 어린이에게 중상을 입히는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구호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았다.
A씨는 교통사고를 낸 후 사고 현장을 10여분간 이탈했지만 곧바로 현장에 돌아와 경찰관이 사고 야기자를 명확히 특정하기 전에 CCTV 영상에 나온 차량이 내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제출하는 등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운전면허취소는 부당하다며 인천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이승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상 감경처분의 대상이 되는 '자진신고'란 형법상 자수와 구별되는 개념이며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사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가 스스로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를 확정할 수 있도록 경찰관서에 밝혀 사고 현장의 수습과 사고 야기자의 확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행위도 자진신고로 봐야한다.
경찰은 A씨가 CCTV 영상을 본 후에야 사고 사실을 시인했으므로 자진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CCTV 영상만으로는 사고차량의 번호판이나 운전자를 식별할 수 없다.
A씨가 사실을 시인하며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A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다음 신고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진신고의 요건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
A씨가 교통사고 직후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한 잘못이 있으나, 피해자의 모친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것을 목격한 다음에야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사고 야기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해 조속히 사고 야기자를 확정할 수 있게 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했다. 따라서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서울고등법원 2018누77908)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19. 7. 9. 선고 2018누77908 판결,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원고, 항소인】 A
【피고, 피항소인】 인천광역시 지방경찰청장
【제1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11. 27. 선고 2018구단50977 판결
【변론종결】 2019. 6. 4.
【판결선고】 2019. 7. 9.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8. 1. 26. 원고에 대하여 한 자동차운전면허(1종 대형, 2종 보통) 취소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이 판결 확정시까지 제2항 기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 기재와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증거]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는 2017. 11. 12. 11:48경 인천 ○○구 ○○로에서 38주****호 K5 차량을 운전하다가 7세 어린이(이하 ‘피해자’라 한다)에게 중상을 입게 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를 야기하고도 현장구호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나. 이에 피고는 2018. 1. 26. 원고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자동차운전면허(1종 대형, 2종 보통) 취소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가) 원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를 유발한 후 사고 현장을 10여 분간 이탈하였으나, 곧바로 사고 현장에 돌아와서 경찰관이 사고 야기자를 명확하게 특정하기 전에 경찰관에게 교통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나오는 차량이 자신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 제출함으로써 사고 야기자로 확정되었으므로,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28] 제3호 나목 (2)에서 정한 ‘자진신고를 한 자’로서 벌점 부과대상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데 이는 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규정에 위배된다.
나) 설령 원고가 자진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해자 측과 원만하게 합의하고 비교적 낮은 형량(벌금 500만원)으로 처벌받았고, E 주식회사의 직원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운전면허가 필수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잘못에 비하여 너무 과중하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도주하였고, 그 후 사고현장에 돌아와서도 경찰관에게 곧바로 사고 사실을 신고한 것이 아니라 경찰관이 원고의 차량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이 녹화된 CCTV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사고를 야기하였음을 시인하였으므로, 이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28] 제3호 나목 (2)에서 규정한 자진신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함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으므로 법규위반 정도가 가볍다고 할 수 없고, 교통의 안전 및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주차량 운전자의 경우 도로운전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6, 10호증, 을 제1 내지 6, 13, 14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당심 증인 D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2017. 11. 12. 11:48경 인천 ○○구 ○○로 ** 소재 B교회 앞 주택단지 사이의 편도 1차로 도로를 K5 승용차를 이용하여 시속 약 10km의 속도로 운전하여 가던 중 위 도로변에 불법주차되어 있던 차량들 사이에서 차도로 뛰어나오는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위 차량의 우측 조수석 문으로 피해자의 좌측 허벅지 부분을 충격하여 피해자를 넘어지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약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대퇴골간의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원고는 위와 같이 피해자를 충격한 후 몇 미터 가량 더 진행하다가 차량을 정차한 채 룸미러로 피해자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도로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도로에 주저앉은 것을 보고는 차량에서 내려 울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며 “왜 우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피해자가 “차에 부딪혔다”고 대답하였다. 원고는 피해자가 계속 울고 있자, 사고 현장에 피해자와 함께 있던 여자아이에게 피해자의 모친을 불러오도록 하여 근처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던 피해자의 모친이 사고현장으로 와 피해자를 구호하기 시작하였다.
3) 그 직후 원고는 위 차량을 운전하여 근처에 있는 원고 거주 아파트(인천 ○○구 ○○로 **, C아파트)의 주차장에 주차한 후 사고 현장을 이탈한 지 약 10분 만에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그 때에는 성명불상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D가 사고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다른 차량의 뒷자리에서 구급차의 출동을 기다리며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4) 그 당시 경찰관 D는 근처 교회 CCTV에 녹화된 사고 발생 시 영상을 휴대전화를 통하여 재생하여 시청하고 있었고, 이를 발견한 원고는 D 옆으로 다가가 위 CCTV 영상을 함께 시청하였다. 그러던 중 위 CCTV 영상에서 원고의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량(CCTV 영상으로는 가해차량의 차종이나 색상은 확인되었으나 차량번호 등을 알 수 없어 가해차량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상태였다)이 지나간 다음 피해자가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자 이를 보고 있던 원고는 “이 차 내 차인데?”라고 말하였고, 이에 D가 “예? 이 차가 선생님 차라고요?”라고 반문하였다. 이어 D는 원고에게 차량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원고가 자신의 아파트에 주차해 두었다고 대답하자 D가 원고와 함께 아파트 주차장에 가서 위 차량을 확인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원고는 D에게 위 차량에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 제출하였다. 그 후 수사기관은 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다음 이를 토대로 원고를 피의자로 입건하였다.
5) 원고는 2018. 1. 12.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2018. 1. 30.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로 약식기소되어 2018. 2. 5. 인천지방법원(2018고약1908)에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2018. 2. 14. 확정되었다.
라. 판단
1) 자진신고 해당 여부
앞서 본 관련 규정들과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28] 제3호 나목 (2) 소정의 ‘자진신고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6호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제54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 지방경찰청장은 위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2. 취소처분 개별 기준 제l호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고 구조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를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규정하는 한편, [별표 28] 3. 정지처분 개별기준 나목 (2)항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즉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후 48시간 내에 자진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가 이루어진 시간에 따라 30점 또는 60점의 벌점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사고 내용을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위와 같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8]에서 교통사고로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면서도 48시간 이내에 자진신고를 하면 벌점부과로 감경처분하게 한 취지는,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자로 하여금 조속히 그와 같은 상태를 해소하도록 유도하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감경처분의 대상이 되는 위 [별표 28] 제3호 나목 (2)에서 정한 ‘자진신고’란, 형법상 자수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사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가 스스로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를 확정할 수 있도록 경찰관서에 밝혀 사고 현장의 수습과 사고 야기자의 확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② 원고는 사고 직후 사고 현장을 이탈하기는 하였으나, 약 10분 만에 사고 현장으로 복귀하여 경찰관 D에게 원고 차량이 사고와 관련된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고 원고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 제출하였는데,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에 의하여 사고 야기자가 원고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CCTV 영상을 본 후에야 사고 사실을 시인했으므로 자진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위 CCTV 영상만으로는 사고차량의 번호판이나 운전자를 식별할 수 없어 원고가 사고사실을 시인하며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앞서 본 원고의 행위에 의하여 사고 야기자가 원고라는 사실이 조속히 확정된 이상 원고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다음에 신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자진신고의 요건을 결한다고 볼 수 없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28]의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은 관할 행정청이 운전면허의 취소 및 운전면허의 효력정지 등의 사무처리를 함에 있어서 처리기준과 방법 등의 세부사항을 규정한 행정기관 내부의 처리지침에 불과한 것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만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5. 30. 행정자치부령 제32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제1항 [별표16]상의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에 관한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누20236 판결 참조}.
위와 같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행정청 내부의 재량준칙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재량준칙이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청은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두18964 판결 참조).
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28]의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은 제2호에서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운전면허 취소대상으로 정하면서도, 제3호 나목 (2)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즉시(그때, 그 자리에서 곧)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후 자진신고를 한 때’에는 면허취소 대상이 아닌 벌점 부과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규정은 재량준칙에 해당하나 그 내용이 일정 시간 내에 자진신고를 한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면허취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고, 피고도 이에 따라 사고 야기자가 자진신고를 한 경우에는 면허취소를 하지 않아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피고는 이 사건에서도 원고에 대하여 벌점 부여가 아닌 면허취소를 하여야 하는 이유로 자진신고가 아니라는 점만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재량준칙이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자진신고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 행정관행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자진신고자에 대하여는 면허취소가 아닌 벌점만을 부여하는 것으로 행정관행이 이루어져 왔고, 원고가 3시간 이내에 자진신고를 하였을 뿐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피고는 원고가 자진신고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잘못 판단한 나머지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다) 설령 그와 같은 행정관행이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없거나 원고의 행위를 자진신고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의 경위나 사고 직후의 조치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정상이 있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의 실현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자신의 잘못에 비하여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지점은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이고, 불법주차된 차량들이 많아 시야가 상당 부분 제한되는 상황이었으며, 원고도 이에 맞추어 저속으로 차량을 운행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인도 쪽에서 차도 쪽으로 갑작스럽게 뛰어든 탓으로 미처 피하지 못하고 이 사건 교통사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한 잘못이 있으나, 피해자의 모친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것을 목격한 다음에야 현장을 떠났고, 또한 원고의 차량이 편도 1차로를 막고 있어 교통의 흐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급히 위 차량을 운전하여 인근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한 직후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이며, 아직 사고 야기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 D에게 원고의 차량이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되었음을 밝히고 원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자진하여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 조속히 사고 야기자를 확정할 수 있게 하였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하였다.
③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원고는 갑자기 차도로 뛰어 든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차량의 앞쪽이 아닌 원고 시야의 사각지대인 조수석 측면으로 충격하였는데, 원고는 수사과정에서 ‘사고 당시 사람을 칠 때의 충격을 느끼거나 피해자를 목격하지는 못하였고 다만 차량 블랙박스에서 충격을 감지하였다고 알려 차를 정차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사고 당시 피해자는 7세 아동으로 작은 충격에도 넘어져서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에는 사고 경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여 본인이 사고를 야기한 사실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다가 CCTV 영상을 보고서야 비로소 원고의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하였음을 확실하게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④ 원고가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와 관련한 지상 조업을 수행하는 E 주식회사의 직원으로서 공항 활주로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운전면허를 취소당하면 향후 4년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되어(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제4호 참조)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직장을 잃게 될 경우 원고 가족의 생계에 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한편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처분의 효력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위 처분의 효력 정지로 말미암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이 판결 확정시까지 직권으로 그 효력을 정지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