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은 민법상 물건이지만 감정을 지닌 생명체로서 물건과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므로 반려견이 다친 경우 견주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재산적 손해배상과 별도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사실관계
장애 1급이던 A씨는 2013년 6월 어머니와 반려견을 데리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B씨의 개가 A씨의 개를 물어 교상, 근육출혈·괴사 등 상해를 입혔다. A씨는 개 치료비 등으로 100여만원을 쓴 뒤 위자료를 포함, 2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8부(재판장 황기선 부장판사)는 반려견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4698)에서 1심 판결과 같이 B씨는 치료비 86만여원과 위자료 50만원 등 모두 136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려견주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을 나누고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애1급인 A씨가 애정과 정성으로 개를 키워왔고, 자신의 개가 물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사고로 인한 반려견의 상해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B씨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B씨는 A씨에게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 위자해야 하며 그 위자료는 50만원으로 정한다.
다만, 재판부는 A씨도 자신의 개를 위험요소로부터 적절하게 보호·관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B씨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8나64698 판결 손해배상청구
【사 건】 2018나64698 손해배상청구
【원고, 피항소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윤재
소송복대리인 공익법무관 이민우
【피고, 항소인】 B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22. 선고 2014가소144483 판결
【변론종결】 2019. 6. 21.
【판결선고】 2019. 7. 26.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1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6. 2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추완항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라 함은 당사자가 소송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사유를 뜻한다. 그런데 판결정본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그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피고가 소송계속 사실을 처음부터 알지 못한 채 판결이 선고되었고 판결정본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되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피고가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상소 제기의 불변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은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271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제1심 법원은 피고에 대한 소장 부본, 소송안내서 및 변론기일통지서, 당사자표시정정서를 각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여 변론을 진행한 후 2015. 5. 22.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2015. 6. 2. 그 판결정본 역시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한 사실, 피고가 2018. 8. 28. 제1심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알게 되어 같은 날 이 사건 추완항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추완항소는 피고가 제1심판결이 공시송달 되었음을 안 날부터 2주 이내에 제기된 것으로서 소송행위 추완의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다 할 것이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의 개(C)가 2013. 6. 23. 피고가 기르던 개(D)에게 물려 상해를 입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동물병원 치료비 1,078,200원 및 위자료 1,021,800원의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759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위 금원 합계 2,100,000원의 손해배상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피고가 개(D)의 소유자이기는 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고 당시에는 이를 점유하고 있지 아니하였고, 타인이 피고를 사칭한 것이다.
나. 기초사실
(1) 원고(장애 1급)는 2013. 6. 23. 모친과 함께 원고의 개를 데리고 고양시 소재 E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피고의 개가 원고의 개를 물어 총 세 부위의 교상과 근육출혈 및 근육괴사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개의 치료를 위하여 2013. 6. 23. 치료비 610,500원, 같은 해 6. 24. 입원비 66,000원, 같은 해 7. 4. 치료비 322,500원, 같은 해 7. 1. 진료비 18,700원, 같은 해 7. 5. 주사비 등 28,600원, 같은 해 7. 8. 주사비 등 31,900원의 합계 1,078,200원을 지출하였다.
(3)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의 모친은 가해를 가한 개를 데리고 있던 사람의 명찰에서 그 이름을 "B"로 확인하고 그로부터 연락처(F)를 전달받아 몇 차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기도 하였으나, 이후 그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4) 한편, 위 휴대전화(F)의 가입 명의자는 G이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실제 위 휴대전화의 사용자는 피고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7,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책임의 제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가 그 소유의 개를 점유하고 있던 사실이 인정되고, 따라서 위 개의 점유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75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이 사건 당시 원고도 자신의 개를 위험요소로부터 적절히 보호 및 관리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으므로, 그 과실비율을 20%로 인정하고,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재산상 손해
기왕치료비 합계 1,078,200원
(나) 과실상계
앞서 인정되는 원고의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피고의 책임비율 80%를 적용하면, 피고의 책임이 인정되는 원고의 재산상 손해액은 862,560원(= 기왕치료비 1,078,200원 × 80%)이 된다.
(다) 위자료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다825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여타의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반려견의 소유자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과 애정을 나누고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장애 1급의 원고가 애정과 정성으로 자신의 개를 양육해 왔는바, 이 사건 당시 원고의 개가 피고의 개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는 장면을 직접 목격함에 따라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인 점, 이로 인한 치료 과정에서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반려견의 상해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피고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위 사고 이후 양 당사자의 태도 및 정황, 원고가 개를 키운 기간, 원고와 개의 관계,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의 위자료를 5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362,560원(= 기왕치료비 862,560원 + 위자료 5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13. 6. 2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5. 5.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각주:1]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황기선
판사 이미선
판사 이준민
1) 이 사건 제1심의 변론종결일이 2015. 9. 30. 이전임이 기록상 명백하여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법정이율에 관한 규정(2015. 9. 25. 대통령령 제265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정하는 이율에 의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