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근로자, '채용-퇴사-채용' 반복했어도 중간 공백기 길어 업무연속성 단절됐다면 총 근로기간은 공백기 이후 근무기간으로 한정된다
요지
재계약을 거듭한 기간제 근로자의 공백기가 길어 업무 연속성이 단절됐다면 총 근로기간은 공백기 이후 근무기간으로 한정된다.
사실관계
부산시는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2012년 9월 A씨를 2개월간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사무보조업무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했다. 이후 1~2개월 단위로 총 5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했고, A씨는 2013년 12월 말일까지 근무했다.
이후 A씨는 부산시 기간제근로자 공개채용절차에 참가했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한편 부산시는 결원이 생기자 A씨를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채용했고,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총 근로기간이 2년이 넘었으므로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봐야 한다며 중앙노동위에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중노위가 A씨의 손을 들어주자, 이에 반발한 부산시는 소송을 제기했다.
채용과 퇴사, 채용을 거듭한 A씨의 근로기간은 중간 공백기간 5개월여를 제외하고 2012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총 25개월이었다.
총 근로기간이 몇 개월인지, 첫 번째 채용기간인 15개월여와 두 번째 채용기간인 10개월여를 합산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는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지 않았고, 근로계약 갱신기대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했다.
2심은 A씨가 기간제근로자로서 수차례의 계약갱신을 통해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면서 2012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로했다. A씨는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됐으므로 부산시의 계약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백기간 전후로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공백기간 전후의 기간을 합산해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수는 없다.
A씨와 부산시는 공백기간 이후 새로이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았다. A씨는 기간제법에 따른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됐다고 할 수 없다.
A씨의 공백기간은 5개월여로 총 근로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고, 그 기간동안 실업급여를 받기도 했다고 부산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대법원 2016두6050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6두60508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 건】 2016두60508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원고, 상고인】
부산광역시
【피고, 피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A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6. 10. 28. 선고 2016누11641 판결
【판결선고】 2019. 10. 1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정하는 한편,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간제법 규정의 형식과 내용 및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반복하여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공백기간을 둔 것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사용자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 여부, 또는 이러한 공백기간의 길이와 공백기간을 전후한 총 사용기간 중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위, 공백기간을 전후한 업무내용 및 근로조건의 유사성, 사용자가 공백기간 동안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과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취한 조치, 공백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인식, 다른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반복 · 갱신 관행 등을 종합하여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54975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2. 8.경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을 2012. 9. 3.부터 2012. 11. 30.까지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사무보조 업무(낙동강관리본부 기간제근로자 일일 근무상황부 정리, 시간 외 근무사항 정리, 민원 전화상담 등)를 담당하는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하였다.
2) 이후 원고와 참가인은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계약기간을 2012. 12. 1.부터 2012. 12. 31.까지, 2013. 1. 1.부터 2013. 2. 29.까지, 2013. 3. 1.부터 2013. 5. 31.까지, 2013. 6. 1.부터 2013. 7. 31.까지, 2013. 9. 1.부터 2013. 12. 31.까지로 하여 총 5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참가인은 재입사할 때마다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3) 원고는 2013. 12.경 낙동강관리본부 기간제근로자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여기에 430명이 응시하여 1차 서류전형에서 97명이 합격하였으며, 최종면접을 통해 64명이 최종 합격하였다. 한편 종전에 낙동강관리본부에서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던 사람들 중 2013. 12. 31. 계약기간이 종료하는 재계약 대상자 102명 중 60여명이 위 공개채용에 응시하였으나, 이 중 3명만이 1차 서류전형 및 최종면접을 통해 합격하고, 참가인을 포함한 나머지 대상자는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였다.
5) 한편 원고는 2013. 12.경 실시된 위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B를 2014. 1. 1.부터 2014. 10. 30.까지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하였고, B는 원고가 수행하던 사무보조 업무를 수행하였다.
6) 그런데 B가 2014. 6. 10.경 원고에게 뇌수막염에 걸린 자녀의 간호를 위하여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2014. 6. 17. 사직하자, 원고는 사무보조 업무를 수행할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경력자들에게 연락하던 중 참가인으로부터 근로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2014. 6. 19.자로 계약기간 2014. 6. 19.부터 2014. 12. 31.까지로 정하여 참가인을 채용하였다.
7) 낙동강관리본부는 2014. 10. 15.경 사무보조 인력 교체에 따른 업무 연속성의 저하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참가인을 비롯한 기간제근로자 4명의 계약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참가인은 2014. 10. 16. 계약기간을 2015. 4. 18.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8) 낙동강관리본부장은 2014. 11. 26. 참가인에게 2015. 4. 18.까지의 계약기간 연장은 행정착오라는 이유로 이를 철회한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참가인이 원고와 사이의 근로계약이 2014. 12. 31.자로 종료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그 구제신청절차에서 원고가 2015. 1. 14.자로 참가인을 복직시키고 2015. 4. 18.까지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화해가 성립하였다.
9) 참가인은 2015. 1. 14.자로 복직하여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담당하며 근로하다가 원고와 사이의 근로계약이 2015. 4. 18. 종료하자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참가인의 구체신청을 기각하자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자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참가인이 반복하여 체결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2014. 1. 1.부터 2014. 6. 18.까지의 기간(이하 '이 사건 공백기간'이라고 한다) 전후로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공백기간 전후의 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2013. 12. 31. 기간만료로 종료되어 이 사건 공백기간 동안 단절되었다가 2014. 6. 19.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새롭게 개시되어 2015. 4. 18. 종료되었으므로, 참가인은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없다.
1)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가 최초 개시된 2012. 9. 3.부터 근로관계가 마지막으로 종료된 2015. 4. 18.까지 참가인이 근로한 총기간은 약 25개월인데, 이 사건 공백기간은 5개월 18일(2014. 1. 1.부터 2014. 6. 18.까지)로 짧지 않고, 참가인이 근로한 총기간 중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
2)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에 이 사건 공백기간이 발생한 것이 계절적인 요인이나 방학 기간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이 사건 공백기간의 실질이 대기 기간이나 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 등 일시적인 휴업기간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
3) 원고가 실시한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기간제근로자로 채용된 B는 2014. 1. 1.부터 2014. 6. 17.까지 5개월 이상 실제 참가인이 종전에 수행하던 사무보조 업무를 수행하였고, 당시 참가인도 공개채용에 응시하였으나 탈락하여 이 사건 공백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지급받기도 하였다.
4) B가 계약기간 만료일로부터 4개월여 기간을 앞둔 2014. 6. 17. 사직하게 된 것은 오로지 B 개인에게 발생한 우연한 사정 때문이었고, 원고는 B의 갑작스런 퇴직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하여 바로 근로가 가능한 참가인을 다시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한 것이다.
5) 원고는 낙동강 생태공원의 관리를 위하여 최소한의 인원이 상시적으로 필요하였고 그에 맞춰 인건비예산을 연중 고정적으로 편성한 것으로 보임에도 공개채용절차에서 업무 연속성 등을 고려하여 기존 경력자들을 우대하지 않고 오히려 신규채용자들을 대부분 채용하였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인 원고가 복지정책적인 측면에서 저소득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6) 이에 원고가 공개채용절차 후 퇴사 등의 우연한 사정으로 갑자기 인력수요가 발생한 경우 공개채용절차에서 탈락한 기존 경력자들 중에서 공개채용절차 없이 기간제근로자를 다시 채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참가인이 기간제근로자로서 수차례의 계약갱신을 통하여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면서 2012. 9. 3.부터 2015. 4. 18.까지 2년을 초과하여 계속근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따라 참가인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