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코리아 직원들이 업무 개시 전에 몸단장을 하는 이른바 '꾸밈 노동(그루밍)'에 드는 시간에 대해 초과근무로 볼 수 없다.
사실관계
A씨 등은 규정된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몸을 단장해야 했다며 각 직원에게 3년간 이에 대한 초과근무 수당으로 5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은 샤넬코리아가 취업규칙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30분 조기출근을 사실상 강제하고 이에 대한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샤넬코리아 취업규칙에 따르면 샤넬 백화점 매장직원들의 정규 근무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매주 40시간이다. 회사가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 한 하루 근무시간은 1시간의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하지만 사측이 자체적인 꾸밈 규칙인 '그루밍 가이드'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화장과 머리 모양, 복장 등을 미리 갖추도록 해 실제로는 오전 9시 출근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오전 9시 30분까지 '그루밍'을 마치라고 지시한 바 없고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메이크업과 개점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시간 외 근로를 했다거나 회사로부터 오전 9시 출근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고 맞섰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제시된 증거들만으로는 사측이 A씨 등에게 일찍 출근해 메이크업 등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거나 A씨 등이 사측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매일 30분씩 조기 출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A씨 등이 제출한 매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교통카드 사용 내역 등은 모두 소송 제기 후 촬영되거나 수집된 것이고 일부 매장의 CCTV 영상에서는 조기 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도 했다.
따라서 A씨 등이 조기 출근해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실제로 제공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번 임금 청구는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A씨 등 샤넬코리아의 전국 백화점 매장 직원 335명이 사측을 상대로 16억75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6293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7. 선고 2017가합562931 판결 임금
【사건】 2017가합562931 임금
【원고】
별지1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세희, 신인수, 조민지
【피고】
◇◇코리아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현태, 이정래
【변론종결】 2019. 10. 22.
【판결선고】 2019. 11. 7.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청구금액표 ‘청구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이에 대한 2017. 10. 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향수 및 화장품 등의 판매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전국 각 백화점의 피고 매장에서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나. 피고는 매달 원고들을 포함하여 백화점 판매직원들에게 ‘그○○ 가이드 (g*******guide,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를 배포하고 피고가 정한 메이크업, 향수, 액세서리 착용 지침 등에 따르도록 하였는데, 이 사건 지침에서는 화장 부위(아이, 립, 네일)별로 사용해야 할 피고의 제품이나 액세서리 착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향수 제품 등을 전국 각 백화점의 피고 매장에 정규직원 수에 맞추어 발송하였고, 원고들은 출근 후 매장에 비치된 해당 제품을 이용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 등을 마치고 매장 청소 등 개점 준비를 하였다.
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나 피고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원고들의 정규 출근시간은 09:30이고(다만 오전 시차 근무제의 정규 출근시간은 11:00이다), 국내 백화점의 개점 시간은 대부분 10:30이다.
마. 이 사건에 관련된 피고의 근로계약서, 단체협약 등 관련 규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근로계약서 - 생략
단체협약 1) - 생략
취업규칙 - 생략
[각주1] 피고의 2012년부터 2018년까지의 단체협약 중 이 사건에 관련된 조항의 주요 내용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단체협약 제58조의 종업시간은 2016년도 단체협약에서부터 8시 00분으로 개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7,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권AA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정규 근무시간은 09:30부터 18:30까지인데,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09:00까지 조기 출근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09:30까지 완료하도록 지시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과 복장 상태 등을 갖추는 시간은 사용자의 지시에 의하여 근로계약상의 본래 업무수행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필수 불가결한 행위에 대한 시간으로서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4. 7.부터 2017. 8.까지(이하 ‘이 사건 청구기간’이라 한다) 사이에 원고들이 조기 출근하여 제공한 연장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피고는 원고들에게 정규 근로시간 30분 전에 조기 출근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09:30까지 완료하라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
2) 피고는 원고들에게 09:30부터 10:30까지의 1시간을 메이크업을 포함한 매장 개점 준비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개점 준비시간으로 1시간은 충분한 시간이다.
3) 피고는 재고 조사, 제품 입고 등의 사유로 시간외근로가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시간외근로 신청서를 제출받아 이를 확인한 후 실제 시간외근로 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 중 근무일수에 해당하는 날마다 하루 30분의 시간외근로를 하였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가 없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제53조 제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위 규정은 근로자들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말하는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누9766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5, 7, 10, 19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의하면, ①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권AA 차장이 2015. 7. 1.경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 교육 자료에는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카운터 매니저들은 9시 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시차로 출근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② 원고들 중 일부는 2017. 1.경 09:00 전에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박BB 차장에게 “차장님, 출근 보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 출근 사실을 알리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를 오전 9시 이전에 여러 차례 발송한 사실, ③ 롯○백화점 포○점, 신○○백화점 영○○점 등 다수의 백화점 CCTV 영상에는 피고 매장의 판매직원들이 09:00 이전에 출근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을 하거나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을 제1 내지 9, 1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증인 권AA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정규 출근시간 09:00 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완료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이 사건 청구기간에 매일 09:00경 출근함으로써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출근시간보다 상시적으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의 권AA 차장이 2015. 7. 1.경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에서 정규 출근 시간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지 못하고 제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기재가 발견되기는 하나, ① 그 해당 문구 바로 뒤에는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날, 크고 작은 행사가 계획된 날, 새로운 제품 출시일, 한 달을 마무리하는 달 등에는 무언가 되짚어 보고, 미리 점검하여 만반의 준비로 여느 날과 다른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하고 있어 앞서 본 문구는 행사 준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업무상 조기 출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점, ② 위 자료는 피고의 매장 책임자(카운터 파트너)들을 상대로 한 교육 자료로서 매장 관리 전반에 관한 기본사항을 다루고 있고, 내용의 대부분이 기본에 충실하고 업무에 철저히 임하라는 등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③ 달리 피고가 09:00를 기준으로 백화점 판매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30분 조기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였다는 정황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는 문구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시적으로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마칠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의 단체협약(제59조 제3항), 취업규칙(8.2.), 업무매뉴얼(연장근무 부분)에서는 연장근로를 하려면 사전에 시간외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급자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실제로 롯○백화점 안○점, 애○백화점 수○점, 현○백화점 압○○점 등의 피고 소속 판매직원들은 2017. 6.경 재고조사, 행사준비 등으로 인하여 조기 출근의 필요성이 있는 때에는 사전에 시간외근로를 신청하고 09:00 이전에 출근하여 계획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들이 2017. 1.경 박BB 차장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출근보고를 하였다는 사실 외에 이 사건 청구기간의 나머지 기간에도 상시적으로 09:00경 조기 출근하여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 등에게 출근보고를 하여 왔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없다. 한편 피고는, 박BB 차장이 2017. 1.경 백화점 내 피고 매장의 점장과 직원들로부터 출근보고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일부 매장 직원들로부터 점장과 매니저의 근태에 문제가 있다는 탄원이 올라옴에 따라 2017. 1.경 한 달간 한시적으로 출근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다투고 있고, 그에 부합하는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문자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당시 박BB 차장에게 출근보고를 하였던 직원들 중에는 09:00 이후에 카카오톡 문자를 발송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4)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 중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정규 출근시간인 09:30보다 30분 이른 09:00경 출근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출퇴근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원고들이 제출한 피고 매장의 CCTV 영상이나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은 모두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촬영되거나 수집된 것들이며,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백화점 매장의 CCTV 영상에서는 09:00경의 조기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도 한다.
5) 원고들은 백화점 내 피고 매장에 출근한 이후 개점 준비(환복, 휘장 걷기, 컴퓨터 시스템 로그인), 그○○(메이크업 등), 매장 청소, 백화점 행사참여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데에 총 90분 내지 10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포함하여 개점 준비를 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을 명백히 초과하여 30분의 조기 출근이 불가피하다거나, 원고들이 조기 출근한 09:00경 이후부터 정규 출근시간인 09:30경까지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의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매일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여 피고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실제로 제공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