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수익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를 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청구에 대해 확답을 하기 전까지는 민법 174조상의 6개월의 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
『민법 제174조는 최고를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정하면서 최고 이후 6개월 이내에 재판상 청구, 파산절차 참가 등을 해야만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사실관계
유씨의 남편 이모씨는 1995년 D사와 유씨를 보험수익자와 피보험자로 하는 가입금 5000만원의 보험계약을 맺었다. 2004년 4월 5일 유씨는 아들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와 청력에 장애를 입었다. 2006년 4월 4일부터 유씨는 6차례에 걸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D사는 2007년 4월 유씨의 장해가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을 뿐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2007년 5월 유씨는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D사는 상법상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기간인 2년이 지난 뒤에 소송이 제기됐다며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민법 제174조의 시효중단 사유로써의 최고는 채무이행을 최고받은 채무자가 그 이행 의무가 있는 지 등에 대해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채권자에게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하면 채권자가 그 회답을 받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된다. 민법 제174조의 '6개월의 기간'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회답을 받은 때로부터 기산되는 것이다.
유씨가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D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것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최고에 해당하고, D사가 보험금청구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요청하고 유씨의 주치의들을 찾아가 인과관계 및 장해정도에 관해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 것 등은 유씨의 보험금청구권의 존부 및 액수를 확정해 유씨에게 통보할때까지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돼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험수익자 유모(65)씨가 D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0다53198)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198 판결 [보험금]
【판시사항】
[1] 채무이행을 최고받은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채권자에게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 민법 제174조에서 정한 ‘6월’의 기간 기산점
[2]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피보험자에게서 여러 차례 보험금 지급 청구를 받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장해 정도와 인과관계 등을 추가로 확인하여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 등을 한 사안에서, 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되어 민법 제174조에서 정한 ‘6월’의 기간은 진행하지 않는데도, 이와 달리 그 기간의 진행을 인정하여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74조 / [2] 민법 제17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16976 판결(공2006상, 908),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공2006하, 1327),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9467 판결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피고, 피상고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범어 담당변호사 김중기 외 4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10. 6. 18. 선고 2009나29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안과 및 이비인후과 관련 보험금청구 부분을 제외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완성 여부에 대하여
민법 제174조 소정의 시효중단 사유로서의 최고에 있어, 채무이행을 최고받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채권자에 대하여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회답을 받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같은 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회답을 받은 때로부터 기산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16976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946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 소외 1은 1995. 7. 24. 피고와 사이에 주피보험자 소외 1, 종피보험자 원고로 하는 개인연금저축 직장인정년설계연금보험(부부형)계약(이하 ‘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유족보장특약, 재해장해연금특약, 입원특약, 배우자입원특약, 63암보장특약, 건강보장특약, 교통재해보장특약에도 함께 가입한 사실,
그 보험증권에 의하면 유족보장특약은 ‘개인형’으로, 63암보장특약, 건강보장특약, 교통재해특약은 ‘부부형’으로 각 가입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재해보장특약은 보장내용란에서 “주피보험자 또는 종피보험자가 재해로 2급 내지 6급 장해시”를 지급사유로 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2004. 4. 5. 18:50경 아들인 피고 2가 운전하던 승용차에 동승하여 가던 중 영천시 고경면 덕암리 덕암주유소 앞 길에 이르러 반대편 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온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여 기타 중수골의 골절, 외상성 혈흉, 늑골 골절 등의 진단을 받은 사실,
원고는 2006. 4. 4. 및 같은 달 17. 보험금지급청구서, 장해진단서 등을 피고 회사에 접수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2006. 4. 14.과 같은 달 28. 추가확인 사유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을 알리는 ‘보험금 처리에 대한 지연안내’를 보낸 사실, 그러는 과정에서 피고 회사의 담당자가 원고의 장해정도와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확인을 위하여 진료기록의 발급 등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등의 교부를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자 피고는 2006. 5. 2. 진료기록의 발급에 필요한 위임서류 없이는 보험금 지급심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문과 함께 기제출된 서류를 반환하는 등 서로 이견을 보이다가 2006. 7. 3. 원고와 피고 회사 담당자가 함께 원고를 치료한 의사들을 방문하여 장해정도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도 한 사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담당자는 주치의 진료소견서 발급과 관련하여 다시 이견을 보이다가 피고는 2006. 11. 15. “보험금과 입원비 처리를 위하여는 원고의 장해정도와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확인을 위하여 담당의사의 진료소견과 진료기록 확인이 필요하나, 원고가 위 진료기록의 발급에 필요한 위임서류를 주지 아니하고 진료소견서 발급에 동의하지 아니하여 더 이상 보험금 지급심사를 할 수 없어 지급청구서류를 반송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송한 사실,
피고 회사의 담당직원 소외 2는 2007. 4. 3.경 원고의 아들 피고 2로부터 보험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받고 원고가 장해정도와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위임서류를 제출하거나 동의를 하여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잡아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2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한 후인 2007. 5. 7.에서야 제기되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원고가 위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다투면서 ‘이 사건 사고 후 2년이 경과하기 전인 2006. 4. 4.부터 2007. 1. 17.까지 총 6회에 걸쳐 피고에게 보험금지급 청구를 하였고,
피고 회사 담당자는 원고측과 보험금 지급에 관하여 여러 차례 협의를 하였으며, 2007. 4. 3.경에도 원고의 장해가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 장해가 보험약관 장해분류표상 장해등급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니 이는 채무의 승인 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여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가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것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최고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피고 회사 담당자가 보험금청구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요청하고 원고의 주치의들을 찾아가 인과관계 및 장해정도에 관하여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거나 위와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송부한 일련의 조치는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의 존부 및 그 액수를 확정하여 원고에게 이를 통보할 때까지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그 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되어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설령 피고의 2006. 11. 15.자 안내문을 보험금지급 거절의 결과통보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전인 2007. 5. 7.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역수상 명백하다).
그럼에도 원심이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데에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최고의 효력 및 민법 제174조 소정의 “6월”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안과 및 이비인후과 부분 보험금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눈 부분에 직접적인 외상을 입은 바 없고, 신체감정촉탁 결과에서도 원고의 시운동안진 반응이 정상 소견을 보이고 있어 원고의 안과 부분 장애는 장해등급분류표 제1급 제1호 소정의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었을 때’에 해당하지 않으며, 또한 원고의 나이 등을 고려해 볼 때 난청이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청력은 40데시벨 정도의 경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에 불과하여 장해등급분류표 제5급 제11호 소정의 청력상실의 정도인 ‘60데시벨 이상으로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안과 부분 및 이비인후과 부분 보험금청구는 설령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다만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최고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이 부분 보험금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이 위와 같이 정당한 이상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바 없다. 이와 관련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안과 및 이비인후과 관련 보험금청구 부분을 제외한 원고 패소 부분은 이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이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