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 4륜바이크 운전에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른 중학생이 바이크를 운전하다 다친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치료비를 지급해야 한다.
4륜바이크 운전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면허가 필요하다.
사실관계
2010년 사고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군은 충남 만리포해수욕장에서 4륜바이크를 대여해 친구를 태우고 운전하다 내리막 길에서 울타리에 충돌해 추락했고 바이크가 폭발하면서 얼굴과 양쪽 팔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이군은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며 공단으로부터 3900여만원의 치료비를 지급받았지만 공단은 지난해 5월 이군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지급한 치료비를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겠다고 고지했다. 이군 부자는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지난 6월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1항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오로지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로서 사실상 고의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
바이크 대여업자가 이군에게 나이와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의 보유 여부에 관해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바이크를 대여했고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해안도로를 운행코스로 정해 알려줬다. 이군이 대여 기준이나 자격에 대해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해 바이크를 운전하는 데 면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15세 소년에게 아무런 안전 배려 없이 바이크를 대여한 대여업자의 과실이 훨씬 더 큰데도 사고 발생의 책임을 이군에게 돌리려는 공단의 태도는 국민의 보건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반한다며 이군이 무면허운전금지와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 사고를 유발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급여 환수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이며, 이모군과 이군의 아버지가 무면허 운전으로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건강보험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환수고지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2구합18394)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2012. 12. 7. 선고 2012구합18394 판결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취소
【원고】
1. A
2. B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충일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수행자
【변론종결】 2012. 11. 16.
【판결선고】 2012. 12. 7.
【주 문】
1. 피고가 2011. 5. 6. 원고들에 대하여 한 부당이득금 39,247,280원의 환수고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A는 원고 B의 아버지로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이고, 원고 B은 2010. 7. 30.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 국민건강보험상 원고 A의 피부양자이다.
나. 원고 B은 2010. 7. 30.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있는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버팔로 4륜바이크’라는 상호로 위 해수욕장 관광객들을 상대로 바이크 대여업을 하는 C으로부터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없이 레저용 4륜바이크 1대(이하 ‘이 사건 바이크’라한다.)를 빌려 친구 1명을 태우고 같은 리 소재 서울여자수련원 앞 도로(이하 ‘이 사건도로’라 한다.)를 모래비 방면에서 해변 방면으로 내리막 경사를 따라 진행하다가 도로 끝 부분과 해수욕장 경계에 설치된 방호울타리(이하 ‘이 사건 방호울타리’라 한다.)에 충돌한 후 이 사건 바이크와 함께 이 사건 방호울타리를 넘어 해수욕장 쪽으로 추락하였고, 연이은 이 사건 바이크의 폭발(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로 인하여 얼굴 및 양쪽 팔과 다리 등에 화염화상 60%(심부2도 : 20%, 심부3도 : 40%)의 상해를 입었다.
다. 원고 B은 2010. 7. 30.부터 2010. 12. 6.까지 이 사건 사고 인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합계 39,247,280원의 치료비를 지급받았는데, 피고는 2011. 5. 6.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는 원고 B이 운전자로서 지켜야 할「도로교통법」제43조(무면허운전금지) 및 같은 법 제48조(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과실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국민건강보험법」제48조 제1항 제1호, 제52조 제1항 등 규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된 위 치료비 상당액 39,247,280원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거쳐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 청구를 하였으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는 2012. 3. 20.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C은 자동차대여업 등록 및 보유 바이크에 대한 등록을 하지 않았고 구입한 4륜바이크의 안전기준 적합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4륜바이크 대여업을 하면서 나이 및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보유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원고 B에게 이 사건 바이크를 대여하였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바이크의 브레이크 결함이 주요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태안군도 이 사건 도로 및 이 사건 방호울타리의 설치·관리자로서 경사면을 따라 전방에 수직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T자형 교차로에서 추락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구조 및 기능상 요구되는 강도와 내구성을 갖춘 방호울타리를 설치·유지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부실하고 녹이 슬은 이 사건 방호울타리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책임이 있는 점,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15세에 불과한 원고 B으로서는 이 사건 바이크를 대여하여 운전하는 데에 면허가 필요한지 여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대여자인 C의 과실과 태안군의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책임 등 다른 사유가 주된 원인으로 개입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국민건강보험법」제48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급여제한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은 같은 법 제52조 제1항 소정의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급여의 제한)
①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 제52조 (부당이득의 징수)
①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다. 판단
(1)「국민건강보험법」제48조 제1항은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급여 제한에 대하여 규정하고, 제1호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를 들고 있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비난가능한 행위에 대한 징벌로서의 의미 그리고 나아가 건강보험도 본질상 보험에 속하므로 가입자의 정직성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존립하기 어려운 이상 부당한 이득을 배제하여 보험재정의 건실성과 보험의 사회성 및 도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특히 ‘고의’의 경우에는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된다는 점에서 그 취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중대한 과실’의 경우 보험사고의 우연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고 단지 징벌적·보험정책적 의미만 있을 뿐이므로, 국민보건의 향상 및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국민건강보험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험급여 제한 사유인 ‘중대한 과실’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며(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참조), 더구나 치료를 받는 것과 보상금 등 금전적 이득을 직접 수령하는 행위에는 실제적 차이가 있는 점, 보험재정의 건전성과 관련하여 급여제한 범위에 관한 입법재량이 인정되더라도 그 재량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의료보험제도의 본질을 침해할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는 더욱 그러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로서 사실상 고의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를 뜻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살피건대, 앞선 든 증거들과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C은「자동차관리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자신이 구입한 4륜바이크를 태안군수에 신고하여 이륜자동차번호판을 부착·봉인하여야 하고, 충청남도지사에게 자동차대여사업 등록을 하여야 하며, 바이크의 구조 및 장치와 브레이크 등 바이크 부품이 법령으로 정하는 자동차안전기준 및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더 나아가 바이크를 운행하는 데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 등에 관하여 면밀히 확인하여야 하고, 바이크를 대여할 때 임차하는 사람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신분증의 제시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확인하고, 안전한 운행코스를 안내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모두 게을리 한 채무단으로 바이크 대여업을 하다가 15세에 불과한 원고 B에게 나이 및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의 보유 여부 등에 관한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바이크를 대여하였고, 경사진 구조 및 안전시설의 미비로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이 사건 도로를 포함한 해안도로 및 이면도로를 운행코스로 정하여 알려 주었던 점,
② 이 사건 도로는 폭이 좁고 모래비 방면에서 해변 방면으로 내리막 경사가 상당하며 위 도로 경사면의 끝 부분은 수직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T자형 교차로가 설치되어 있어 추락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방호울타리 및 안전표지판의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이곳에는 어떠한 안전표지판도 없었고, 그 지점에 설치되어 있던 이 사건 방호울타리는 이를 도로에 고정하는 연결못 부분이 심하게 부식되어 구조 및 기능상 요청되는 만큼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거나 이를 견디어내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도로 및 방호울타리는 본래의 기능 및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정성을 결여하고 있었으므로, 그 설치·관리자인 태안군에게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책임이 인정되는 점,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15세에 불과한 원고 B으로서는, 여름철 영업이 한창인 해수욕장에 놀러가 해수욕장 내에서 영업 중이던 4륜바이크 대여소에서 이 사건 바이크를 대여함에 있어 대여의 기준이나 자격에 대한 아무런 안내나 고지도 받지 못하고 연령이나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의 보유여부 등에 관한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바이크를 운전하는데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위 원고에게 이러한 행위의 위험성을 인지하여 이를 회피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것인 점,
④ 또한 가사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원고 B의 조작 및 운전 미숙이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전항과 같이 원고 B이 이 사건 바이크의 운전으로 나아간 행위를 크게 탓할 수 없다고 할 것인 이상 이는 보험급여의 제한사유로서 원고 B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데 특별한 고려사항이 된다고 볼 수 없는 점,
⑤ 4륜바이크대여업자인 C의 과실 및 태안군의 영조물 설치·관리상 과실과 원고 B의 무면허운전금지 및 안전운전의무 위반의 과실을 각자의 과실의 내용, 정도, 위험이나 위반행위의 회피가능성 등의 견지에서 비교하여 볼 때, 15세의 어린 소년에게 아무런 안전 배려 없이 이 사건 바이크를 운전하게 한 C의 과실과 적정한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도록이 사건 도로 및 방호울타리를 설치·관리하여야 할 공적 의무를 해태한 태안군의 과실이 훨씬 더 크다고 할 것임에도, 공적 보험의 영역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책임을 원고들에게 돌리려는 피고의 태도는 국민의 보건 향상과 사회보장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반하고, 이러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이룩하려는 성숙된 사회의 모습과도 배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지 원고 B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바이크를 운전함에 있어「도로교통법」제43조(무면허운전금지) 및 같은 법 제48조(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 위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