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다친 것이 아니라면 사고 경위를 거짓으로 꾸며 보험금을 청구했더라도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실관계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원룸에서 혼자 살던 윤모(44)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성 친구를 방으로 불러 맥주를 마시고 취해 함께 잠들었다. 그날 밤 새벽 1시,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남편이 소리치며 초인종을 눌렀다.
윤씨는 이성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든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험한 꼴을 당할까 두려워 부엌 창문으로 빠져나가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남편에게는 들키지 않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하려던 윤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사고 경위를 사실대로 말했다간 조사 과정에서 그날 밤 일이 남편 귀에 들어갈 것 같았다.
동네가 좁은 탓에 '외간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라더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질까 두렵기도 했다. 결국, 윤씨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조수석에서 물건을 꺼내다가 비탈길에 넘어져 다쳤다'고 거짓말을 했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9000여만원을 받았다.
판결내용
울산지법 형사 단독 김헌범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기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속이는 행위와 그로 인한 착오와 처분행위가 인정돼야 하는데 윤씨가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사고경위를 실제와 다르게 기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윤씨가 보험회사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약관에서는 '고의, 자해, 자살미수 등'으로 사고가 생긴 때에만 신의칙상 보험금 지급 거절의 사유가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윤씨가 사고경위를 허위로 기재했지만 보험사고인 상해 자체는 고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사고 원인을 속여 보험금을 청구해 사기죄로 기소된 윤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울산지방법원 2012고단1467).
울산지방법원 2012. 11. 23. 선고 2012고단1467 판결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 A
【검사】이승우(기소), 박수정(공판)
【변호인】변호사 김익환
【판결선고】 2012. 11. 23.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9. 8.경 피해자 B보험주식회사의 의료실비 보전을 주요 보장 내용으로 하는 ‘무배당C원더풀보험H4'에, 2009. 12. 15.경 피해자 D보험주식회사의 위와 유사한 보장 내용의 ‘무배당00가족사랑보험’ 및 2011. 3. 22.경 같은 회사의 유사한 보장 내용의 ‘무배당00행복을다주는가족사랑보험’에, 2011. 6. 7.경 피해자 E화재보험주식회사의 위와 유사한 보장 내용의 ‘무배당00퍼펙트스타종합보험’에 각 가입한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이다.
피고인은 2011. 1.경부터 배우자인 F과 별거하며 울산 울주군에 있는00원룸 203호에서 거주 하였는바, 같은 해 7. 21. 01:00경 피고인의 이성 친구 G과 위 거주지에서 맥주를 마신 후 잠을 자고 있었는데, F이 찾아와 소리치며 초인종을 누르자 주방 창문을 열고 위 원룸 외벽 돌출 부분에 발을 걸치고 양손으로 창틀을 잡은 채 매달려 있던 중, 피고인을 발견한 위 G이 건넨 이불을 잡고 원룸 안으로 들어오려다 바닥에 추락하여 양측 종골 분쇄 골절, 흉추(척추) 제12번 골절상을 입게 되자 상해를 입은 경위를 허위 기재하여 피해자들로부터 보험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이 가입한 위 4개의 보험 약관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가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였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경우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는 손해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을 상실하게 된다.
1) 피해자 D보험주식회사에 대한 사기
피고인은 2012. 2. 7.경 울산 중구 학산동에 있는 피해자의 울산 대리점에서, 후유장해진단서를 첨부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보험금 청구서에 사실과 달리 사고 경위를 ‘경남 밀양시 상동면 옥산리 소재 옥산교 바로 옆 도로변에 주차해 둔 스타렉스 승합차 조수석에서 물건을 꺼내던 중 4m 높이의 비탈길 바닥으로 추락하여 다쳤다.’고 허위로 기재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해 3. 9.경 후유장해보상금 명목으로 47,219,032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2) 피해자 E화재보험주식회사에 대한 사기
피고인은 같은해 3. 12.경 울산 남구 달동에 있는 피해자의 울산대리점에서,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보험금 청구서에 제1.항 기재와 같이 사고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해 4. 18.경 후유장해보상금명목으로 55,2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3) 피해자 B보험주식회사에 대한 사기미수
피고인은 같은해 4. 19.경 울산 남구 달동에 있는 피해자의 대리점에서,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보험금 청구서에 제1.항 기재와 같이 사고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으려고 하였으나, 같은해 5. 10.경 피고인이 체포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판단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B보험주식회사, D해상보험주식회사, E화재보험주식회사의 각 해당보험에 공소사실 요지 기재와 같이 가입하였다.
② 피고인은 같은 해 7. 21. 01:00경 울산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에 있는 00원룸 000호에서 피고인의 이성 친구 G과 위 거주지에서 맥주를 마신 후 잠을 자고 있었는데, 별거하던 남편인 F이 찾아와 소리치며 초인종을 누르자 주방 창문을 열고 창문 밖으로 나가 위 원룸 외벽 돌출 부분에 발을 걸치고 양손으로 창틀을 잡은 채 매달려 있던 중, 피고인을 발견한 위 G이 건넨 이불을 잡고 원룸 안으로 들어오려다 바닥에 추락하여 양측 종골 분쇄 골절, 흉추(척추) 제12번 골절상을 입게 되었다.
③ 피고인은 위와 같은 상해 경위와 달리 위 공소사실 요지 기재와 같이 사고 경위를 ‘경남 밀양시 상동면 옥산리 소재 옥산교 바로 옆 도로변에 주차해 둔 스타렉스 승합차 조수석에서 물건을 꺼내던 중 4m 높이의 비탈길 바닥으로 추락하여 다쳤다.’고 허위로 기재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여, D보험주식회사 및 E화재보험주식회사로부터 후유장해보상금을 각 지급받고, B보험주식회사에는 보험금을 청구하였다가 지급받지는 못하였다.
④ 위 각 보험회사의 해당보험약관에는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피보험자의 ‘고의, 자해, 자살미수, 형법상의 범죄행위 또는 폭력행위’ 등을 들고 있다.
나.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남편을 피해서 3층 높이의 창문 밖에 매달려 있다가 바닥에 추락하여 이 사건 상해를 입은 것이므로 이를 피고인이 ‘고의, 자해, 자살미수 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의 과실 또는 중과실 등으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보험으로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보험사고를 야기하였을 경우에는 계약상 또는 신의칙상 그 지급거절의 사유가 발생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사고경위를 실제와 다르게 기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보험회사에 대하여 계약상 보험회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할 만한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에다가 사기죄를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착오와 처분행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사고경위를 허위로 기재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가 일부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한 것이기는 하나, 보험사고인 상해 자체는 보험금 지급거절사유인 고의 등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 과실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것으로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고, 보험회사로서는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금을 지급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은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로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