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차 세우려다 견인되던 자신의 차량에 치여 사망, 운행중 사고에 해당 안 돼 보험금 못 받는다
요지
불법주차한 자신의 차량을 끌고가는 견인차를 세우려고 뛰어가다 견인되는 자신의 차에 치여 숨졌다면 이는 운행중 사고로 볼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사실관계
A씨는 2015년 3월 스타렉스 승합차를 경주시 한 도로에 주차해뒀다. 주차위반을 발견한 주차단속견인차 기사는 스타렉스의 한쪽을 들어올리고 다른쪽 두 바퀴를 이용해 차를 끌고갔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A씨는 쫓아가 주행하고 있던 견인차와 스타렉스 사이에서 견인차 뒷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멈추라고 이야기하며 달렸다.
그러다 견인차 속도가 높아지자 넘어져 견인되던 스타렉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A씨의 자녀들은 "사고가 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에 해당한다"며 스타렉스 차량이 보험에 가입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대구지법 민사18단독 박치봉 부장판사는 스타렉스는 자체 엔진 힘으로 움직인 것도, 외부의 힘에 의해서라도 독립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고 단지 견인차에 끌려갔을 뿐이어서 사회 통념상 주행으로 볼 수 없다. 사고 당시 스타렉스는 운송수단이라는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견인차의 화물에 지나지 않아 운행중 사고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자동차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해 핸들을 조작하는 상태에서 와이어로 다른 자동차에 연결돼 견인된다면 그 자동차는 운행 중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사고는 그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스타렉스 운행으로 인한 사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A씨 자녀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A씨의 자녀들에게 패소(대구지방법원 2015가단129059)판결을 내렸다.
한편 견인차 운전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방법원 2016. 4. 21. 선고 2015가단129059 판결 보험금
【원 고】 1. A
2. B
【피 고】 C
【변 론 종 결】 2016. 4. 7.
【판 결 선 고】 2016. 4. 21.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3. 11.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소외 D과 사이에 E 스타렉스 자동차(이하 ‘스타렉스’라 한다.)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를 D로 하고 보험기간을 2014. 12. 29.부터 2015. 6. 30.까지로 한 ‘하이카업무용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에 가입하였다.
나.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보상한도 : 피해자 1인당 2억 원(사망·후유장해)
② 보상하는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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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다음 중 어느 하나의 사고로 인하여 죽거나 상해를 입은 때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여 드립니다.
① 피보험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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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피보험자 : 기명피보험자, 친족피보험자, 승낙피보험자, 사용피보험자, 운전피보험자
다. 소외 F은 평소 D의 승낙을 얻어 스타렉스를 운행해 왔는데, 2015. 3. 11. 당시 스타렉스를 경주시 G 소재 도로에 주차해 두었다. 소외 H는 그날 10:30경 주차단속 견인차로 위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스타렉스의 한쪽을 들어올려 다른쪽 두 바퀴만 도로 위를 구르는 상태로 스타렉스를 견인하고 있었다. F은 그 모습을 보고 스타렉스가 견인되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 뛰어가, 주행하고 있던 견인차와 견인되는 스타렉스 사이에서 견인차 뒷부분을 한손으로 잡고 달리면서 정지하라는 취지로 손짓을 하면서 달렸다.
그러다가 견인차의 속도가 높아지자 F이 넘어지면서 견인되고 있던 스타렉스에 치이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고, F은 그날 12:42경 병원에서 사망하였다.
라. 원고들은 망 F의 자녀들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스타렉스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에 해당한다. F은 승낙피보험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여 299,606,351원 상당의 손해[일실수입 251,606,351원, 장례비 3,000,000원(원고들 지출), 위자료 45,000,000원]를 입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손해 중 보상한도 범위 내인 2억 원(원고들 각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스타렉스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자동차의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거나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호).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로서 자동차의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자동차에 고유한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중에 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89 판결), 자동차의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른 사용 이외에 그 사고의 다른 직접적인 원인이 존재하거나, 그 용법에 따른 사용의 도중에 일시적으로 본래의 용법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위 용법에 따른 사용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역시 운행중의 사고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다71232 판결). 하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사고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용되었을 경우까지 자동차의 운행중의 사고라고 보기는 어렵다(위 대법원 2000다89 판결).
나. 이 사건 사고에서 스타렉스는 자체 엔진의 힘으로 움직인 것도 아니고 외부의 힘에 의해서라도 독립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견인차에 끌려가고 있었다. 사회통념상 이런 상태를 두고 스타렉스가 ‘주행’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스타렉스의 이동이 D이나 F과 같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었다. 한편 사고 당시 스타렉스의 두 바퀴가 도로 위를 구르는 상태였지만, 4륜자동차인 스타렉스는 원래 두 바퀴만으로 지속적으로 주행할 수 없고, 두 바퀴가 노면을 구르는 것은 견인차로 견인하는 방식에 따라 나타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스타렉스의 장치 일부가 운송수단이라는 스타렉스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스타렉스는 그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견인차의 견인대상 내지 화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사고는 ‘견인차’의 운행중 사고에 해당할 뿐이고 ‘스타렉스’의 ‘운행중’ 사고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만약 주차단속차량이 불법주차차량을 완전히 들어 올려 적재함에 싣고 가는 형태라면 적재된 불법주차차량이 단순한 화물에 지나지 않고 또 운행중에 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의문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반면 고장 난 자동차가 그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하여 핸들을 조작하는 상태에서 와이어로 다른 자동차에 연결되어 견인될 때 그 고장 난 자동차는 운행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사고는 위 두 가지 예들 중에서 전자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하는 사고이다.).
다. 원고들은, 주·정차된 차량의 제동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제동장치가 풀려 차량이 움직여 발생한 사고(1사례), 1차 교통사고 후 차량이 정차한 상태에서 발생한 2차 교통사고(2사례) 등이 주·정차된 차량의 운행중 사고로 인정된 판결례들을 들면서 이 사건 사고도 스타렉스의 운행중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 판결례들의 사안은 주·정차된 차량이 주·정차시부터 사고발생시까지 그 운행자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정차상의 과실이 바로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1사례) 또는 운행중 사고가 정차의 원인이 된 경우(2사례)이다. 반면 이 사건 사고에서 스타렉스의 움직임은 운행자의 지배 밖에서 견인차의 견인에 의해 일어났고 주차 자체의 교통상 위험이 현실화되어 사고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견인차량에 의한 견인과정에서 발생하여 주차와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이 사건 사고는 위 판결례와 사안이 매우 달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결국 이 사건 사고가 스타렉스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그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