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자의 실종으로 인한 보험료미납, 보험수익자에 대한 납입 최고의 필요성과 소멸시효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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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의 해지를 주장하며 보험금지급을 거절하였더라도 해지의 적법성에 대하여 별다른 검토도 하지 않은 채 해지환급금만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을로서는 당시에 해지환급금만을 신청할 것이 아니라 보험금청구에 대하여 권리행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것이므로 보험회사의 소멸시효완성주장이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
1.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인 B에게만 보험료납입을 통지하고 C에게 통지하지 않은 채 한 보험계약 해지가 적법한지 여부
2. 보험계약 해지가 적법하지 않은 경우 보험금 청구권이 유효하게 발생하였는 바, 이 경우 2011. 11. 보험금 청구를 하였음에도 보험회사가 이를 해지를 주장하며 거절하여 C로서는 해지환급금만 신청하여 이를 수령하고, 별다른 권리행사없이 2년의 소멸시효기간을 도과한 뒤인 2014. 7.경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뒤 2014. 12.경 보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에 보험회사의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권리남용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사실관계
A보험사는 2002년 4월 B씨에게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보험수익자는 B씨의 아내 C씨였다. 그런데 2004년 11월 B씨가 실종되면서 B씨 명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되던 보험료가 2006년 9월부터 납입되지 않았다. A사는 B씨에게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된다"고 통보했지만, 보험료는 납부되지 않았고, A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2011년 8월 법원에서 B씨에 대한 실종선고가 내려졌고, B씨의 아내 C씨는 그해 11월 A사에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A사는 보험료 미납으로 계약이 실효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C씨는 보험 해지에 따른 해약환급을 신청해 A사로부터 2300여만원의 환급금을 받았다. 그러나 C씨는 이후 다시 남편에게만 밀린 보험료를 납부하라고 했을 뿐, 보험수익자인 내게는 보험료를 내라고 최고(催告)한 적이 없어 A사의 일방적인 보험계약 해지는 무효라며 남편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고 A사에 요구했고, A사는 2014년 7월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C씨도 같은해 12월 반소를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해약환급금 지급증명서에 보험계약이 실효해약 상태로 기재돼 있고, C씨 스스로 해약환급금을 신청해 환급금을 수령한 사실 등을 보면 A사가 C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C씨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했다고 볼 수 없다. A사가 보험계약이 실효 또는 해지되지 않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C씨에게 허위사실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어 C씨가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당하면서 해지사유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해약환급금 지급을 신청했다고 보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C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효중단 조치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으므로 A사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A사가 C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서울고등법원 2015나205832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C씨의 상고포기로 확정되었다.
1심은 A사가 보험수익자인 C씨에게 따로 보험료를 내라고 통보하지 않아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볼 수 없는데도 보험계약 해지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며 C씨가 소멸시효 완성 전 적법하게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했는데도 이를 거절한 뒤 A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면서 A사가 C씨에게 3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례평석] 보험수익자에 대한 납입 최고의 필요성과 소멸시효 완성에 대한 항변의 제한
- 서울고등법원 2016.07.22.선고 2015나2058325 판결(확정) -
출처 : 월간생명보험 APRIL 2017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김선정
Ⅰ. 사실관계 및 다툼
1. 기초사실
이 사건 생명보험회사(이하 ‘원고 보험사’로 줄여 씀)는 2002. 4. 11. B과 종신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으로 씀)을 체결한 보험자이며, 피고 C(이하 ‘피고’로 줄여 씀)은 B의 아내로서 이 사건 B의 사망시 보험수익자로 지정되어있다. B은 2004. 11. 15. 이후 생사불명이었는데 2009. 11. 15. 실종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2011. 8. 30.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받았으며1) 위 실종선고 심판은 2011. 9. 15.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 월 1,213,900원은 B의 이름으로 된 은행계좌를 통한 자동이체 등으로 납입되다가 2006. 9월분부터 납입이 중지되었다. 이에 원고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인 B에게 ① 2006. 10. 1.에 9월분 보험료가 미납되었으며 이를 10월 말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2006. 11. 1.자로 보험계약이 해지된다고 통지하였고, 이후에도 위 지정기일까지 보험료가 납부되지 아니하자 ② 2006. 11. 3. 이 사건 보험계약이 2006. 11. 1. 해지되었으며 2008. 10.까지 효력회복이 가능하다고 통지하였는데, 그 중 ②를 2016. 11. 14. B의 이모인 을이 수령한 사실만이 확인되었다.
피고는 2011. 11. 30. 원고 보험사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였는데, 원고 보험사는 2006. 11. 1. 자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실효되었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였다. 피고는 같은 날 휴면보험금의 지급을 신청하여 2012. 12. 2. 이 사건 보험계약해약환급금 23,926,366원을 수령하였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는 보험계약자가 제2회 이후의 보험료를 납입기일까지 납입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납입기일 다음날부터 납입기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말일까지를 납입최고기간으로 하여 이행을 최고하고 납입최고기간 안에 보험료가 납입되지 아니한 때에는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날 계약을 해지한다고 규정한다. 또 납입최고는 보험계약자(타인을 위한 보험의 경우 특정된 수익자 포함)에게 납입최고기간 안에 밀린 보험료를 내라는 점과 그 기간 안에 내지 않을 경우에는 보험계약을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 계약이 해지된다는 점과 그 점에 대하여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15일 이전까지 서면 또는 전화(음성녹음)로 알려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였을 때에는 보험가입금액 전액을 지급하는데, 사망에는 보험기간 중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2. 당사자 사이의 다툼
이 사건 피고는 실종선고는 사망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들어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 보험사는 피고의 보험금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료 미납으로 실효되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며 보험금지급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계속 다투자 자신의 보험금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에 대하여 확인해 달라며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가 반소를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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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심 법원은 2011. 8. 24. 실종선고가 있었다고 하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Ⅱ. 소송의 경과
1. 제1심2)
법원은 원고 보험사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보험사는 피고에게 370,000,000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원고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납입을 최고하였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이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인 이상 보험수익자인 피고에게도 납입을 최고하였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보험계약은 해지되지 아니하였다고 판결하였다. 피보험자가 실종되어 실종선고가 내려진 경우,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은 실종선고일에 기산하며, 이 사건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으나 원고 보험사가 시효완성을 주장은 권리남용이며 신의칙에 반하므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에 대하여 항변하는 피고의 주장이 이유있다고 보았다. 이에 원고 보험사가 항소하였다.
2. 제2심3)
항소심 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심과 달리 피보험자가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실종기간만료일이나 실종선고일이 아닌 실종선고확정일이라고 보았다. 또 이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으며 이에 대하여 항변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 피고가 상고를 포기하여 항소심판결로 다툼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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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9. 3. 선고 2014가합35235(본소), 2014가합40404(반소)판결
3) 평석대상판결
Ⅲ. 평석
1. 쟁점
이 사건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는 실종선고를 받았고 실종선고를 받은 자는 실종선고기간이 만료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보므로(민법 제28조), 이 사건 피보험자는 2009. 11. 15. 사망한 것이 된다. 그러나 원고 보험사는 2006. 11. 1.에 보험료지급지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는 것이고,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따져 볼 것은 다음의 3 가지이다. 첫째, 상법 제650조 제3항에 따르면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이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일치하지 아니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을 경우 보험자는 보험계약자뿐만 아니라 보험수익자에게도 이행의 최고를 하여야 하고 보험수익자도 보험료를 내지 아니하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원고 보험사가 이행의 최고를 한 것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 피보험자가 실종된 이 사건에서 만일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제대로 해지되지 아니하였다면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기산되느냐 하는 점이다. 셋째, 보험금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 보험수익자가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항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료납입의 최고
(1) 약관규정과 해석
이 사건 약관에는 제2회 이후의 보험료가 납입기일까지 납입되지 아니하여 보험료 납입이 연체 중인 경우에, 정해진 날까지 보험료를 지급할 것과 그 정해진 날까지 지급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 계약이 해지됨을 회사가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15일 이전까지 서면 또는 전화(음성녹음)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약관조항은 상법 제650조 제3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해석상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① 동시통지 가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밀린 보험료를 낼 것을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동시에 통지하여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는 보험계약자가 납입을 지체하자마자 원고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한 번에 이행을 최고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보험계약자를 제1차 보험료지급의무자라고 하고 보험수익자를 제2차 보험료지급의무자라고 하지만, 보험수익자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본래 계약상 보험계약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의 하나인 보험료를 부담할 책임이 없다. 다만 보험수익자가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타인(보험수익자)를 위한 보험계약은 성립하는 것이고, 성립한 보험계약에서 보험수익자는 보험금청구권이라는 일종의 정지조건부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은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선택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보험계약을 유지할 기회를 주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라고 하여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 비하여 보험자가 보험료를 받는데 불리하게 할 이유는 없다.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라도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자가 보험금지급책임을 지고 다만 보험금을 줄 때에 받지 못한 보험료와 소정 이자를 공제할 수 있는 정도여서 납입최고기간을 길게 가져갔다가 결국 보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보험자에게 크게 불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험자는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았을 때,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각기 순차적으로 이행을 최고할 필요는 없고, 같은 시점에서 이행의 최고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건의 우편물로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통지하는 것은 안 된다. 또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부부간이라든지 같은 주소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둘 중 한군데에만 통지하는 것은 안 된다.
② 제1회보험료 지급지체시 통지 요부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보험계약자는 지체 없이 보험료의 전부 또는 제1회보험료 전액을 내야하며, 보험계약자가 이를 내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 성립 후 2월이 경과하면 그 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본다(상법 제655조 제1항). 이때에 보험자가 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 보험료지급의 통지를 하여야 하는지 의문인데, 해당약관에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한 통지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약관에서 제1회보험료지급지체시 보험자의 통지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의 경과로 당연히 계약이 해제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가계보험계약의 불이익변경(상법 제663조)이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 이유로 보험수익자에게도 제1회보험료도 이행을 최고할 필요가 없다.4) 제1회보험료의 이행을 계약의 당사자인 보험계약자에게 통지할 필요가 없는데 보험수익자에게는 통지하라고 한다면 논리적이지 못하다. 또한 보험료 지급지체시 이를 보험계약자에게 알리고 이행을 최고하여야 할 보험자의 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655조 제2항도 “계속보험료가 약정한 시기에 지급되지 아니한 때에는”이라고 하여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최초보험료의 지급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달리 이행을 최고하거나 보험자의 해제의 의사표시 없이도 보험계약 체결 후 2월의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보험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되어 소멸한다. 만일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간에 최초보험료의 지급이 없이도 보험자의 책임이 개시되는 것으로 정한 때(상법 제655조의 ‘다른 약정’)에는 그 계약에서는 최초보험료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최초보험료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자의 책임은 이미 개시된 것이고, 만일 최초보험료를 내서 일단 시작된 보험자의 책임을 계속 이어지게 하는 계속보험료 지급지체가 있다면 보험자는 이행의 최고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새긴다면 상법 제650조 제3항에서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의 경우에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지급을 지체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타인에게도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보험료의 지급을 최고한 후가 아니면 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조항의 해석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제3항에서는 제2항과 달리 “ ‘계속보험료’가 약정한 시기에 지급되지 아니한 때에는”이라는 표현은 없다. 또 “해제”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타인에게도”라는 표현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험계약자에게 최고하지 아니하고 보험수익자에게 최고한다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제650조 제3항에서 “계속보험료가 약정한 시기에 지급되지 아니한 때에는”이라는 문언이 없지만 그 문언이 있는 것과 같게 새겨야 한다는 것이 된다. 또 제3항에서 ‘해제’란 제650조 제1항에서의 ‘해제’가 아니라 보험료지급기간까지 보험료 내기를 기다려보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 지급여부를 확인한 후 지급기간 경과시점에 소급하여 계약을 소멸시키는 시키는 실무적 경우나 보험료지급지체 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 지급관계를 원상에 돌리기 위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5)
아무튼 이 사건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의 계속보험료를 내지 아니하는데 대하여 원고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각각 최고하여야 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권한이 생긴다.
③ 계약해지사실을 보험수익자에게 따로 통지하여야 하는지 여부
보험수익자에게 납입을 최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에 의한 납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보험계약이 약관에서 정한 날에 해지된 경우, 이를 보험수익자에게 따로 알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실무상 해지통지에는 보험계약이 보험료미납으로 해지되었다는 것과 그럼에도 일정한 기간 내에 밀린 보험료와 이자를 내고 보험계약의 부활을 청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보험수익자에게도 부활청약의 기회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 상법 제650조 제3항의 취지와 보험수익자 보호에 충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법 및 약관에서 계약이 해지되었음을 따로 알리도록 규정한 바 없고, 보험수익자는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아니므로 계약의 소멸 여부를 그에게까지 알릴 필요는 없다. 또 부활을 청약하는 것도 보험계약자가 하는 것이지 보험수익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6) 따라서 굳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통지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④ 이른바 추가 유예기간의 경우
일부 보험사는 보험료불지급을 이유로 보험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통지하면서 상법이 규정하는 보험계약의 부활 외에, ‘특별부활’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추가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월 ●일까지 보험료를 납부하면 따로 부활청약을 하거나 밀린 보험료에 대한 이자를 낼 필요가 없이 보험계약이 유지된다고 안내하여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이 ‘특별부활’ 안내로 보험계약의 해지시점이 미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특별부활은 보험료납부 유예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추가’로 보인다.
즉, 최초의 납입유예기간이 지났으므로 보험계약은 일단 해지되지만 만일 재차 추가된 기간 내에 보험료지급이 이루어진다면 보험계약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조건부 해지이다. 따라서 추가유예기간 내에 보험료가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해지 후 보험료지급기간 사이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보험금지급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상법 제655조의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지급하도록 한 ‘그 기간’ 내에 발생한 사고와 다르다. 그런데 바로 이 차이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의 오해가 많으므로 보험자는 해당 통지의 문언을 작성할 때 유의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새기는 이상 추가유예기간에 대하여 보험계약자 외에 보험수익자에게 따로 통지할 의무는 없다고 하겠다.
(2) 보험수익자가 보험계약자의 배우자이며 주소지가 같은 경우
위와 같은 해지예고부 최고는 반드시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에게 따로 하여야 할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원고 보험사가 밀린 보험료를 내라고 보험계약자에게 최고하였으나 보험수익자에게는 따로 이행의 최고를 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당시 보험수익자가 보험계약자의 아내로서 주소지가 같았다면 실제로 보험수익자가 최고 사실이나 그 내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원고 보험사는 이 점과 보험계약자가 실종된 후에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가 1년 이상 납입된 점, 피고는 실종선고 심판확정 후 2개월만에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고 해약환급금을 수령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 보험사가 피고에게도 지급을 최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보험사가 드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도 보험료의 지급을 최고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다. 더구나 이 사건 원고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미납에 따른 계약해지(확인) 및 효력회복 안내’를 발송한 주소지에 피고가 1999. 8. 21. 전입하였다가 2002. 8. 12. 전출하여 계속 다른 주소지들에 거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제1심법원과 항소심법원 모두 원고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지급채무의 이행을 최고한 사실만 가지고는 아무리 보험수익자가 보험계약자의 배우자이며 주소지가 같다고 하더라도 보험수익자에 대한 이행의 최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자인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험수익자에게 이행을 최고한 사실이 증명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원고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3) 해지예고부 최고의 도달에 대한 증명책임
내용증명우편이나 등기우편과는 달리 보통우편의 방법으로 발송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우편물이 상당기간 내에 도달하였다고 추정되지 않으므로 송달의 효력을 주장하는 측에서 증거에 의하여 도달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등기우편의 경우에도 장기폐문, 폐문부재 등의 사유로 최고가 반송된 경우 해지의 효력이 없다.7) 보험자가 변경전 주소지로 내용증명우편을 한 납입최고가 폐문부재로 반송불능된 경우에는 보험자가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든가, 자동차 차적을 추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과실없는 것으로 본다는 판례가8) 있다.
(4) 소결
생각건대, 상법과 이에 따른 약관이 보험수익자에게도 이행을 최고하도록 한 것은 그가 비록 계약당사자는 아니지만 보험계약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위를 지닌 자이기 때문이다. 그 취지를 생각한다면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지급하여 보험계약이 해지될 상황에 처한 경우에 보험수익자에 대한 이행의 최고는 보험계약자에 대한 것과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밑줄 필자).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동거가족이거나 보험수익자가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이유로, 피보험자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하여도 따로 보험수익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9)
다만 보험계약자에게만 이행의 최고를 하였는데, 이를 알게 된 보험수익자가 보험자에게 보험료지급방법을 문의하여 온 경우와 같이 보험수익자가 최고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하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보험자는 납입최고기간이 경과할 때까지도 보험료를 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지예고부 최고를 하도록 한 취지는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가 연체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실효되는 등의 불이익을 피하도록 지급지체 사실을 알리고 이를 극복할 기회를 주는데 그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급심판결 중에, 비록 ‘보험계약자 등’이 우편 등 서면을 통한 최고 등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절차를 통하여 보험료가 연체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보험료 연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하여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있다.10)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로서는 보험수익자에게도 늘 통지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3. 실종사건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일과 소멸시효주장이 권리남용인지 여부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일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만일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11)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경우에도 보험수익자는 그와 같은 거절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항변을 인용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여야 한다.
(2) 이 사건 소멸시효의 완성여부와 원고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의 당부
① 피보험자 실종선고사건에서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이 사건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피고의 보험금청구권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실종기간이 만료되어 실종자가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점은 실종선고일이 아니라 실종기간 만료시이다(민법 제28조). 그런데 실종선고가 내려진 때에 사망보험금의 청구가 가능한 시점은 실종기간 종료일이나 실종선고 심판일이 아니라12) 사망사실에 대한 확인증명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된 때이다.(밑줄 필자) 즉, 가사심판의 효력발생 시기는 심판받을 사람이 심판을 고지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나 실종선고처럼 가사소송법 제43조에 의하여 즉시항고 할 수 있는 심판은 확정되어야만 효력을 발생(가사소송법 제40조, 가사소송규칙 제57조)하기 때문에 고지 후 일정기간 내에 즉시항고가 없이 지나가는 ‘심판확정일’을 사망에 따른 권리행사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잡는 것이다.13) 이 사건 항소심법원은 원심과 달리 위 사실을 확인하였다.
한편 이 사건에 적용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상법 제662조가 적용되므로 2년이다.14) B의 실종선고는 2011. 9. 15.에야 확정되었으므로 그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2년의 기간(2013. 9. 14.)의 경과로 소멸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피고의 반소는 2014. 12. 8.에야 제기되었으므로 그 시점에서는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피보험자 실종기간 : 2004. 11. 15. ~ 2009. 11. 15.(사망으로 간주되는 날 2009. 11. 15.)
○ 실종선고 심판일 : 2011. 8. 24.15)
○ 실종선고 확정일 : 2011. 9. 15.
○ 소멸시효기간(제소기간) : 2011. 9. 15.부터 2년간(구 상법)
○ 피고의 최초의 보험금청구, 원고 보험사의 지급거절, 피고의 휴면보험금 지급신청 : 2011. 11. 30.
○ 피고, 해약환급금수령 : 2011. 12. 2.
○ 원고 보험사,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제기 : 2014. 7. 9.
○ 피고의 반소제기 : 2014. 12. 8.
이 사건 원심과 항소심은 피보험자가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각각 실종선고를 받은 날과 실종선고가 확정된 날로 다르게 잡았는데, 후자가 옳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는 어느 날을 기산일로 삼더라도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② 소멸시효 주장의 당부
위에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피고의 보험금청구권은 시효기간의 경과로 소멸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 보험사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며 보험금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민법 제2조를 들어 항변하였다.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사법 전부에 통용되는 법의 대원칙이다. 따라서 채권자의 권리행사에 대항하는 채무자의 소멸시효 주장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
대법원도16)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민법 제2조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결하고 있다.
예컨대,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는 2년이라는 매우 짧은 소멸시효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보험회사 스스로 보험금청구건자의 사정에 성실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여러 가지 장애사유 중 권리자의 심신상실상태에 대하여는 특별한 법적 고려를 베풀 필요가 있다는 점, 피해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의식불명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그 사고 직후부터 명확하게 알고 있던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사실상 대리인에게 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하여 법원으로부터 금치산선고를 받지 아니하고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데 일정한 기여를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바 있다.17)
그러나 채무자의 시효완성 주장이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시인할 수 없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효제도의 본래 취지를 흔들 정도의 항변이 일반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유족들의 공제금 지급 문의에 공제사업자가 사고조사 및 관련 서류구비 후의 지급청구를 요구하였으나 그 외에 달리 시효중단 조치를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 공제사업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18) 같은 논리로 보증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보상심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음에도 피보험자가 이에 불응하여 보상심사를 종결하였고, 추후 필요서류를 준비하여 소멸시효 기간 내에 재청구할 수 있음을 피보험자에게 고지한 행위는 보험금지급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이루어진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채무의 승인 내지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요구 내지 고지행위가 시효완성 전에 피보험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판례가19) 있다.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를 부인하는데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은 정부가 민간인을 상대로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대법원은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서와 같은 특별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20)
위 대법원의 2008다15865 판결은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부정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는데 경청할만한 것이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허용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법원칙을 들어 말하자면 당해 법제도의 외부로부터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법의 해석·적용에서 구현되어야 할 기본적으로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법률관계에는 불명확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내재하는바 그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을 취지로 하는 소멸시효제도에 있어서는, 애초 그 제도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에 관하여 신의칙을 원용함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되어 왔던 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기준을 내용이 본래적으로 불명확하고 개별 사안의 고유한 요소에 열려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법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요한다.」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점을 들어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부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그와 같은 경우를 인정함에는 ‘주의를 요한다’거나 법해석의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하여야 한다’거나,21)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한다’고22) 거듭 밝히고 있다(밑줄 필자).
이 사건 원심법원은 이 사건 원고 보험사가 해지되지도 않은 보험계약을 해지되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고, 원고 보험사가 발급한 해약환급금지급증명서 등에 해약사유가 나타나있지 아니하며, 원고가 피고에게 보험업법 제95조의2 제4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설명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시효완성 전 피고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보험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원고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와 신의칙의 정도를 고려할 때 상소심 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이 옳아 보인다. 다만 신의칙위반이 아니라는 이유 중, 보험자가 보험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어서 보험금지급 청구를 거절하였다는 사실, 원고 보험사의 잘못된 판단과 안내에 기하여 피고가 해지환급금을 신청하여 수령하게 된 사실을 들어 피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관란하게 하였다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부분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원고 보험자의 지급거절행위와 해지환급금수령 안내는 피고가 보험에 관한 전문가가 아닌 한 피고로 하여금 보험금청구권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사실들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항소심 판결문 각주 3)에서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에게 지급을 최고한 것만으로 피고에게도 보험료의 지급을 최고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당부를 떠나’ 보험자의 판단 자체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시한 것은 잘못된 원고 보험사의 업무처리를 옹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사건 피고의 보험금청구가 부정되는 것은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이고, 원고 보험사의 시효완성 주장을 뒤집을 정도의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 한다는 것일뿐, 원고 보험사의 그동안의 업무처리가 나무랄 것 없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Ⅳ. 맺음말
대상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마무리되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원고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게 밀린 보험료를 내라고 통지하였을 뿐 보험수익자인 피고에게 보험료를 내라고 한 사실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 보험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는 제1심·제2심 법원이 모두 확인하고 있는 사실이다. 보험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으니 해지환급금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피고가 보험금을 청구하였을 때에 원고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고 그 대신 23,926,366원의 해지환급금을 준 것은 ‘줄 수 없는 것을 준 것이니’ 위법한 업무처리이고 해지환급금을 휴면예금관리재단에서 받아 가도록 안내하였다면 그것도 잘못이다. 재판과정에서 원고 보험사가 해지환급금을 돌려 달라고 주장한 사실도 보이지 않는다. 만일 보험수익자에게 제대로 된 통지를 하였다면 계약이 존속되었을 가능성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원고 보험사는 업무처리를 잘못하였다.
물론 보험수익자인 피고가 주소를 변경하였을 때에 보험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은 약관에 위반한 것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주소변경통지의무는 보험약관뿐만 아니라 금융거래약관에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자가 계약체결시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통지할 때마다 보험자가 주소변경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보험자가 보험수익자에게 아예 지급을 통지한 바 없는 이 사건에서는 보험수익자의 주소변경을 탓하기도 어렵다.
청약서상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같은 주소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3자에 대한 지급통지를 생략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판결문만 갖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원고 보험사가 보험수익자에게 따로 통지하였다면 주소지 거주인이 우편물을 보험수익자에게 전달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보험료지급지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수익자에 대한 통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피보험자가 실종된 경우, 사망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실종선고만료기간(사망간주시점)이나 실종선고일이 아니라 실종선고확정일이라는 점도 재확인하였다.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무엇보다도 보험자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할 때에 신의칙위반 또는 권리남용금지원칙 위반을 들어 이를 항변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그 점에서 원심과 결론이 엇갈렸다. 이는 당연한 법리를 밝힌 것이지만 요즘처럼 보험소비자보호를 위하여 보험자가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센 시점에서 원칙이 무엇인지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시효는 법률생활의 안정을 떠받치는 제도이자 권리행사에 태만한 자에 대한 제재로, 채무자가 시효완성을 원용할 경우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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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필자와 같은 입장으로는 최준선, 「보험ㆍ해상ㆍ항공운송법」, 삼영사, 2016, 171면.
5) 입법론으로 제650조 제3항의 ‘해제’라는 단어는 삭제하자는 최준선, 앞의 책, 171면.
6) 생명보험표준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계약의 부활청구는 상법 제650조의2(보험계약의 부활)과는 다른 제도이다.
7)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사건 96-58 : 개인용자동차보험분쟁 ‘96. 9. 30.
8)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2. 8. 선고 2010가합94606 판결
9) 상법 제650조 제3항에서의 ‘타인’은 손해보험계약에서는 피보험자이지만 인보험계약에서는 ‘보험수익자’의 의미이다. 따라서 인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가 서로 다른 경우 보험자는 보험수익자에게 지급을 최고하여야 한다. 설사 그동안 피보험자가 보험료를 실제로 부담해왔다고 하여도 피보험자에게 최고하는 것은 법적 의미가 없다. 서울중앙지법 2005. 12. 23. 선고 2005가합93098 판결.
10) 서울남부지방법원 2004. 5. 12. 선고 2003가단20569 판결
11)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4다212926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101776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19624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판결.
12) 이 점에 관하여 원심법원은 사망간주효과가 실종선고로 비로소 발생하였으므로 실종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를 보험금지급사유인 “사망하였을 때에”해당한 것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보았으나 항소심법원은 달리 해석하였다.
13) 선박에 승선하여 연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선원의 행방불명으로 인한 유족들의 공제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공제약관상 규정된 선원이 행방불명된 때로부터 1월이 경과한 시점이 아니라 실종선고 심판이 ‘확정된 때’로 본 사례.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2622 판결.
14) 2014. 3. 11. 개정된 상법 보험편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되어 있으므로 2015. 3. 12.일이 시행일이다. 개정된 새 법은 이 법 시행 후에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하여 적용하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제662조는 이 법 시행일 전에 체결된 보험계약의 청구권이 이 법 시행일 이후에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개정법에 따라 3년이 아니라, 개정 전의 구법이 적용되어 2년이다.
15) 원심법원은 이 사건 실종선고일을 2011. 8. 30.이라고 적었는데, 항소심법원은 이를 2011. 8. 24.로 적고있다.
16)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95847 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두8332 판결
17)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44327 판결
18)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2622 판결
19)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5331 판결
20)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9278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1두24798 판결
21)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95847 판결. 최근 자살보험금 관련한 대법원판결의 취지도 같다.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24183, 224190 판결
22)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9019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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