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훼손된 보험증권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여기에 기재된 내용을 두고 가입자와 보험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전체취지와 부합 않으면 고객에 불이익
요지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와 소송을 하면서 일부 훼손된 보험증권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여기에 기재된 내용을 두고 가입자와 보험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다른 자료에 비춰 보험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
사실관계
이씨는 1995년 현대해상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 보험가입자가 10년 동안 3개월마다 30만원씩의 보험료를 납입하면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10년 동안 3개월마다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이씨가 받은 보험증권에는 만기 후 이씨가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3개월마다 180여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씨가 만기 후 보험금을 청구하자 현대해상은 이율의 변동에 따라 연금액을 달리 지급하기로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연금으로 60여만원만 지급했다.
이씨는 소송을 내면서 보험증권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 보험증권은 2개의 점선을 이용해 3단으로 접히게 돼 있었는데 마지막 3단 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현대해상보험은 보험증권에서 떨어져나간 부분에 연금액 변동 가능성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현대해상보험이 훼손되지 않은 보험증권의 예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계약 당시 이율 변동에 대해 이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일방이 일부가 훼손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상대방이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의 기재와 상반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인정돼 문서 전체의 취지가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의 주장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이로 인한 불이익은 훼손된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50조(당사자가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런 사용방해 목적이 없는 경우에도 문서 제출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해상의 전산정보나 비슷한 무렵 판매된 보험상품의 보험증권 기재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이 보험의 연금액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증권 중 훼손된 부분에 현대해상이 주장처럼 '실제 지급 받는 연금액이 정기예금이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기재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보험사에 패소 판결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이모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대법원 2014다8154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5.11.17, 선고, 2014다81542, 판결 보험금
【판시사항】
[1]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는 경우, 보험계약의 내용을 확정하는 방법 및 보험계약자가 확정된 보험계약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기 위한 요건
[2]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일방이 일부가 훼손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상대방이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의 기재와 상반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증거가치 판단과 사실인정의 방법
【판결요지】
[1] 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를 지고,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상법 제638조의3 제1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3항, 제4항]. 이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약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조항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못하는 경우 보험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고, 다만 유효한 부분만으로는 보험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그 유효한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약관규제법 제16조). 그리고 나머지 부분만으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경우에 보험계약의 내용은 나머지 부분의 보험약관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확정되어야 하고, 만일 보험계약자가 확정된 보험계약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려면 보험자와 사이에 다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약관규제법 제4조).
[2]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일방이 일부가 훼손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상대방이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의 기재와 상반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문서제출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문서를 훼손하였다면 법원은 훼손된 문서 부분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민사소송법 제350조), 그러한 목적 없이 문서가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서의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과 상반되는 내용의 기재가 있을 가능성이 인정되어 문서 전체의 취지가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의 주장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이로 인한 불이익은 훼손된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참조조문】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 제4항, 제4조, 제16조, 민법 제105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2]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50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외 3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4. 10. 24. 선고 2014나27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를 지고,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상법 제638조의3 제1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3항, 제4항].
이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약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조항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못하는 경우 보험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고, 다만 유효한 부분만으로는 보험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그 유효한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약관규제법 제16조).
그리고 나머지 부분만으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경우에 당해 보험계약의 내용은 나머지 부분의 보험약관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확정되어야 하고, 만일 보험계약자가 이렇게 하여 확정된 보험계약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려면 보험자와 사이에 그 다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약관규제법 제4조).
나. 한편 민사소송에 있어 당사자 일방이 일부가 훼손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상대방이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의 기재와 상반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문서제출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그 문서를 훼손하였다면 법원은 훼손된 문서 부분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민사소송법 제350조), 그러한 목적 없이 문서가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서의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과 상반되는 내용의 기재가 있을 가능성이 인정되어 문서 전체의 취지가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의 주장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이로 인한 불이익은 훼손된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5. 1. 25. 피고와, 원고가 10년 동안 월 300,0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면, 피고는 보험기간 동안 급격·우연·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의 결과 발생한 사망 또는 후유장해에 의한 손해를 보상하고 원고가 만 55세 되는 해(年)부터 10년 동안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연금저축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지급되는 연금액은 피고의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이하 ‘산출방법서’라고 한다)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산출방법서에 의하면 연금액은 복잡한 수학식에 의하여 계산하도록 되어 있는데, 연금액은 보험료 중 연금의 지급을 위하여 적립하여야 하는 금액, 즉 책임준비금의 액수와 연금 지급 당시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고, 책임준비금 자체도 보험료 납입 당시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보험약관 제19조 제2항 본문은 ‘연금의 지급형태는 연금지급기간 동안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연금지급기간 동안 매년 일정한 비율 또는 금액으로 증액한 금액을 지급하는 체증형, 연금지급기간 중 일부 기간에는 정액형으로 나머지 기간에는 체증형으로 지급하는 혼합형 중 보험계약자의 선택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항 단서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이 변동될 경우 위 각 지급형태에 따라 지급되는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연금의 지급형태로 정액형을 선택하였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교부받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증권(이하 ‘이 사건 보험증권’이라고 한다)의 ‘보상구분’란에는 “연금은 10년간에 걸쳐 3개월마다 1,821,380원을 계약해당일에 총 40회 지급하여 드립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증권은 2개의 점선을 이용하여 3단으로 접히게 되어 있고, 원고는 이 사건 보험증권을 그 3단 부분이 떨어져 나간 채로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연금에 관한 위와 같은 기재는 이 사건 보험증권의 2단 부분에 있는 것이다.
라.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피고의 전산정보(상품보장내역)에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따라 실제 지급되는 연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될 무렵 판매된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보험상품의 보험증권에는 그 2단 부분에 이 사건 보험증권의 ‘보상구분’란 기재와 유사한 기재가 있으며 그 3단 부분에 “해당 납입일자에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거나 기준이율(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 × 125%: 현행 10.625%)의 변동 및 계약변경이 있을 경우 상기 예정연금액과 실제연금액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기재가 있다.
마. 원고는 10년 동안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를 모두 납입하였고, 2013. 1. 25.이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연금지급개시일이 도래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연금보험에서 향후 지급받는 연금액은 당해 보험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연금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보험자 등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수학식에 의한 복잡한 연금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연금액과 함께 그것이 변동될 수 있는 것이면 그 변동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액이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피고는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약관 제19조 제1항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한 연금액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되며, 제19조 제2항 단서는 정액형이라고 하더라도 지급되는 연금액이 반드시 일정한 것은 아니고 체증형이나 혼합형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비율 또는 금액 외에 연금액의 변동 요인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앞서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약관 제19조 제2항 단서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제19조 제1항도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과 관련이 있지만, 이 조항은 연금액의 계산에 관한 것이므로 이 조항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않는다면 연금보험인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연금액에 관한 해석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증권에 기재된 금액을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액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와 그러한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나. 한편 이 사건 보험증권은 그 일부가 훼손된 채로 증거로 제출되었는데, 앞서 본 피고의 전산정보(상품보장내역)의 기재 내용,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될 무렵 판매된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보험상품의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증권 중 훼손된 부분에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액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따라 변동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보험증권이 그 전체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3개월 단위 연금액을 1,821,380원으로 확정적으로 기재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이 성립한 이후 보험계약의 성립과 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보험자가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증권으로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교부되는 서류가 아니라는 점을 더하여 보면, 훼손되어 그 일부만이 제출된 이 사건 보험증권에 3개월마다 1,821,380원씩의 연금을 지급한다는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 금액을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액으로 하기로 하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따라 지급되는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과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증권과 청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액은 이 사건 보험증권에 기재된 금액이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와 개별약정, 일부가 훼손된 문서의 증거가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