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안 알리고 보험가입했다면 화재 나도 보험금 받을 수 없다
요지
건물이 7~8개월 간 비어있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화재보험에 가입했다면 화재가 나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건물의 '공실여부'는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가 있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취지
사실관계
A씨는 2014년 2월 경북 칠곡군에 있는 4층 건물에 대해 메리츠화재와 재물보험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 체결 후 20여일 뒤인 2014년 3월 건물 1층에서 돌연 화재가 발생해 건물 일부가 불에 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손해액을 산정해 메리츠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건물 전체가 적어도 7~8개월가량 비어있었음에도 A씨가 이를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맺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2016년 1월 "화재로 인한 손해액 43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대구지법 서부지원 민사16단독 이희승 판사는 건물이 공실상태로 방치돼 있다면, 외부인이 침입하거나 혹은 건물 자체의 하자로 인해 화재 발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건물이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공실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상법 제651조에 따라 보험사에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A씨가 ㈜메리츠화재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6가단5004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7. 5. 10. 선고 2016가단50041 판결 [보험금]
【판시사항】
갑이 어머니인 을 소유의 건물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화재보험계약을 병 보험회사와 체결한 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갑이 병 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병 회사가 이를 거절하고 갑에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은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건물이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공실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갑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병 회사는 갑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어머니인 을 소유의 건물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화재보험계약을 병 보험회사와 체결한 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갑이 병 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병 회사가 이를 거절하고 갑에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인 갑이 건물의 소유자인 을을 위하여 병 회사와 체결한 것으로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자에 불과한 갑으로서는 병 회사에 보험계약에 근거하여 건물에 관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으며, 한편 위 건물은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상당기간 동안 공실상태로 비워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주변 환경과 건물 현황 및 당시 제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건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인이 큰 어려움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방치되어 왔는데, 건물이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공실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보험자인 병 회사가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병 회사가 만일 그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건물이 공실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기간, 보험계약의 체결 시점과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취지, 고지대상 사실의 중요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이 위와 같은 사실을 병 회사에 고지하지 않은 데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보험계약은 갑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병 회사의 해지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따라서 병 회사는 갑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상법 제639조, 제651조, 제683조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담당변호사 이정길 외 1인)
【피 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범어 담당변호사 김중기 외 2인)
【변론종결】 2017. 4. 1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3,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4. 3. 6.부터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정정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소외 1은 경북 칠곡군 (주소 생략)에 있는 철근콘크리트조 및 시멘트벽돌조 슬래브지붕 4층 단독주택 및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원고는 소외 1의 아들이며, 피고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14. 2. 12. 피고와 사이에, 화재로 인해 이 사건 건물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피고로부터 그 손해를 보상받기로 하는 내용의 다음과 같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
- 보험종목 : 무배당 메리츠 The큰성공 재물보험1402
- 증권번호 : 번호 생략 (설계번호)
- 보험기간 : 2014. 2. 12.~2029. 2. 12.(15년간)
- 보험계약자 : 원고
- 보험목적물 소재지 : 경북 칠곡군 (주소 생략)
- 보험목적물 및 보험가입금액 :
1. 건물 : 기둥: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지붕: 슬라브지붕 외, 벽: 벽돌/블록외벽 3억 원
2. 재고자산 : 재고자산 등 일체(2층 냉장고 등) 1,000만 원
3. 가재도구 : 가재도구 등 일체(3층 단독주택) 2,000만 원
다.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20여 일 뒤인 2014. 3. 3. 01:50경 이 사건 건물 1층에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내부가 일부 소훼되었고(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 위 화재로 인한 이 사건 건물의 손해액은 4,300만 원이다.
라. 원고는 2014. 3. 4.경 피고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화재가 원고의 방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함과 아울러 2014. 4. 15.에는 이 사건 건물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 공실상태에 있었고 원고가 이를 피고에게 고지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원고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마. 한편 이 사건 화재의 손해사정인이었던 태양화재특종손해사정 주식회사는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방화한 후 피고를 속여 보험금을 수령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사기미수 혐의로 원고를 고발하였으나, 원고는 2015. 5. 21.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 한다).
제4조(타인을 위한 계약)
② 타인을 위한 계약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계약자가 그 타인에게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생긴 손해를 배상한 때에는 계약자는 그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회사에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15조(보상하는 손해)
① 회사는 이 약관에 따라 보험에 가입한 물건(이하 ‘보험목적’이라 합니다)이 화재로 입은 아래의 손해(이하 ‘화재손해’라 합니다)를 보상하여 드립니다.
1. 화재에 따른 직접손해
2. 화재에 따른 소방손해(화재진압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3. 화재에 따른 피난손해
제18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회사는 보험목적에 아래와 같은 사유로 제15조(보상하는 손해)에서 정한 화재손해가 생긴 때에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
①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② 계약자 또는 계약자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제32조(계약 전 알릴 의무)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은 청약 시 청약서(질문서를 포함합니다. 이하 같습니다)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합니다(이하 ‘계약 전 알릴 의무’라 하며, 상법상의 ‘고지의무’와 같습니다).
【계약 전 알릴 의무】
상법 제651조에서 정하고 있는 의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청약 시에 보험회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중요한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알려야 하며, 위반 시 보험계약의 해지 또는 보험금 지급거절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651조(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계약 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4조(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① 회사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1.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32조(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고 그 의무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건물의 손해와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한다.
1) 이하 가) 내지 라)항 기재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는 원고의 방화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약관상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서 피고가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
가) 이 사건 화재 현장에서 독립적인 발화지점이 두 군데 발견되었고, 각 발화지점에서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연소지점과 그 주변에서 발화와 관련된 전기 등 시설물은 없었다.
나) 원고가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고, 원고의 형 소외 3 역시 원고가 비어 있는 이 사건 건물에 화재보험을 가입한 것이 이상하다고 진술하였다.
다) 원고 스스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건물은 평소 시정되어 있어 건물 열쇠를 가지고 있는 원고 측 외에는 제3자가 침입할 수 없고 실제로 화재 현장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다.
라) 이 사건 건물이 2012. 7.경부터 공실상태였음에도 원고는 이를 피고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화재 발생 불과 20여 일 전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건물의 실제 가액을 초과하여 보험가입금액을 정하였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원고의 모친이자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소외 1, 즉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해당하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건물의 손해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한 보험금청구권이 없다.
3) 이 사건 건물은 2012. 7.경부터 공실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이러한 사정은 보험사고인 화재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서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위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피고는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2014. 3. 20.경 손해사정인의 조사 결과를 통해 비로소 위 사실을 알게 되어 2014. 4. 15. 상법 제651조, 이 사건 보험약관 제32조, 제34조 등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
3. 판단
가.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화재보험계약의 약관에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데, 여기에서의 증명은 법관의 심증이 확신의 정도에 달하게 하는 것을 가리키고, 그 확신이란 자연과학이나 수학의 증명과 같이 반대의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정확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치 않는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고,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을 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72578, 7258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에서 본 사실과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현장의 발화지점에서 인화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 원고가 이 사건 화재 발생 불과 20여 일 전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다음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이 공실상태로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한편 원고가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사기미수 혐의로 고발되었다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고, 그 밖에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원고 및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과 이들의 당시 행적, 위 인화성 물질의 유입 내지 생성 경로에 관한 조사 결과[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건 화재 현장에서 검출된 인화성 물질의 경우 일부는 화재 현장에 있던 석유계 화합물질이 연소되어도 생성될 수 있는 물질로서 제시된 증거물만으로는 그 유입, 생성 경로를 알 수 없어 그것이 방화에 사용된 것인지 여부는 발화지점, 연소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을 제4호증의 10)],
이 사건 화재 발생 시점을 전후한 무렵 화재 현장의 주변 환경과 당시 제반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에서 인정한 일부 사실이나 피고가 주장하는 몇몇 정황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원고의 방화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고도의 개연성을 구비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화재를 발생시켰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이 있는지 여부
손해보험에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이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위한 것인지는 보험계약서 및 당사자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약관의 내용,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다14800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에서 본 사실과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인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소외 1을 위하여 피고와 체결한 것으로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소외 1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손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보험계약자에 불과한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근거하여 위 건물에 관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물인 이 사건 건물은 당초 소외 1과 원고, 소외 3 등 소외 1의 자녀들이 상속을 원인으로 하여 1997. 10. 9. 각자의 법적 상속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소외 1이 1997. 10. 21. 다른 공유자들로부터 각 소유지분을 증여받아 소외 1 단독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부동산으로서, 소외 1이 현재까지 이를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고, 원고는 소외 1의 자녀 중 1인으로서 소외 1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을 보험목적물로 삼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건물은 소외 1이 오랜 기간 거주하다가 건강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더 이상 거주하지 않게 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상당기간 동안 공실상태로 있었고,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이 비어 있는 이 사건 건물에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 및 그로 인한 수리비 지출 등에 대비할 목적 등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3) 통상적인 건물 화재보험계약의 체결 관행 및 증인 소외 2의 증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등기사항증명서나 건축물관리대장의 열람을 통해 이 사건 건물의 소유관계를 파악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이 사건 건물이 소외 1의 소유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추인되며, 다만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소외 1을 피보험자로 한다는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함에 따라 소외 1이 피보험자로서 명확히 기재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4) 이 사건 보험약관 제15조 제1항은 보험회사인 피고가 보험에 가입한 물건(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화재에 따른 직접손해, 소방손해, 피난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손해보상의 범위에 관하여 별다른 특약은 체결되지 아니하였다.
5) 원고는, 자신이 소외 1의 아들로서 소외 1을 부양하고 있는 점, 실제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며 관리하고 있는 점, 피고의 보험모집인인 소외 2 역시 이 사건 건물의 건축물대장 등을 모두 확인한 후 보험계약자인 원고를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소외 1을 사실상 부양하고 있다는 점이나 이 사건 건물을 실질적으로 점유·관리하고 있다는 점, 보험모집인의 주관적 의사 등 원고가 주장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법률상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소외 1을 전적으로 부양하고 있다거나 이 사건 건물을 독자적으로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고 측이 원고를 피보험자로 확정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는지 여부
1)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등 참조).
2) 먼저 앞에서 본 사실과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건물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상당기간 동안 공실상태로 비워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 건물의 주변 환경과 건물 현황 및 당시 제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건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인이 큰 어려움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방치되어 왔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이 사건 건물은 늦어도 2013. 7. 내지 8월경부터 이 사건 화재 발생 시까지 7~8개월가량 전체 층이 모두 사람이 전혀 거주하지 않는 공실상태로 비워져 있었다.
나) 원고는 위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이 공실상태로 있는 기간 동안 이 사건 건물에 수시로 방문하여 관리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하고도 객관적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다) 오히려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 ‘예전에 형인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에 사람이 드나드는지 지하 1층에 빈 술병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혹시라도 불이 나면 수리비 등 목돈이 들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보험회사와의 문답과정에서도 ‘2014. 2. 15.경 이 사건 건물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이후 이 사건 화재 발생 시까지 위 건물에 가 본 적은 없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도 ‘이 사건 건물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 주 1회 정도 방문하여 주변을 살펴보는 정도의 관리만 가능한 상황이 되어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없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라) 실제로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부터 이 사건 화재 현장 주변에 고시촌 등이 생기면서 야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아무 데서나 술을 마시는 등의 행동을 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소외 3 역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 ‘몇 년 전에 동네에 고시원이 생기면서 젊은이들이 빈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는 소문이 있었고 실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이 사건 건물 옆 주차장 밑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쫓아낸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시정장치를 해 두고 그 열쇠를 원고와 소외 3 등이 보관하여 왔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실제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소방서에서 출동하였을 당시에는 이 사건 건물의 현관문이 개방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와 소외 3 역시 위 건물 출입문을 시정해 두긴 하였으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소외 3은 이 사건 건물 1층 출입문을 모두 시정한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도 진술하였다), 특히 소외 3은 ‘이 사건 화재 발생 며칠 전에 동네 주민들이 이 사건 건물에 들어가 보니 1층 방에 음료수 캔과 담배꽁초가 있었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건물에서 불을 피우고 놀다가 불이 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3) 이처럼 건물이 공실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 통상 제3자가 침입하거나 건물 자체의 하자 등 각종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화재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점, 실제 위와 같은 이유로 방화나 실화의 우려가 있는 건물의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는 점, 이 사건 건물 역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부터 불특정 다수인이 건물 내부에 들어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화재 발생의 위험요소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와중에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 20여 일 만에 위와 같은 위험성이 현실화되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던 점,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보험목적인 건물을 계속하여 30일 이상 비워두거나 휴업하는 경우를 위험이 증가된 경우로 보아 계약 후 알릴 의무가 있는 사항으로 규정(제33조)하고 있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건물이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공실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보험자인 피고가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피고가 만일 그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 사건 건물이 공실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기간,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시점과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취지, 고지대상 사실의 중요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은 사실을 피고에게 고지하지 않은 데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앞에서 본 사실과 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2014. 3. 20.경 손해사정인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비로소 원고의 위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사실을 알게 되어 그로부터 1개월 내인 2014.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통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보험계약은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해지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있다.
4) 그 밖에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지점장과 보험모집인에게 이 사건 건물을 주 1회가량 방문하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을 함으로써 고지의무를 다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건물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상당기간 동안 공실상태로 비워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온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모집인이었던 증인 소외 2의 전반적인 증언 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소외 2에게 이 사건 건물에 주 1회 기거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방문하여 건물 관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을 뿐, 위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이 상당기간 공실상태로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온 사실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증인 소외 2는 ‘당시 이 사건 건물이 상당기간 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채 비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하였고, 지점장이 빈집으로서 오랜 기간 관리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으면 계약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여 원고에게 이를 물어보았는데 원고가 위와 같이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달리 원고가 위와 같은 사실을 피고에게 제대로 고지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더욱이 보험모집인은 보험자를 대리하여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으므로(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6다19672, 19689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가 소외 2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피고에 대한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또한 원고는, 피고의 지점장과 보험모집인이 이 사건 건물에 직접 방문하여 건물의 관리 상태와 현황을 확인하고도 위와 같은 고지의무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상, 피고가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1) 우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지점장과 보험모집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건물에 직접 방문하여 실사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위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의 직원들이 이 사건 건물에 직접 방문하여 실사를 한 사실은 없고 다만 인터넷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건물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한 후 원고로부터 위 건물의 현황에 관한 설명을 듣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2) 다음으로, 원고의 위 주장은 피고가 원고와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고지의무 또는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원고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고지의무 또는 계약 전 알릴 의무의 존재가 피고의 설명의무 대상인지 관하여 본다.
일반적으로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하지만,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므로,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730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고지의무와 그 해지 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상법 제651조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건물과 같이 통상 건물을 제대로 된 관리 없이 공실상태로 방치해 두는 경우에는 화재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앞에서 본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무렵 이 사건 건물의 주변 환경과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에 의할 때 보험계약자인 원고로서는 이를 보험자인 피고에게 고지하여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고지의무에 관한 내용까지 별도로 명시·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소결
결국 이 사건 보험계약은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희승
- 디지털손해사정법인
- 전화상담 : 02-458-8216
- 손해사정사 박성정
- 문자상담
'보상지식 > 판례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량 화재로 그을린 도로 차주 측이 복구공사비 배상해야한다 (0) | 2018.07.31 |
---|---|
만삭아내를 교통사고로 숨지게하여 기소된 사건 - 간접·정황증거로 살인 인정하려면 더 세밀하게 심리해야 한다 (0) | 2018.07.31 |
교양체육 수업중 부상을 당했더라도 대학 측 책임 없다 (0) | 2018.07.26 |
회사 그만두라는 사장 말 듣고 극심한 스트레스 인한 뇌출혈 사망, 우발적 외해사고에 해당 보험금 지급해야한다 (0) | 2018.07.24 |
주부가 보험사에 통보 않고 위험도 높은 일하다 사망, 변경된 직업의 등급으로 보험금 지급해야 한다 (0) | 2018.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