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보험사에 통보 않고 위험도 높은 일하다 사망, 변경된 직업의 등급으로 보험금 지급해야 한다
요지
전업주부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채소세척 일을 하다 사망,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보험계약은 유효하므로 보험사는 변경된 직업 등급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사실관계
이○○는 2015년 12월 집 옆 창고에서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해 단호박 먼지·이물질 제거 작업을 했다.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거래처에 단호박을 납품하기 위해서였다. 한창 작업 중이던 이○○는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가 기계 내부 브러쉬 롤에 감기면서 기계 내부로 빨려 들어가 허혈성뇌손상을 입고 사망했다.
이○○의 유족은 이○○와 2014년 1월 '무배당 롯데 힐링케어 건강보험TM'을 체결한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지난해 3월 "이○○가 보험계약 가입 전부터 단호박 농사 및 포장업무를 해왔음에도 이를 숨기고 직업을 전업주부라고 고지했다"며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가 체결한 보험계약 약관 제26조 내지 제27조에 따르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청약시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해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하고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회사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직업분류표 및 상해위험등급에 의하면 전업주부는 1급, 과실 및 채소건조기 등 기계조작원 등은 2급이다. 1급의 경우 위험도가 가장 낮고 3급의 경우 위험도가 가장 높음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이경린 판사는 이○○가 보험계약 가입 전부터 단호박 농사를 지었다거나 포장작업 등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이○○의 보험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다.
다만 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가 인정되는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자가 변경 후의 직업 또는 직무에 종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정도의 것을 말한다.
이어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한 작업은 전기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직업의 위험도는 주부였을 때에 비해 상당히 증대된다. 이○○가 단호박 세척 업무 등을 하게 된 것은 계약 후 알릴 의무의 대상이고 이○○가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가 단호박 세척 및 납품 일을 하게 됨으로써 직무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 직업급수 2급에 해당한다.
보험사는 직업변경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에서 직업변경 후 감액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이모씨의 유족이 롯데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099267)에서 보험사는 4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7. 선고 2016가단5099267 판결 보험금 청구소송
【사건】 2016가단5099267 보험금
【원고】 1. 이aa, 2. 이bb, 3. 이cc(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형구)
【피고】 롯데손해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박민정)
【변론종결】 2017. 4. 5.
【판결선고】 2017. 5. 17.
【주문】
1. 피고는 원고 이aa에게 18,518,518원, 원고 이bb, 이cc에게 각 12,345,679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5. 14.부터 2017. 5. 1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이aa에게 42,857,142원, 원고 이bb, 이cc에게 각 28,571,428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망 이dd(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4. 1. 18.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직업을 전업주부로 고지하였다.
〇 보험명칭 : 무배당 롯데 힐링케어 건강보험TM
〇 보험기간 : 2014. 1. 18. ~ 2068. 1. 18.
〇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 망인
〇 망인의 직업 : 전업주부
〇 사망보험금 수익자 :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
〇 보장내용 (일부만 발췌)
상해후유장해 (100세 만기) : 100,000,000원
상해사망(100세 만기) : 100,000,000원
나. 망인은 2015. 12. 25. 21:50경부터 망인의 주거지 옆 창고에서, 거래처에 납품하기 위한 단호박 선별작업 중 그 곳에 설치되어 있던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하여 단호박 먼지 및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가 망인이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가 위 기계 내부 브러쉬 롤에 감기면서 기계 내부로 빨려 들어가 2015. 12. 26. 00:24경 허혈성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망인의 사망 당시 상속인으로는 망인의 남편인 원고 이aa과 자녀들인 원고 이bb, 이cc이 있었다.
라. 피고는 2016. 3. 7. 원고 이aa에게 내용증명우편을 통하여 ‘망인이 이 사건 보험 계약 가입시 직업사항을 주부라고 고지하였으나 가입 전부터 단호박 농사 및 포장업무를 해왔으므로, 상법 제651조 및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마.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26조(계약 전 알릴 의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는 청약시(진단계약의 경우에는 건강진단서를 말합니다)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이하 「계약 전 알릴 의무」라 하며, 상법상 「고지의무」와 같습니다) 합니다.
제27조(상해보험 계약 후 알릴 의무)
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하거나 이론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
② 회사는 제1항에 따라 위험이 감소된 경우에는 그 차액보험료를 들려드리며,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험이 증가된 경우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③ 제1항의 통지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경우 회사의 청구에 대해 계약자가 그 납입을 게을리 했을 때, 회사는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료율(이하 「변경전 요율」이라 합니다)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료율(이하 「변경후 요율」이라 합니다)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합니다. 다만,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이 발생한 보험금 지급사유에 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④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아니하였을 경우 변경후 요율이 변경전 요율보다 높을 때에는 회사는 동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에게 제3항에 의해 보상됨을 서면으로 통보하고 이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바.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직업분류표 및 상해위험등급(1급의 경우 위험도가 가장 낮고, 3급의 경우 위험도가 가장 높다)에 의하면 전업주부는 1급이고, 특용작물재배자, 과실 및 채소건조기·냉장기·살균기 등 기계조작원 등은 2급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3, 6 내지 8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가지 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망인은 전업주부였으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망인은 위 계약 체결 이후 남편인 원고 이aa이 평창단호박영농조합법인(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을 운영하면서 2015. 11.경 단호박 선별기 및 세척기를 구입해 주거지 근처 창고에서 세척작업을 시작하게 되자 집안일을 하다가 잠시 이를 도와주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망인의 직업은 주부였다고 할 것이어서 직업 내지 직무가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가사 직무변경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직무의 변경을 피고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망인에게 설명하니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수익자인 법정상속인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피고는 법정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각 상속지분에 따른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가입 전부터 단호박 농사를 지으며 포장작업 등을 해 왔음에도 이를 숨기고 직업을 전업주부라고 고지하였는바, 이 사건 보험계약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망인의 사망은 그 고지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
예비적으로,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 원고 이aa 등과 함께 단호박 세척 및 납품 일을 하게 됨으로써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직업급수 2급)에 해당하는데, 이를 피고에게 알리지 않아 이 사건 약관상 ‘계약 후 알릴 의무’의 위반에 해당하므로(위 약관의 내용은 명시·설명의무에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는 망인에게 이를 설명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될 보험금은 위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변경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의 직업변경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감액된 금액뿐이다.
3. 판단
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이aa은 농업의 경영 및 부대사업, 집단재배 및 공동작업에 관한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14. 3. 19.경 이 사건 조합을 설립하였고, 망인은 같은 날 위 조합 법인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된 사실, 원주세무서장은 2014. 3. 24.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하였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경찰 조사시 원고 이aa은 ‘2014. 3. 24.경에 같은 동네 주민 7명이 참여하는 이 사건 조합을 설립하여 본인이 대표를 말고 망인이 이사직을 맡는 등 현재까지 운영을 해 오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원고 이aa과 함께 이 사건 조합을 운영한 것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인 2014. 1. 18. 이후라고 봄이 상당하고,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가입 전부터 단호박 농사를 지었다거나 포장작업 등을 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망인이 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명시·설명의무 이행 여부
1) 이 사건 약관 제27조상 ‘계약 후 알릴 의무’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인지 여부 일반적으로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다만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근거가 있으므로,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약관 제27조는 보험요율 및 보험금의 변동, 보험계약의 해지요건 등에 관한 것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상법 제652조 제1항이 규정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를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단순히 되풀이 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며, 망인이 위 약관 제27조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거나, 별도의 설명을 듣지 않고도 위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는 망인에게 위 약관 제27조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하였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의 명시·설명의무 이행 여부
이 사건에서 피고가 망인에게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홈쇼핑 방송 후 망인이 상담사와의 통화를 통하여 체결된 것으로, 당시 통화를 녹취하면서 상담사는 망인에게 ‘이 녹음 내용은 보험업법에 의해서 청약서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므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등 말씀하신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계약이 거절될 수 있으며, 특히 그 내용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장이 제한될 수 있으신데요, 고객님께서는 저희 롯데 힐링케어 건강보험 가입하시는거 동의하시죠?’라고 질문하였고, 이에 대해 망인은 ‘네’라고 대답한 사실,
상담사가 ‘보험사고 발생시 다음 질문사항에 대한 답변과 다를 경우 보상이 제한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답변하여 주시기 바라고요. 현재 우리 고객님은 주부님이신데요, 부업이나 겸업으로 종사하는 다른 업무가 있으신가요?’라고 질문하자 망인이 ‘아니오’라고 대답한 사실, 또 상담사가 ‘청약시 알려주신 건강 및 직업 고지사항이 상이하거나 보험기간 중 직무, 주소변경 또는 이륜차,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직접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반드시 회사에 알려주셔야 되며, 이륜차 운전 및 탑승사고와 위험한 취미활동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장되지 않고, 미고지 또는 변경시 보험금이 삭감되어 지급되거나 해지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 사실, 망인은 상담사로 부터 위 내용과 함께 이 사건 보험계약 기간, 보장범위, 보험납입금 등에 대한 설명을 끝까지 듣고 위 설명내용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는 보험 상담사를 통하여 망인에게 이 사건 약관상의 통지의무를 다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한 이상 이 사건 약관 제27조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망인은 직업 또는 직무 변경 시 피고에게 이 사건 약관 제27조에 따른 통지의무를 부담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망인의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의무가 위반(직업변경사실의 미고지) 여부
이 사건 약관 제27조상의 ‘계약 후 알릴 의무’ 또는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위험증가에 따른 통지의무’가 인정되는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자가 변경 후의 직업 또는 직무에 종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정도의 것을 말하는데(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등 참조),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경찰 조사 시, 망인의 아들인 이bb는 ‘(단호박 창고는) 가족이 운영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사건 조합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합의 대표는 아버지이고, 어머니는 조합의 이사이다.’, ‘자신과 부모님 이외 다른 작업자는 없다.’라는 내용으로 진술하였고, 인근 주민인 이ee은 ‘평소 망인이 단호박 저장 창고 안에서 작업을 했다’고 진술하였으며, 원고 이aa은 ‘평소 오전 10시경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야간작업을 수시로 했는데, 사고 당일에도 납품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2015.) 11.초부터 세척기를 사용해 왔는데 망인이 단호박 선별기 및 세척기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해서 작업을 해 놓으면, 자신과 아들은 작업된 단호박을 박스에 담아 차량에 싣는 일을 주로 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은 적어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 적어도 2014. 3.경부터는 이 사건 조합에서 단호박 재배 및 공동작업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할 것인 점,
② 이 사건 약관 제27조의 직업 또는 직무 변경 시 통지의무는 피보험자에게 위험이 증감하는 경우,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변동되는 보험회사로 하여금 보험계약자로부터 적정한 선에서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감액하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계약 해지권을 부여하여 직업 또는 직무의 위험도에 따른 보험계약의 변경 가능성을 규정한 것으로, ‘직업’의 변경인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직업의 위험도가 변경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이는 점,
③ 일반적으로 보험회사들은 보험개발원과 금융위원회의 공시 등을 기초로 직업의 위험도에 따라 급수를 다르게 매기어 보험료에 차이를 두고 있는 점,
④ 한편, (원고들 주장에 따라) 망인이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 비록 2015. 11.경부터라 하더라도 그 업무내용이 전기에 의하여 작동되는 기계를 이용한 작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직업의 위험도는 주부였을 때에 비해 상당히 증대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이 사건 조합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인 점,
⑤ 피고로서도 망인의 직업을 주부로 알고 그에 따른 위험 발생 가능성에 맞추어 보험요율을 산정하여 보험료를 납입 받고 있었고, 특용작물재배자 내지 농산물 세척기 등 기계조작원의 위험 발생 가능성까지 예측하여 보험요율을 산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⑥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없었다면 지속적으로 위 업무에 종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이 사건 조합을 운영 내지 이 사건 조합에서 단호박 세척 업무 등을 하게 된 것은 이 사건 약관에 따른 ‘계약 후 알릴 의무’의 대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망인은 이를 통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관 제27조에 따른 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 액수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약관 제27조에 의하여 직업변경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의 직업변경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감액된 보험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을 제7,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이 직업급수 1급일 때 적용될 보험요율의 직업급수 2급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감액 된 보험금은 43,209,877원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위 감액된 보험금을 원고들에게 각 상속지분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가 위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를 통보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삭감된 보험금만을 지급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가, 이 사건 소송 진행 중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의무)’ 위반의 경우 삭감된 보험금 지급의 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으므로(피고로서는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통지의무 위반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고 보인다), 피고가 망인의 위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 로부터 1개월 이내에 원고들에게 이를 통지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이aa에게 18,518,518원(= 43,209,877원 × 3/7, 원 미만은 버림, 이하 같다), 원고 이bb, 이cc에게 각 12,345,679원(= 43,209,877원 × 2/7) 및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6. 5. 1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7. 5.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