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행차량 운전자의 전방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사고차량을 도로에 그대로 방치한 것이 원인이 됐다면 '자기신체사고'에 해당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자기신체사고'란 자기차량 운전 중 과실로 차주나 운전자, 부모, 배우자, 자녀가 교통사고 상해 등의 손해를 입은 경우 보험사가 이를 보상하는 일종의 상해보험이다.
사실관계
최씨는 지난 2007년12월 남편과 함께 화물차를 타고 가던 중 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남편이 차를 살피는 동안 갓길에서 후행차량에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차량과 최씨의 수신호를 뒤늦게 발견한 황모씨는 갓길에 서있던 최씨를 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최씨는 무릎관절부위를 절단하는 큰 상해를 입었다. 최씨는 아들이 '자기신체사고보험'을 계약한 L보험사에 보험금지급을 요청했지만 보험사측은 "황씨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일 뿐 정씨의 화물차가 일으킨 사고가 아니므로 '자기신체사고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며 최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2심은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입었더라도 차를 우측 가장자리에 정차시킨 뒤 사고를 수습했어야 함에도 그대로 방치해 사고가 유발됐다"며 "화물차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보험계약상 자기신체사고로 규정된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었을 때'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던 중 그 자동차에 기인해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를 의미한다.
이어 불법 주정차와 후행차량에 의한 사고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피보험자동차의 소유·사용·관리 중에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서 자동차보험계약이 정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피고는 남편 정씨의 화물차에 동승해 가다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진행차로에 정차하게 되자 하차해 반대차로 갓길에 서서 수신호로 후행차량을 유도하던 중 화물차를 뒤늦게 발견한 후행차량에 부딪쳐 우슬관절부 절단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사고의 발생원인, 과정 및 결과, 사고 당시 운전자인 정씨와 화물차 사이의 시간 및 장소적 접근성, 화물차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 사고는 정씨가 화물차를 용법에 따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로 보험약관 소정의 자기신체사고에 해당한다고 L보험사가 최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대법원 2009다6883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대 법 원 2010. 1. 14. 선고 2009다68835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상고인】 ○○보험주식회사
서울 ○○
대표이사 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윤○○, 정○○, 문○○
【피고, 피상고인】 최○○
대전 ○○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 이○, 송○○
【원 심 판 결】 대전지방법원 2009. 8. 13. 선고 2009나6217 판결
【판 결 선 고】 2010. 1. 14.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자동차보험계약상 자기신체사고로 규정된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라고 함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소유, 사용, 관리하던 중 그 자동차에 기인하여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를 의미하고(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46375,46382,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59834, 59841 판결 등 참조),
불법 주정차와 후행차량에 의한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피보험자동차의 소유, 사용, 관리 중에 그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서 자동차보험계약이 정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7359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78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정○○과 사이에 정○○과 그 부모인 피고 및 정○○을 피보험자, 이 사건 화물차를 피보험자동차로 각 정하여,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는 보험계약기간 중인 2007. 12. 30. 19:30경 정○○이 운전하는 이 사건 화물차에 탑승하여 판시 도로를 지나던 중 이 사건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진행차로에 정차하게 되자 하차하여 반대 차로 갓길에 서서 수신호로 후행 차량들을 유도하고 있었는데,
승용차를 운전하여 위 현장을 운행하던 황○○가 진행 차로 전방에 정차되어 있던 이 사건 화물차를 뒤늦게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제동하였으나 미치지 못하여 반대 차로에서 진행중이던 승용차를 충격하고 이어서 갓길에 서 있던 피고를 충격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우슬관절부 절단상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의 발생원인, 과정 및 결과, 사고 당시 운전자인 정○○과 이 사건 화물차 사이의 시간 및 장소적 접근성, 사고 당시 이 사건 화물차의 사용에 관련된 정○○의 주관적 내심의 의도와 이 사건 화물차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정○○이 이 사건 화물차를 그 용법에 따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로서 위 보험약관 소정의 자기신체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기신체사고에 관한 자동차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사고에 관한 법리오해 혹은 판례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들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