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추돌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차량을 사고도로에서 이동시키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2차 사고가 일어났다면 최초 사고 운전자에게도 2차 사고의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대리운전기사인 방씨는 지난 2005년8월 박모씨의 차로 경부고속도로를 운전하다 운전부주의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역주행하게 된 방씨는 지나가던 남모씨의 화물차를 들이받고 뒤이어 박모씨, 이모씨의 차가 연속으로 충돌하는 3중 연쇄충돌사고를 일으켰다.
때마침 2차로를 시속 100km로 운전하던 한모씨는 1~3차로에 사고차량이 정차돼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황급히 4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다 앞서가던 택시와 현장수습을 위해 갓길에 세워뒀던 정모씨의 차를 연속으로 들이받았다.
그 과정에서 정씨의 차에 있던 이모씨가 머리에 큰 출혈상을 입었다. 이에 한씨의 보험사인 H보험은 이씨에게 6억2,4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뒤 대리기사 방씨와 차주인 박씨의 보험사 A, B에 각각 50%씩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방씨와 박씨가 정차지점 후방에 안전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더라도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전방주시를 제대로 했다면 2~3차로상에 정차한 차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운전자는 고장 등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고장표지판을 도로에 설치하고 자동차를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어 방씨가 야간운행 중 핸들을 놓쳐 차량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2차로를 역주행해 남씨의 화물차량과 박씨의 택시를 차례로 충돌한 뒤 1·2차로에 걸쳐 정차했다며 그러나 방씨는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했으므로 방씨의 정차는 불법정차에 해당한다.
따라서 방씨로서는 경부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1·2차로에 정차한 차량들을 충돌하고 나아가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방씨의 불법정차와 제2차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제2차 사고의 발생은 오로지 후행차량 운전자인 한씨의 전적인 과실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H보험사가 A보험사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9다6492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4925,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게을리 한 채 고속도로 1, 2차로에 걸쳐 정차해 둠으로써 후행차량과 재차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설사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실제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불법 정차와 제2차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운전부주의로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및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5. 30. 행정자치부령 제32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의 표시’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한 채 고속도로 1, 2차로에 걸쳐 정차해 둠으로써 후행차량과 재차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 정차는 불법 정차에 해당하고, 따라서 제1차사고를 야기한 운전자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고속도로 1, 2차로에 정차한 위 차량을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위 불법 정차와 제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설사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실제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차량이 야간에 고속도로 1, 2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었던 이상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현행 제66조 참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5. 30. 행정자치부령 제32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현행 제40조 참조)
【전문】
【원고, 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인 담당변호사 김정무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수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7. 23. 선고 2008나999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제1차 사고와 제2차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소외 1이 부상을 입은 사정 등에 비추어 소외 1에게 사고방지 조치를 요구할 수 없고, 또한 1, 2차로에는 제1차 사고 차량들이 정차해 있었지만 3차로에는 정차 차량이 없었기 때문에 2차로를 진행해 오던 후행차량 운전자인 소외 2가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였다면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여 사고지점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제2차 사고는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소외 2의 전적인 과실에 기인한 것이고, 소외 1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제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 6. 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1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5. 30. 부령 제32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에 의하면,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그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하여야 하고, 특히 야간에는 위 표지와 함께 사방 500m 지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그 자동차로부터 2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추가로 설치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대리운전기사인 소외 1은 야간에 차량 운행 중 조향장치를 놓쳐 위 차량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2차로를 역주행하여 소외 3 운전의 화물차량과 소외 4 운전의 쏘나타 택시를 차례로 충돌한 뒤 1, 2차로에 걸쳐 정차하였는바, 소외 1은 위 사고 직후 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구 도로교통법 제61조 및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3조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의 표시’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하였으므로, 소외 1의 이러한 형태의 정차는 불법 정차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소외 1로서는 경부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1, 2차로에 정차한 위 차량들을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소외 1의 불법 정차와 이 사건 제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설사 소외 1이 실제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이 야기한 제1차 사고로 인하여 위 차량이 야간에 고속도로 1, 2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었던 이상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소외 1의 불법 정차와 이 사건 제2차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제2차 사고의 발생은 오로지 후행차량 운전자인 소외 2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