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감지기 측정 결과 음주가 확인된 운전자가 음주측정기가 있는 경찰서로 같이 가자는 단속경찰의 요구를 거부하며 도주했다면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있다.
사실관계
2016년 술을 마시고 운전하던 오씨는 시비가 붙은 차량을 상대로 보복운전을 하다 경찰에 상대 차량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허위 신고였음을 파악하고, 반대로 오씨를 상대로 음주감지기 시험을 했다. 시험결과 음주반응이 나오자 경찰은 오씨를 음주측정기가 있는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려 했지만 오씨가 거부하며 도주하려 하자, 다른 경찰이 음주측정기를 가져오는 5분 동안 오씨를 붙잡아 뒀다.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후 경찰이 오씨에게 4차례 측정을 요청했지만, 오씨가 계속해 거부하자 음주측정거부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오씨는 재판과정에서 "적법한 체포절차를 거치지 않고 음주측정기를 가져오는 5분 동안 붙잡아 둔 것은 불법체포이므로, 이후 불법체포 상태서 이뤄진 음주측정을 거부했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오씨에 대한 음주측정 요구는 불법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위법하므로 이에 불응했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오씨에 대한 음주감지기 시험결과 음주반응이 나타났으므로 오씨가 그 이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위해 예정돼 있는 경찰의 일련의 요구에 불응했다면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오씨가 경찰의 음주측정요구를 피해 현장을 이탈·도주함으로써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고 이후 경찰이 오씨를 붙잡아 둔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대법원 2017도12949)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7도12949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범인도피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 2 및 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변호인】
변호사 김민찬 외 1인
【원심판결】
울산지방법원 2017. 7. 21. 선고 2017노522 판결
【판결선고】
2018. 12. 13.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제1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범인도피 부분을 파기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범인도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심 재판장이 무죄 취지로 선고하였다가 이를 번복하여 유죄 취지로 선고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판결 선고의 효력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구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 교통법’이라고 한다) 제44조 제2항에 따라 경찰공무원이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실시하는 측정은 호흡을 채취하여 그로부터 주취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환산하는 측정 방법 즉,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경찰공무원은 음주 여부나 주취 정도를 측정하는 경우 합리적으로 필요한 한도 내에서 그 측정 방법이나 측정 횟수에 관하여 어느 정도 재량을 갖는다. 따라서 경찰공무원은 운전자의 음주 여부나 주취 정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운전자에게 음주측정기를 면전에 제시하면서 호흡을 불어넣을 것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도 그 사전절차로서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검사 방법인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도 요구할 수 있다.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말하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란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가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의미한다. 경찰공무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에게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의 사전 단계로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 그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되어 있고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음에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명시적으로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 16121 판결,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511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경찰관 공소외 1이 피고인 1을 약 5분간 붙잡아 둔 행위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요구 또한 위법하므로 이에 불응하였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은 순찰차에서 하차한 후 편도 2차로의 도로로 뛰어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정차되어 있는 화물차 기사에게 경찰관으로부터 강제구금을 당하고 있으니 살려달라고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을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일 뿐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2) 당시 경찰관은 피고인 1에 대한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를 붙잡고 있다가 음주측정기가 도착하자 3회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한 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현행범 체포를 한 점에 비추어 보면, 보호조치가 아닌 음주측정이 피고인 1을 붙잡고 있었던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3) 피고인 1의 음주운전에 대한 증거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로서 의미를 가지는 음주측정의 목적으로 그를 붙잡아 두면서도 달리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거나 임의동행에 관한 동의를 얻는 등의 적법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1은 2016. 5. 2. 새벽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공소외 2 운전의 차량이 유턴을 할 때 충돌할 뻔하였다. 이때 양 차량 운전자는 운전석 창문을 열어 서로에게 욕설을 하는 등으로 실랑이를 벌였다. 공소외 2는 그 자리를 피하여 차량을 운전하여 갔는데 피고인 1은 공소외 2 운전 차량을 뒤쫓아 나란히 진행하면서 운 전석 창문을 연 상태에서 공소외 2에게 몇 차례 욕설을 하였고 공소외 2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2)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하였는데 음주반응이 나타나지 않자, 역으로 공소외 2가 피고인 1이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지목하였다. 공소외 1은 피고인 1에게 취기가 있고, 현장 부근에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 전면 유리에 피고인 1의 휴대전화 번호가 부착되어 있으며, 그 번호가 경찰에 음주운전 신고로 접수된 전화번호와 동일하고, 그 승용차의 시동이 꺼진 뒤 오래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여 피고인 1이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보아 그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하였고 피고인 1에게서 음주반응이 나타났다.
3) 피고인 1은 음주운전을 추궁당하자 ‘운전하지 않았다. 직접 경찰서에 가서 밝히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현장에 있던 순찰차에 탑승하였고, 공소외 1 등과 함께 인근 지구대로 향하다가 지구대에 이르기 전에 갑자기 ‘집에 가겠다. 순찰차에서 내리게 해달라’고 요구하였으며, 공소외 1은 피고인 1을 하차시켰다.
4) 당시 순찰차에 음주측정기가 없었기 때문에 공소외 1은 인근 지구대에 연락하여 음주측정기를 하차 현장으로 가지고 오게 하였고, 집에 간다는 이유로 현장을 이탈하려는 피고인 1을 가지 못하게 제지하였다. 그러한 상황은 음주측정기가 도착할 때까지 5분 정도 계속되었다.
5)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후 공소외 1은 피고인 1에게 약 10분 간격으로 4회 음주측정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불응하는 피고인 1이 음주측정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하였다.
라.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앞에서 본 것처럼 대법원은 원심 변론종결 직전 두 차례의 판결을 통하여,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되어 있고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는데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명시적으로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2) 이러한 법리 아래에서도 원심 판단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고인 1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 상황이었으므로, 단속 경찰관으로서는 피고인 1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1에 대한 음주감지기 시험 결과 음주 반응이 나타났으므로, 피고인 1이 그 이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위하여 예정되어 있는 경찰관의 일련의 요구에 불응한다면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1이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를 피하여 현장을 이탈하려 하거나 도주함으로써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고, 그 이후 경찰관이 피고인 1을 붙잡아 둔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경찰관의 조치가 여전히 불법체포에 해당하여 피고인 1이 불법체포 상황에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것은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원심판결에는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의 음주측정거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