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시 채혈을 즉시 하지 않았더라도 경찰관에게 부당한 의도가 없었다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사실관계
구씨는 2004년 3월 소주 2잔반 가량을 마신 뒤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경찰관에게 적발돼 호흡측정기로 음주측정을 받은 결과, 혈중 알콜농도 0.055%로 측정됐다. 이에 구씨는 단속경찰관에게 혈액채취에 의한 음주측정을 즉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관이 채혈용기 등이 없다는 이유로 1시간12분이 지난 뒤 혈액을 채취, 혈액감정결과 혈중 알콜농도가 0.078%로 나와 자동차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제6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를 '현장에서 곧바로' 또는 '다른 절차에 앞서 곧바로'라는 개념으로만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처리지침 규정의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 작성한 후 즉시'는 운전자가 경찰공무원에 대해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에 불복하고 혈액채취의 방법에 의한 측정을 요구한 때로부터 상당한 이유없이 장시간 지체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단속 경찰공무원이 구씨에 대한 음주운전을 단속하면서 한 일련의 조치 및 그로 인한 채혈의 지연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의도나 불합리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으로부터 1시간12분이 지난 후 채혈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단속 경찰공무원의 행위가 법령에 위반된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운전자의 권익이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구모씨(40)가 경찰공무원의 채혈지연으로 혈중알콜농도가 단속기준을 초과하게 돼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대법원 2006다32132)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213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 제6항에서 음주운전자가 채혈을 요구할 경우 ‘즉시’ 채혈을 하도록 규정한 것의 의미
[2] 경찰관이 구체적 상황하에서 업무상 판단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
[3]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시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곧바로 채혈을 실시하지 않은 채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하고 1시간 12분이 경과한 후에야 채혈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행위가 법령에 위배된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운전자가 음주운전 단속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권익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 제6항은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의 오류방지와 음주운전 단속자에게 정확한 혈중알콜농도 측정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의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 작성한 후 즉시’의 의미는 상당한 시간 경과 등으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콜농도 입증이 곤란하여지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운전자가 경찰공무원에 대하여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에 불복하고 혈액채취의 방법에 의한 측정을 요구한 때로부터 상당한 이유 없이 장시간 지체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는 경찰관의 직무에 해당하며 그 직무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이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경찰관이 구체적 상황하에서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의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 경찰관에게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 경찰관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의 심각성 내지 그 절박한 정도, 경찰관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내세워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시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곧바로 채혈을 실시하지 않은 채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하고 1시간 12분이 경과한 후에야 채혈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행위가 법령에 위배된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운전자가 음주운전 단속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권익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현행 제44조 참조)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호,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
[3]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현행 제44조 참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4482 판결(공1998상, 1588),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공2004하, 1698),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23438 판결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청주지법 2006. 5. 2. 선고 2005나50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원고가 ‘피고 소속 경찰공무원에게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직후 즉시 채혈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 제6항에 위반하여 채혈 요구시부터 1시간 12분이 경과한 뒤 채혈하여 원고의 혈중알콜농도가 단속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측정되도록 함으로써 원고에게 재산적 및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 제6항에서 “피측정자가 채혈을 요구하거나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때에는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 작성한 후 즉시 피측정자의 동의를 얻어 가장 가까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채혈한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지침상의 ‘즉시’라는 개념은 단순한 시간적 개념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곧바로’ 또는 ‘다른 절차에 앞서 곧바로’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적어도 음주운전 단속 업무에 임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는 운전자의 혈액채취 요구에 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비를 현장에 비치하여, 그 요구가 있는 경우 현장에서 곧바로 또는 다른 절차에 앞서 그 운전자와 함께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 혈액채취를 할 수 있도록 미리 필요한 준비를 하였어야 한다고 해석한 다음, 이 사건에서 원고가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에 불복하여 즉시 혈액채취의 방법에 의한 측정을 요구하였음에도, 이 사건 단속 현장에 채혈용기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던 이유로 이를 구하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으므로(그 동안 원고는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원고는 위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 제6항에 위반된 경찰공무원의 단속 행위로 인하여 정당한 절차에 따른 단속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보이고, 나중에 원고가 행정사건이나 형사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는지에 관계없이, 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교통단속처리지침 제38조 제6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를 ‘현장에서 곧바로’ 또는 ‘다른 절차에 앞서 곧바로’라는 개념으로만 이해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즉, 경찰공무원은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하여 그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혈액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는바{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2항, 제3항},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의 정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혈액채취의 방법에 의한 측정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위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의 결과만으로 운전자의 주취운전 사실을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도7121 판결 참조), 경찰공무원이 혈액채취를 요구하는 운전자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게 되면 음주운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될 뿐인 점, 교통단속처리지침의 목적은 위 지침 제1조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교통법규 위반자 단속 업무에 관한 처리기준과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업무의 능률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업무처리의 공정성·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 점, 음주로 인한 혈중알콜농도는 개인의 체질, 섭취된 음식류, 술의 종류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으나 음주 후 30분 내지 90분 사이에 혈중알콜농도가 최고에 이르렀다가 그 후 하강하게 되어 있고,
음주운전자 단속과 관련하여 혈중알콜농도가 상승기인지 하강기인지 여부에 따라 조치를 달리할지 여부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비록 위 지침상 경찰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에 부수하여 교통법규 위반자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단속절차 규정이 준수됨으로써 정당한 절차에 따른 단속을 받을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지침 제38조 제6항은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의 오류방지와 음주운전 단속자에게 정확한 혈중알콜농도 측정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의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 작성한 후 즉시’의 의미는 상당한 시간 경과 등으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콜농도 입증이 곤란하여지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운전자가 경찰공무원에 대하여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에 불복하고 혈액채취의 방법에 의한 측정을 요구한 때로부터 상당한 이유 없이 장시간 지체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또한,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는 경찰관의 직무에 해당하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 참조), 그 직무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이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경찰관이 구체적 상황하에서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의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
경찰관에게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 경찰관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의 심각성 내지 그 절박한 정도, 경찰관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내세워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4482 판결,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2343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탑동 소재 (상호 생략) 식당에서 2004. 3. 3.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 22:20경까지 소주 2잔 반 가량을 마신 뒤 위 식당에서 나와 충북 (번호 생략) 라비타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같은 날 22:30경 용암지구대 소속 경찰공무원에 단속되어, 같은 날 22:43경 호흡측정기로 음주측정을 받은 결과, 원고의 혈중알콜농도는 0.055%로 측정된 사실,
원고는 위 음주측정 결과에 불복하여 단속 경찰공무원에게 혈액채취에 의한 음주측정을 즉시 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단속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에서 혈액채취시 사용하도록 지시한 채혈용기가 단속 현장에 없다는 이유로 같은 근무조원으로 하여금 단속지점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용암지구대에 가서 경찰청이 보급한 채혈용기를 가져오도록 하고(이에 따라 위 근무조원은 용암지구대에 갔으나 당시 위 지구대에 채혈용기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다시 인근의 다른 지구대에 가서 이를 구하여 가져왔다), 그동안 자신은 원고와 함께 금천치안센터로 가서 원고에 대한 신원 파악 및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작성한 후, 같은 날 23:55경 단속현장에 인접한 효성병원에서 원고의 혈액을 채취하였으며, 그 혈액의 감정결과 원고의 혈중알콜농도는 0.078%로 나타난 사실,
한편 경찰청은 이 사건 단속이 있기 전인 2003년 12월경부터 혈액보관의 안전성을 위하여 음주단속 경찰공무원이 채혈을 할 경우 경찰청에서 보급하는 항응고제와 부패방지제가 함유된 투명플라스틱 채혈용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단속 경찰공무원이 부당하게 채혈을 지연시켰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단속 경찰공무원이 원고에 대한 음주운전을 단속하면서 한 일련의 조치 및 그로 인한 채혈의 지연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의도나 불합리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단순히 이 사건 단속현장에서 다른 절차에 앞서 채혈이 곧바로 실시되지 않은 채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으로부터 1시간 12분이 경과한 후 채혈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단속 경찰공무원의 행위가 법령에 위반된다거나 그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운전자가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권익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주취 상태에서의 운전은 구 ‘도로교통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는 범죄행위인바,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호흡측정기에 의한 호흡측정 수치가 0.055%가 나온 이상 원고의 음주운전 혐의가 분명하므로, 단속 경찰공무원이 임의수사절차의 하나로 원고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것은 증거확보와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한 것이라 할 것인데, 단속 경찰공무원이 원고로부터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강제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단속 경찰공무원이 원고로부터 혈액채취를 하기 전에 원고로부터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았다고 하여 위 교통단속처리지침상 경찰공무원에게 부여된 직무상 의무에 부수하는 원고의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혈액채취 과정의 절차적인 면에서의 위법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