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검사결과를 보내고 또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채 유방절제 수술을 한 국내 유명대학 병원들이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사실관계
A(43)씨는 지난 2005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좀 더 권위있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의뢰했다. 서울대병원 의사 A씨는 세브란스의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유방절제 수술을 했지만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세브란스 측에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를 보낸 것이 밝혀져 A씨는 2007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세브란스의 책임만을 인정해 3,9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하자 A씨는 항소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기문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세브란스 병원의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해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서울대 병원에 내원한 것이며, 서울대 병원 의사인 B씨는 별도로 조직검사를 실시하거나 최소한 세브란스 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 결과를 재검사하는 등 정확하게 진단해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이어 하지만 B씨는 세브란스 병원의 검사결과만을 믿고 촉진 외에 별다른 검사 없이 바로 유방절제술을 결정해 시행했고 떼어낸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비로소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의사에게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기존 수술비, 유방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건수술비외에 위자료 3,500만원을 인정했다. 다만 수술 후 오른쪽 어깨, 팔 등에 통증과 근력 약화 등을 호소하고 있지만 자각적 증상에 불과해 객관적으로 노동능력 상실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40%의 노동능력을 상실했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A씨가 서울대학교 병원과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고등법원 2008나46021)에서 서울대 병원과 수술을 한 의사 B씨 및 연세대학교는 연대해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2009. 7. 23. 선고 2008나46021 판결 손해배상(의)
【원고, 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래 담당변호사 이율)
【피고, 피항소인】 서울대학교병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김재춘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피고, 피항소인】 피고 4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재선)
【변론종결】 2009. 6. 25.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4. 8. 선고 2007가합59603 판결
【주 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원고에게,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는 연대하여 51,119,403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2. 2.부터 2009. 7. 2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피고 4(대법원판결의 원심공동피고)에 대한 청구 및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의 부대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4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사이에 생긴 부분은 그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부대항소취지】
1.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33,468,39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2. 2.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부대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는 원고에게 19,792,229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2. 2.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의 “1. 기초사실”과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중 “가.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판단” 부분과 “나. 피고 4에 대한 판단”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법원의 해당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다. 피고 서울대병원 및 피고 2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세브란스병원의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다시 한번 정확하게 진단받기 위하여 피고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것이고, 조직검사는 조직의 채취`파라핀 블록 및 조직검사 원본 슬라이드의 제작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서울대병원의 의사인 피고 2로서는 세브란스병원의 검사상 소견과는 별도로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 원본 슬라이드와 함께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재검사하는 등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여 그 검사와 진단 결과를 토대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 11. 28. 첫 외래진료 후 세브란스병원의 검사 결과만을 믿고 촉진 외에 별다른 검사 없이 바로 유방절제술을 결정하고 원고로 하여금 2005. 11. 30. 입원하게 한 다음 수술시행일을 2005. 12. 2.로 잡아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고, 그 후 떼어낸 유방의 종양조직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비로소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된바,
이는 유방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2 및 위 피고의 사용자인 서울대병원은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위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2는 세브란스병원의 검사 결과만을 믿지 아니하고 유방 초음파 및 MRI 검사 등을 실시한 다음 세브란스병원에서 암으로 확진된 오른쪽 유방의 10시 방향 종양 및 유방암의 가능성이 있는 8~9시 방향의 종양(C4 병변)도 제거하기로 하고 우측 유방전절제술이 아닌 1/4만 절제하는 부분절제술과 감시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한바,
사분위전제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치료 방법이자 조직검사 방법의 하나이고, 감시림프절절제술 또한 최소한의 진단용 검사로서 진단 및 치료상의 어떠한 과실도 없다고 주장하나, 당심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촉탁결과에 의하면, 초음파 검사와 MRI 검사는 암의 확진을 위한 검사 방법이 아니라 수술방법과 명확한 절제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 방법이고, 암의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서울대병원이 수술 하루 전인 2005. 12. 1. 초음파와 MRI 검사를 실시한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는 암의 확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술 방법과 절제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초음파 검사와 MRI 검사를 한 것을 들어 진단상의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세브란스병원은, 원고가 이 사건 수술 후 유방과 갑상샘의 악성신생물(암)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므로 유방의 일부 조직을 제거한 이 사건 수술은 결과적으로 유방암 수술이 필요한 원고에게 유용한 수술이 되었으므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당심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원고가 2007. 3.경 이후 유방과 갑상샘의 악성신생물(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이 진단을 받은 유방의 부위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부위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수술 시행 후에도 암이 발병하였다면 이 사건 수술이 원고에게 유용한 수술이 되었다고 볼 수도 없어 위 피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수입
원고는 이 사건 수술 후 신경계통의 기능에 현저한 장해가 남아 경미한 노무 이외에 종사하지 못하게 되어 40%의 노동능력을 상실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1/4 부분과 감시림프절이 절제되었고, 오른쪽 가슴 부위에 수술로 인한 흉터가 남게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제1심 법원의 한양대학교서울병원장과 당심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현재 오른쪽 어깨, 팔 등에 통증과 근력 약화 등을 호소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가 호소하는 위와 같은 증상은 자각적 증상으로서 객관적으로 노동능력상실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기왕치료비
갑 제13호증의 1 내지 17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수술과 관련하여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 치료비로 합계 2,311,75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향후치료비
제1심 법원의 한양대학교서울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유방비대칭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통상 자가조직을 이용한 유방 재건방법이 사용되고, 위 방법은 일차 복부 유리피판술, 이차 반흔제거술이 필요하며, 복부 유리피판술의 수술비 11,009,050원, 반흔제거술의 수술비 5,216,160원 등 합계 16,225,21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원고가 당심 변론종결일까지 위 각 수술비를 지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계산의 편의상 위 수술비는 당심 변론종결일 다음날인 2009. 6. 26. 지출하는 것으로 보되, 연 5/12%의 비율에 의한 단리할인법에 따라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위 수술비를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를 산출하면 13,807,653원{=16,225,210원×0.8510(38.6299-37.7789), 원 미만 버림}이 된다.
라. 위자료
이 사건 수술의 경위, 수술 후의 정황, 원고가 우측 어깨와 팔의 통증 및 근력약화증상에 대하여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기 곤란한 점, 원고의 나이와 가족관계 기타 변론과정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35,000,000원으로 정한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 서울대병원, 피고 2, 세브란스병원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1,119,403원(=2,311,750원+13,807,653원+3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수술일인 2005. 12. 2.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선고일인 2009. 7.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위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4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고, 피고 세브란스병원의 부대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