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과실로 태아사망, 태아 임산부의 신체일부로 볼 수 없어 산모에 대한 상해죄로 처벌못한다
요지
의료과실로 태아가 사망했을 경우 임산부에 대한 상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법은 제269조 및 제270조에서 고의에 의한 낙태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과실에 의한 낙태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
사실관계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인 이모(37)씨는 2006년5월 밤 11시께 임신 32주의 산모 박씨가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왔지만 태아에 대한 정밀검사와 지속적인 확인 및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응급실에 방치했다. 박씨는 내내 복통을 호소했지만 이씨는 간단한 처방만 한 채 박씨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새벽 6시40분께 박씨의 아이는 태반조기박리로 사망했고 이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은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지만 태반조기박리가 경증일 경우 진단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참작된다며 선고유예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거나 낙태행위가 임산부의 낙태죄와는 별개로 임산부에 대한 상해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거나 태아의 사망으로 인해 임산부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돼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태아의 사망이 산모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태아와 모체의 관계 또는 상해의 개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태아의 사망으로 인해 임산부에 대한 신체`생리적 기능훼손이 있다면 산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태아는 임산부의 신체일부가 아니고, 태아의 사망을 임산부의 신체훼손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산모에 대한 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한 상고심(대법원 2009도1025)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1025, 판결 업무상과실치상
【판시사항】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에 대한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형법 제257조, 제268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도3832 판결(공2007하, 1222)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서원 법무법인외 1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09. 1. 21. 선고 2007노141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산부인과의사인 피고인 1의 경우, 임신 32주인 산모의 건강은 태아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의 단속적인 관찰보다는 산모 및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이상징후가 확인될 경우 태아감시장치나 초음파검사 등을 통하여 태반조기박리로 진단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충분히 인정되고, 내과의사인 피고인 2의 경우, 비록 피고인 1로부터 산부인과적 원인이 아닌 장염으로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산부인과적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고인 1과 협진하기로 한 이상, 산모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그 결과를 피고인 1 등에게 알려줌으로써 산모 및 태아의 상태에 대하여 점검`확인하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모에 대한 혈액검사결과를 신속하게 확인함으로써 내부출혈 등의 특이징후가 발생하였음을 피고인 1 등에게 알렸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나아가 이러한 피고인들의 과실과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의료사고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직권으로 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대학교병원 소속 의사로서, 2006. 5. 11. 23:20경 복부의 지속적인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위 병원 응급실을 거쳐 산부인과로 내원한 임신 32주인 피해자를 진료함에 있어,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그 다음 날 06:40경 피해자의 질에서 하혈이 있으면서 그 이전 불상의 시각에 피해자의 뱃속에 있던 32주 상태의 태아가 태반조기박리로 사망하게 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으로서, 이에 의하면, 검사는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산모인 피해자에 대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공소를 제기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현행 형법이 사람에 대한 상해 및 과실치사상의 죄에 관한 규정과는 별도로 태아를 독립된 행위객체로 하는 낙태죄, 부동의 낙태죄, 낙태치상 및 낙태치사의 죄 등에 관한 규정을 두어 포태한 부녀의 자기낙태행위 및 제3자의 부동의 낙태행위, 낙태로 인하여 위 부녀에게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 등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한 점, 과실낙태행위 및 낙태미수행위에 대하여 따로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우리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거나, 낙태행위가 임산부의 태아양육, 출산 기능의 침해라는 측면에서 낙태죄와는 별개로 임산부에 대한 상해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해석되고, 따라서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거나 태아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태아를 양육, 출산하는 임산부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되어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도383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비록 피고인들의 과실로 인하여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산모인 피해자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아의 사망이 산모인 피해자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태아와 모체의 관계 또는 상해의 개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