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구체적 상황 파악않고 신체감정서 작성했다면 전문의료인 견해라도 기대여명 판단기준 으로 삼을수 없다
요지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신체감정서를 작성했다면 전문의료인의 견해라도 기대여명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사실관계
2006년4월 당시 갓 2살을 넘긴 박양은 발열 및 기침 등의 증세가 심해져 A대학병원에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던 중 갑자기 숨이 멎었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응급조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박양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양쪽 시신경 및 청각신경로에 이상이 생기는 중증장애를 가지게 됐다.
박양의 어머니 이씨는 "병원의 응급처치가 지연되고, 기관지삽관도 제대로 안 돼 딸에게 후유장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심폐소생술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채 10분 가까이 방치하는 등 병원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단 즉시 조치를 취했더라도 최소한의 시간경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뇌손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 6억1,4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은 박양의 간병비를 1심보다 높게 측정하되 병원측 책임을 70%로 제한해 7억8,22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상해의 후유증이 기대여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 얼마나 단축될 것인가는 후유증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의학적 견지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에 관한 감정인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체감정을 담당한 신체감정의사는 원고의 기대여명을 정상인 평균여명의 50%로 측정한 근거로 거동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의 여명비율이 정상인의 20~50%인데 보호자의 직업이 의사인 점을 고려해 최대치인 50%로 판단했다고 회신했다. 1심 법원의 신체감정결과는 판단의 근거로 삼은 문헌의 본래 취지에 따라 신체기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변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감정인의 신체감정결과는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을 찾을 수 없어 원고의 기대여명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은 신체감정결과를 그대로 채택해 원고의 기대여명을 40.63년으로 단정한 잘못이 있다고 의료사고로 중증장애를 입게 된 박모(5)양이 A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9다75574)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75574, 판결 손해배상(의)
【판시사항】
[1]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체질적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 등을 감액사유로 고려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 및 비율확정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적극)
[2] 신체감정촉탁에 의한 여명감정 결과의 증명력 및 여명 예측이 불확실한 경우 일실수입과 향후 치료비 등 손해의 지급방식
[3] 인신사고 피해자가 치료 종결 후에도 개호가 필요한지 여부 및 그 정도에 관한 판단 방법
【참조조문】
[1] 민법 제396조, 제763조
[2] 민사소송법 제202조
[3] 민사소송법 제202조, 민법 제393조, 제763조
【참조판례】
[2][3]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73 판결
[1]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공1998하, 2216),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440 판결(공1998하, 2380)
[2]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26673 판결(공1993상, 255),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72678 판결(공2003상, 196)
[3]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6917 판결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09. 8. 28. 선고 2008나2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 5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병원 응급실 간호사들이 그 판시와 같이 원고의 증상에 대한 확인과 적절한 조치를 제때에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종류·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고(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44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나이와 상태, 원고의 모 소외인이 원고가 구토를 한 후 보채다가 의식을 잃었다는 점을 피고 병원 간호사들에게 미리 알렸더라면 간호사들이 달리 조치를 취하였을 개연성이 없지 아니한 점, 그 밖에 피고의 과실 유형 및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책임제한비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상해의 후유증이 기대여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 얼마나 단축될 것인가는 후유증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의학적 견지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신체감정촉탁에 의한 여명의 감정결과는 의학적 판단에 속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관한 감정인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되(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26673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전문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기대여명의 예측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실수입 손해와 향후치료비 손해 등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확실히 생존하고 있으리라고 인정되는 기간 동안의 손해는 일시금의 지급을 명하고 그 이후의 기간은 피해자의 생존을 조건으로 정기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7267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제1심법원의 건양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등 판시 증거를 토대로 하여, 원고의 기대여명이 정상인 평균여명의 50% 정도로 감축된 40.63년(81.26년 × 0.5)이라고 판단한 후 그 기간 중의 원고의 일실수입, 향후치료비, 보조구 구입비 및 개호비에 관한 손해배상으로 일시금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고,
한편 위 신체감정을 담당한 신체감정의사는 원심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원고의 기대여명을 정상인 평균여명의 50%로 판단한 근거로서 ‘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이라는 서적에 의하면 거동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의 여명비율이 정상인의 20 내지 50%인데 원고의 보호자의 직업이 의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최대치인 50%로 판단하였다고 회신하고 있다. 그런데 신체감정의사가 원용하는 위 문헌 중 해당 부분에는 거동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밥먹기, 손쓰기, 몸굴리기, 지능이라는 4가지 기능의 정도에 따라 세분하여 위 각 기능이 모두 나쁜 경우에는 여명비율이 20 내지 30%이고 위 각 기능이 모두 좋은 경우에는 여명비율이 40 내지 50%로 보아 전체적으로 거동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의 여명비율이 20 내지 50%라는 취지로서 신체기능에 따라 기대여명비율을 정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결과는 그 판단의 근거로 삼은 문헌의 본래 취지에 따라 신체기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변형한 것으로서 그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는 원고의 기대여명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결과를 그대로 채택하여 원고의 기대여명이 40.63년이라고 단정하였으니, 이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위와 같은 사유로 이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관련된 위자료 부분도 원심이 그 액수 산정의 참작사유로 삼은 제반 사정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므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제4점에 대하여
개호의 필요성과 상당성은 피해자의 상해 또는 후유장해의 부위·정도·연령·치료기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인신사고의 피해자가 치료종결 후에도 개호가 필요한지 여부 및 그 정도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여 밝혀진 후유장해의 내용에 터잡아 피해자의 연령, 정신상태, 교육정도,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경험칙과 논리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6917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7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나이가 아직 어려 이 사건 사고가 없었더라도 어느 정도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였던 점, 신체감정 소견 중 신경외과 부분은 주로 현재의 상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재활의학과 부분은 원고의 성장과 재활치료, 보조구에 대한 적응성 및 장래의 상태까지 염두에 두고 판정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혼자서 스스로 거동이 어렵고 정신적 장애마저 있어 항시 원고를 보호·감시하여야 하는데다가 향후 현재의 증상이 현저히 호전되기는 쉽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재활의학과 신체감정일인 2007. 1. 15.로부터 10년이 되는 날인 2017. 1. 14.까지는 수면시간을 제외한 1일 16시간을 성인 2인이 교대로 개호할 필요가 있고, 그 다음날부터 여명종료일까지는 1일 8시간을 성인 1인이 개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개호의 필요 여부 및 개호인수의 인정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5. 제6점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으로 인용한 금액 중 소극적 손해액은 일부 줄여서 인정하였으나, 적극적 손해액과 위자료는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더 많이 인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연손해금은 제1심 인용금액 전부에 대하여 피고가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일인 2006. 4. 18.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07. 12. 12.까지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특례법’이라 한다) 소정의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나머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일인 2006. 4. 18.부터 원심판결 선고일인 2009. 8. 28.까지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명하였다.
그러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게 된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는 서로 소송물을 달리하므로 그 손해배상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지의 여부는 각 손해마다 따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3752 판결,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다3458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면, 제1심판결이 인용한 적극적 손해액과 위자료로서 원심에서도 유지된 금액(459,980,016원 = 556,225,020원 × 0.8 + 15,000,000원)에 관하여는 원심이 제1심판결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한 이상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심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는 피고가 이 부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지만, 반면 원심이 인용한 적극적 손해액 및 위자료 가운데 원심에서 추가로 인용된 금액(154,142,388원 + 15,000,000원)과 제1심판결에서보다 줄어든 소극적 손해액(153,082,499원)에 관하여는 원심판결 선고일까지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제1심판결에서보다 줄어든 소극적 손해 부분에 대하여도 제1심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지 않다고 보고 소송촉진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이율을 적용한 것은 소송촉진특례법 제3조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