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수입산 '미니컵 젤리'를 먹다 질식사했다면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이를 국내유통 시킨 국가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사실관계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양은 2004년 9월 방과 후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아버지가 준 젤리를 먹고 기도가 막히는 바람에 질식사했다. 이에 박양의 아버지 등 유족들은 국가와 수입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1억4,9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은 바 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광범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년 국내에 수입·유통되고 있는 미니컵 젤리에 포함된 성분들을 시험, 검사한 결과 2001년에 제조·수입·유통 등을 금지시킨 곤약, 글로코만난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와 유사한 성질의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니컵 젤리의 물성에 따른 질식사고의 가능성이 여전히 내재되어 있었다.
이어 이 사건 젤리는 카라기난을 성분으로 신고·수입됐지만 물성은 곤약을 함유한 젤리와 비슷한 탄성과 강도, 응집성을 지니고 있어 질식의 개연성이 가장 높은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고가 발생한 해에 미니컵 젤리 섭취로 사망한 2건의 질식사고가 있었다. 국가로서는 미니컵 젤리에 대한 물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해 질식사고 유발 가능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 질식사고의 발생을 방지해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없이 수입업자가 신고한 성분에 의존해 젤리를 국내에 유통시켜 사고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있다고 수입산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박모(당시 7세)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6나92129)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08. 8. 26., 선고, 2006나92129,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피항소인】
【피고, 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목 담당변호사 정천수)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8. 17. 선고 2005가합32369 판결
【변론종결】 2008. 7. 15.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103,936,067원, 원고 2에게 98,260,457원, 원고 3에게 5,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4. 9. 2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2의 가.항(제14면 제2행부터 제15면 제15행까지)를 아래 제2항과 같이 고쳐쓰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문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책임의 제한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젤리는 카라기난을 성분으로 신고하여 수입되었지만 물성은 곤약을 함유한 젤리와 비슷한 탄성과 강도, 응집성을 지니고 있어서 질식의 개연성이 가장 높은 제품인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8개월 20일 남짓 전인 2004. 2. 1. 및 같은 달 2. 미니컵 젤리로 인한 두 건의 질식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위 두 건의 질식사고를 유발한 미니컵 젤리에 대하여 탄성, 강도 및 그로 인한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한 적이 없고, 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니컵 젤리의 물성에 대하여 실험하거나 조사한 적도 없는 점,
③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 10. 26.부터 2004. 12. 6.까지 사이에 국내에 수입·유통되고 있는 미니컵 젤리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들을 시험, 검사한 결과 2001. 10. 22. 곤약, 글루코만난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의 제조·수입·유통 등을 금지시켰음에도 곤약, 글루코만난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니컵 젤리의 물성에 따라 질식사고의 가능성이 여전히 내재되어 있었던 점,
④ 현재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미니컵 젤리의 성분에 곤약 성분이 함유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진 바 없고, 이를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니컵 젤리를 수입할 당시 수입업자가 실제와 다르게 성분 신고를 하더라도 이를 확인함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막연히 수입업자의 성분 신고에 의존하여 수입을 허가해 온 점,
⑤ 세계 각국에서는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각종 규제조치를 강구하고 있고, 피고도 이러한 각 국의 조치 및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점,
⑥ 미니컵 젤리는 물리적 특성, 크기, 모양, 섭취방법 등이 질식사고의 원인이 되는데, 특히 한 입 크기 정도로 제조된 미니컵 젤리의 경우 그 첨가물이 곤약인지, 해조류 추출물인지, 기타 검류인지 여부에 따라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미니컵 젤리와 같은 섭취방법으로 입으로 빨아들이거나 미니컵을 눌러서 젤리를 입에 넣어 섭취하는 경우에는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비록 미니컵 젤리의 첨가물에 대하여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니컵 젤리에 곤약이 함유되어 있는지 여부를 분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니컵 젤리 형태로 한 입에 흡입하여 내용물을 섭취할 경우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과 같은 해에 미니컵 젤리의 섭취로 사망한 두 건의 사고가 있었던 상황에서, 미니컵 젤리에 대한 물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여 그 물성과 질식사고 유발 가능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으로 질식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수입업자가 신고한 성분에 의존하여 이 사건 젤리를 국내에 유통시킨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망인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떡, 사탕, 낙지 등과 같은 식품의 경우에도 잘못 섭취할 경우 질식사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지만 위 식품들의 경우에는 섭취하는 과정과 방법의 부주의에 의한 것인 반면, 미니컵 젤리의 경우에는 그 형태 자체가 한 입에 흡입하는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을 유발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미니컵 젤리 형태로 제조한 것 자체에서 질식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에서 열거한 식품들과는 그 위험성의 전제가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