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윤락업소 화재참사 소방공무원 의무소홀 인정, 지자체도 손해배상 책임져야한다
요지
화재발생으로 인명피해를 입은 시설에 대해 소방공무원의 직무상 위법이 있다면 국가뿐만 아니라 소방공무원을 지휘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져야한다.
사실관계
1·2심에서 재판부는 군산경찰서와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향응 및 뇌물을 받고 윤락단속에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비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 사망자 한 사람에 2,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전북과 군산시에 대해서는 화재에 대한 직접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각 합동점검에 참여한 소방공무원으로서는 소방법 관련규정에 따라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문이 화재시 피난에 장애요인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문이나 잠금장치의 제거 등 시정조치를 취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철제문의 존재를 인식하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점검부에는 피난장애시설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기재 및 보고를 한 잘못이 있다. 이어 소방공무원의 직무상 의무위반은 현저히 불합리해 위법하며, 이러한 직무상 의무위반 역시 망인들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소방공무원이 소방법 규정에서 정하여진 직무상의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의무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윤락업소 화재사고로 사망한 여성들의 유가족이 국가와 전라북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서울고등법원 2004나39179) 선고공판에서 전라북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등법원 2005. 7. 20., 선고, 2004나39179,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원고 망 소외 2의 소송수계인 겸 원고, 항소인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외 2(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준범외 2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5. 14. 선고 2002가합24497 판결
【변론종결】 2005. 4. 13.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별지 도표 ⑨ 인용금액란 기재 해당 금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2. 1. 29.부터 2005. 7.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피고 군산시, 전라북도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3.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의 소송비용은 제1, 2심을 통틀어 그 9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대한민국이 각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군산시, 전라북도 사이의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원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별지 도표 ④ 청구금액란 기재 해당 금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2. 1. 29.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별지 도표 ⑤ 항소금액란 기재 해당 금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2. 1. 29.부터 당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13-2, 갑 제3호증의 3, 5, 7 내지 10, 갑 제4호증의 1 내지 48, 갑 제5호증의 1 내지 50, 갑 제6호증의 1 내지 10,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8호증의 1 내지 7, 갑 제9호증의 1 내지 30, 갑 제10호증의 1, 2, 3, 갑 제11호증의 1 내지 15, 갑 제14호증의 1 내지 26, 을 바 제15호증의 8, 갑 제16호증의 1, 2, 3, 갑 제18호증, 갑 제20호증의 1, 2, 갑 제25호증, 갑 제26호증의 1, 2, 갑 제27호증, 갑 제28호증의 1 내지 39, 갑 제30호증의 1 내지 6, 33, 갑 제31호증의 6, 12, 13, 14, 갑 제32호증의 1 내지 5, 갑 제33호증의 1 내지 11, 갑 제34호증의 2, 3, 갑 제35호증의 1 내지 18, 갑 제36호증, 갑 제38호증의 1, 2, 을 마 제2호증의 1, 2, 을 바 제2호증, 을 바 제3호증의 1, 을 바 제4호증, 을 바 제5호증의 1, 2, 을 바 제6, 7호증, 을 바 제12호증의 5, 6, 을 바 제13호증의 3, 4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4, 5, 6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제1심 공동피고 3과 그의 처인 제1심 공동피고 4는 1995. 7.경 군산시 개복동 (지번 1 생략) 소재 1층 건물에서 “아방궁 유흥주점”(이하 아방궁이라 한다, 최초 영업허가는 1976. 2. 28. 이루어졌다)을 운영하다가, 1997. 8.경 아방궁 옆 같은 동 (지번 2 생략)에 위치한 “대가 유흥주점”(이하 대가라 한다, 최초 영업허가는 1965. 10. 20. 이루어졌다)을 추가로 인수하여 아방궁과 연결하여 운영하였다.
나. 제1심 공동피고 3, 4는 아방궁과 대가 건물을 임차한 후 업소 운영을 위한 내부수리를 하면서 아방궁과 대가 사이의 벽을 허물어 통로를 만들고, 윤락장소 등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등기부상 주택 부분으로서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대가 건물의 2층에까지 속칭 ‘쪽방’ 19개 등 많은 수의 방을 만들었으며, 각 방마다 형광등, 환풍기 등 각종 전기시설을 설치하면서도 그 노후된 전선은 교체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두었고, 인화성이 강한 베니어 합판, 스티로폼, 종이 등을 사용하여 바닥과 벽 등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였다.
다. 제1심 공동피고 3, 4는 아방궁과 대가를 운영하면서 여종업원들이 윤락녀 생활을 피하여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업소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현관 출입문에 주점 내부에서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특수자물쇠를 설치하였다가 2000. 9. 19. 군산시 대명동에 있는 유흥가의 화재로 윤락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단속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1층의 창문은 폐쇄하고, 대가 2층의 창문에 고정되어 있던 쇠창살도 착탈식으로 변경하는 한편 아방궁과 대가의 현관 출입문에는 잠글 때 열쇠를 넣고 오른쪽으로 돌려 바로 빼면 주점 내부에서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특수자물쇠(일명 새프리, Shapley)를 설치하고, 대가 1층과 2층 사이에 철제문을 설치하면서 1층에서는 열쇠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하였고, 소외 3, 제1심 공동피고 5 등 남자종업원들로 하여금 교대로 여종업원들을 감시하고 전화통화와 외출을 통제하며, 숙소인 대가 1층의 방에서 잠을 잘 때에도 1층 출입문의 특수자물쇠와 1층과 2층 사이의 철제문을 잠그고, 1층 출입문으로부터 첫 번째 방에서 자면서 여종업원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라. 2002. 1. 29. 11:50경 아방궁 계산대 위에 놓여있던 무선전화기의 어댑터 플러그 부분에서 전선의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여 그 불길이 대가까지 번졌다. 화재는 약 30분만에 진화되었으나, 대가 1층에서 잠자고 있던 별지 도표 ① 망인란 기재 여종업원 13명과 망 소외 3, 7은 1층 현관 출입문이나 건물 외부와 통하도록 철제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대가 2층의 창문 중 어느 쪽으로도 탈출하지 못하고 바닥 장판, 플라스틱 술 박스 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의하여 질식사하였는데, 시신들은 대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철제문 앞에서 발견되었고, 망 소외 3 옆에서 그 철제문의 열쇠가 발견되었다.
마. 한편 대가와 아방궁 등 개복동 소재 윤락가로부터 불과 50m 정도의 거리에 군산경찰서 개복파출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제1심 공동피고 3의 처남이고 윤락업소 업주들의 대표격인 소외 8은 업주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모아 2000. 9. 중순경 파출소 부소장인 소외 9에게 220만 원을 건네주고, 바뀐 파출소 부소장인 소외 10에게 2001. 1. 중순경 및 2001. 9. 말경 각 280만 원을 건네주는 등 추석이나 설날 무렵에 윤락업소들의 윤락, 호객행위 등 범법행위를 묵인하고 고용 대상 여종업원들의 지명수배 여부를 확인해 주는 등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윤락업소들의 감시와 단속을 주로 담당하는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금원을 교부하였고, 윤락업소들에 대한 진정,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군산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소속 경찰관인 소외 11에게 윤락업소들에 대한 사건조사에 있어서의 편의제공 등의 사례 명목으로 2001. 8. 2. 2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백조 유흥주점”에 대한 진정사건에서 윤락 부분을 조사하지 말고 선처해 줄 것을 청탁하면서 그 대가로 2001. 12. 10. 50만 원을 건네주었다. 소외 10, 9는 금품을 제공받는 외에도 식사 접대를 받는 등 수시로 소외 8과 만나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개복동 윤락가의 업소들이 윤락영업 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단속을 게을리 하였으며, 소외 11은 소외 8의 돈을 받고 진정인이 진술하는 윤락 부분에 관하여 조사도 하지 아니한 채 내사종결로 처리하는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소외 8은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위와 같은 뇌물공여와 함께 “백조 유흥주점”의 현관 출입문에 특수자물쇠인 새프리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윤락녀들을 감금했다는 범죄사실로 처벌받았다).
바. 군산경찰서 방범과 방범지도계장인 소외 12는 2000. 9. 21.자로 시행된 “윤락가 및 유흥업소 밀집지역 특별단속계획”의 일환으로 유흥업소 종업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던 중, 대가의 여종업원인 소외 13으로부터 윤락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진술을 듣고 대가의 업주로 지목된 제1심 공동피고 5를 윤락강요와 감금 혐의로 단속하여 윤락행위로 입건된 소외 13과 함께 수사과로 넘겼고 소외 13과 제1심 공동피고 5는 송치된 후 기소되어 처벌을 받았지만, 경찰관의 업무 누락으로 대가의 허가관청인 군산시에 대하여 윤락행위의 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 군산경찰서에서는 2001. 5. 2.부터 5. 30.까지, 2001. 10. 16.부터 2001. 11. 8.까지 단속과 병행해서 감금, 폭행, 윤락강요 등을 중점 면담사항으로 하여 개복동 등 군산시 일원의 유흥주점 종업원들을 상대로 면담조사를 벌였는데, 2001. 5. 23. 아방궁 종업원으로서 뒤에 이 사건 화재로 사망한 망 소외 14는 업주를 따라나와 설문에 응하면서 윤락강요를 묻는 항목에 “2차는 자기 맘이다”라고 진술하여 업소에서 윤락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였으나 개복파출소 소속 경찰관인 소외 4는 이를 면담일지에 기재하였을 뿐 이를 토대로 윤락이나 윤락알선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특별단속과 면담조사 과정에서 개복동 윤락가의 “귀족 유흥주점”이나 중앙로 일대의 여러 유흥업소에서 여종업원들에게 윤락을 강요하고, 영업이 끝나면 여종업원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출입문과 비상문마다 열쇠를 잠가 시정장치를 하는 등으로 감금한 행위가 적발되었다.
아. 2002. 7. 12.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제1심 공동피고 3, 4, 5 등은 감금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윤락행위등방지법위반, 중과실치사죄 등으로, 군산경찰서 경찰공무원인 소외 10, 9, 11은 수뢰후부정처사죄, 뇌물수수죄, 직무유기죄로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일부 양형의 변동이 있었을 뿐 유죄인 점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자. 군산소방서가 주관한 “유흥주점 밀집지역 업소 합동 소방점검”이 2001. 4. 9., 군산경찰서에서 주관한 “월동기 대비 유흥주점 밀집지역 안전시설 점검”이 2001. 10. 19. 대가와 아방궁에 각 실시되었는데, 군산시청 주택과 주택행정계 소속 공무원인 소외 15는 2001. 10. 19.자 합동점검에 불참하고, 군산시청 환경위생과 위생지도계 소속 공무원인 소외 5는 2001. 10. 19.자 합동점검시 대가 2층이 용도변경되어 무허가영업이 이루어지고, 대가와 아방궁 사이에 통로가 있음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직무를 유기하였다는 혐의로 2002. 6. 27. 모두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군산소방서 소방관 소외 6은 두 차례의 합동점검 모두, 소외 16은 2001. 4. 9.자 합동점검에 참여한 후 특별소방안전검검부를 작성하면서 대가의 1층과 2층 사이에 잠금 장치가 있는 샷시 출입문이 있음을 알았음에도 피난장애시설이 없다는 취지로 기재함으로써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기소되었고, 약식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군산소방서장인 소외 17은 화재 발생에 대한 책임으로 1개월간 직위해제처분을 받았다.
차. 사망한 13명의 여종업원들의 유족으로는 별지 도표 ③ 관계란 기재의 해당 지위에 있는 원고들이 있는데, 그 중 망 서만호는 2004. 6. 13. 사망하여 그 처인 원고 14가 상속인간의 분할협의에 의하여 단독상속하였다.
2.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감금 및 윤락강요의 피해발생에 대한 책임 인정 여부
(1)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등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도 직무로 하고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에다가 그 사실관계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대명동 화재사건이 발생한 직후 감금되어 윤락을 강요받고 있다는 여종업원의 진술에 따라 대가 업소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영업허가명의자인 제1심 공동피고 5가 처벌을 받았던 점,
개복동 윤락가의 다른 업소나 부근의 유흥주점에서도 여종업원들에게 윤락을 강요하고, 영업이 끝나면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문과 비상구를 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금한 사실이 단속에서 수차 적발되었던 점,
군산경찰서는 감금, 폭행, 윤락강요를 중점 단속 및 조사대상으로 하여 개복동 윤락가를 포함한 유흥업소 밀집지역 일제단속 및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던 점, 개복동 윤락가 인근의 주민들도 여종업원들이 업주에 의하여 감금된 생활을 하면서 윤락행위를 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군산경찰서 방범과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관으로서 대가와 아방궁 등에 대한 합동점검에 참여했던 소외 18은 직무유기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여종업원들이 감금을 당하고 있고 또한 윤락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면담 및 설문조사를 실시하여도 감금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그냥 지나쳤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던 점(소송기록 4책 1,947면)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 산하 군산경찰서의 개복파출소나 본서 소속 경찰관들인 소외 9, 10, 11 등으로서는 사망한 13명의 여종업원들을 비롯한 윤락녀들이 대가와 아방궁 내부에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거나 실제 그러한 정황을 인식하기도 하였으므로(대명동 화재사건 이후 영업이 끝난 후 시정장치를 사용하여 종업원을 감금한 업소가 여러 곳 단속되기도 한 것을 볼 때, 현관 출입문에 특수자물쇠를 설치하고 쇠창살이 있던 창문을 아예 폐쇄하였다고 하여 감금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훨씬 어렵게 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관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및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이러한 감금 및 윤락강요행위를 제지하고 제1심 공동피고 3, 4 등을 체포, 수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피해신고나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관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윤락업소의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단속을 눈감아주거나 사건조사나 윤락녀에 대한 설문, 면담 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되었음에도 수사에 나서지 않는 등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방치한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고,
위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위 망인들이 대가와 아방궁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게 됨에 따라 위 망인들 및 그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위 망인들 및 원고들이 입은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3) 위 망인들의 나이, 원고들의 신분관계, 재산상태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를 위 망인들에 대하여는 별지 도표 ⑥ 망인 위자료란 기재 해당 금액과 같이, 원고들에 대하여는 별지 도표 ⑧ 원고 위자료란 기재 해당 금액과 같이 정하는 것이 상당하고, 상속분과 고유의 위자료를 합산하면 원고들이 지급받을 위자료의 합계액은 별지 도표 ⑨ 인용금액란 기재 해당 금원이 된다.
나. 화재로 인한 사망의 피해발생에 대한 책임 인정 여부
(1) 원고들은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감금과 윤락강요행위를 방치하고, 윤락행위를 단속하고도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한 행정통보를 하지 않아 군산시에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게 한 직무상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망인들이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그로 인한 손해까지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것이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인바,
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보호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가사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는 법리상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34891 판결 등 참조).
경찰관직무집행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와 권한을 부여한 법령의 목적에 비추어 경찰공무원에게 일반적으로 화재를 예방하는 등의 직무상 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의 목적은 선량한 풍속을 해하거나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저해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여 미풍양속의 보존과 청소년보호에 이바지하려는 데 있는 것이어서( 제1조), 위 법률 제6조 제1항에서 풍속영업자 등의 위반사항에 관하여 경찰서장이 허가관청에 통보하도록 한 것은 오로지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것이지, 사회 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경찰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 위 망인들이 사망으로 입은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 군산시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은 군산시청 환경위생과 위생지도계 소속으로 유흥·단란주점 영업의 지도,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5는 위 2001. 10. 19.자 합동점검시 대가 2층이 영업장소로 용도변경되어 무허가영업이 행하여지고,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에 위반하여 대가 1층과 2층 사이에 철제문이 설치되고 대가와 아방궁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무허가영업장소를 폐쇄하고 업주는 고발하는 조치나, 철제문을 철거하고 통로 개설을 위하여 철거된 벽체를 재건하도록 하는 시정명령, 개수명령을 내린 다음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처분을 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위 망인들의 사망하는 결과가 비롯되었으므로 피고 군산시는 위 망인들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이 사건 화재는 노후된 전선을 교체하지 않아 누전이 일어나게 하고, 인화성이 강한 재료를 사용하여 불이 쉽게 옮겨 붙도록 한 제1심 공동피고 3, 4 등의 과실로 발생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제1조), 식품위생법에서 식품접객업의 시설기준을 정하고, 일정한 영업에 대하여 허가를 받도록 한 취지가 화재사고로부터 개인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데에도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직무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가 2층의 무허가영업이나 용도변경행위 자체는 화재로 인하여 위 망인들이 사망하는 결과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으며, 소외 5로서는 대가와 아방궁 사이의 연결통로가 아방궁에서 처음 발생한 화재피해가 대가 1층에서 잠자던 위 망인들에게 확대되는 데 기여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러한 직무상의 의무위반과 망인들이 사망하는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원고들의 피고 군산시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 전라북도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은, 피고 전라북도 산하 군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아방궁과 대가에 소방법에서 정한 소방시설과 방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환기구도 없이 인화성이 강한 칸막이용 합판과 스티로폼 등의 재료로 불법개조되고, 노후한 전기시설로 인하여 화재위험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점검, 개수명령 및 소방법위반사항에 대한 고발조치 등을 취하지 아니하였고, 특히 소방관 소외 6, 16은 대가 1층과 2층 사이에 피난장애시설인 철제문이 설치되어 있음을 알았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는바, 이러한 소방공무원들의 직무위반과 이 사건 화재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피고 전라북도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위 망인들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아방궁과 대가와 같은 유흥주점은 구 소방법(2003. 5. 29. 법률 제6893호로 제정된 소방기본법에 의하여 폐지되지 전의 것)상 특수장소로서, 구 소방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장소에서 사용하는 커텐·실내장식물 그밖의 이와 비슷한 물품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은 방염성능이 있는 것으로 하여야 하고( 제11조 제1항), 소방서장 등은 특수장소에 있어서의 방염대상물품이 방염성능의 검사를 받지 아니한 것인 때에는 특수장소의 관계인에게 방염대상물품의 제거 또는 방염성능의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제11조 제3항), 특수장소의 관계인은 소방대상물의 규모·용도 및 수용인원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한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여야 하고( 제30조 제1항), 건축법 규정에 의한 피난·방화시설 등을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행위 등을 해서는 아니 되며( 제30조의2 제1항), 소방서장 등은 특수장소의 관계인이 이에 위배된 행위를 한 때에는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제30조 제2항, 제30조의2 제2항) 규정하고 있는바,
소방공무원의 이러한 의무의 내용은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소방공무원이 그와 같은 위험관리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그 의무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방염대상물품이 방염성능의 검사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특수장소의 관계인이 적정한 소방시설을 설치, 유지하지 않는 경우 등에 소방공무원이 방염대상물품을 제거하고 성능검사를 받도록 하거나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는 등 형식상 소방공무원에게 재량에 의한 직무수행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되어 있더라도 소방공무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소방공무원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다42784 판결 등 참조).
갑 제15호증의 1 내지 14, 갑 제28호증의 18, 19, 21 내지 24, 28, 29, 33, 34, 35, 37, 을 바 제1호증의 1 내지 5, 을 바 제8, 9호증의 각 1, 2, 3, 을 바 제10호증의 1 내지 4, 을 바 제11호증의 1, 2, 3, 을 바 제12호증의 1 내지 6, 을 바 제13, 14호증의 각 1 내지 4, 을 바 제15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군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2000. 9.경 대명동 화재사건이 발생한 이후 화재예방을 위한 점검과 교육, 훈련을 강화하여 계속적으로 실시한 사실(아방궁과 대가의 영업허가명의자인 망 소외 7, 3에 대하여도 교육이 실시되었다),
대가 1층과 2층 사이의 철제 출입문은 특수자물쇠가 아니라 실린더형의 일반적인 잠금장치로 시정되는 사실,
소외 6 등은 계단을 통한 건물 내부의 피난방향이 대가 건물의 2층 쪽에서 현관 출입문이 있는 1층 쪽이라고 여겨 2층에서는 언제든 열 수 있는 철제문이 피난장애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나머지 특별소방안전점검부에 그와 같이 기재하였고, 대가 1층의 현관 출입구에 특수자물쇠가 설치되어 조작을 가하면 내부에서는 열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점이나 1층에서 잠자는 여종업원들을 감금하기 위하여 철제문을 시정하여 두는 점을 알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 및 아방궁과 대가는 각 1976. 2. 28. 및 1965. 10. 20. 영업허가를 받은 곳으로서 구 소방법상 소방·방화시설 완비증명서 발급대상이 아닌 점, 1981. 11. 6. 구 소방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연면적 100㎡ 이상인 유흥음식점이 방염규정이 적용되는 특수장소에 포함되었고(종전에는 연면적 200㎡ 이상), 1997. 9. 27.에는 유흥음식점 전부를 그러한 특수장소로 규정하는 것으로 구 소방법시행령이 개정되었는데, 1997. 9. 27.자로 개정된 시행령은 부칙에서 그 시행 당시 이미 영업허가를 받은 특수장소에 대하여는 방염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여 허가면적이 100㎡에 미달하는 아방궁은 규제대상이 될 수 없었고, 대가의 경우에는 허가를 받은 1층만으로는 연면적이 100㎡ 미만이지만 실제 영업장소로 사용하는 2층을 합칠 경우 100㎡ 이상이 되어 1981. 11. 6.자로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하여 방염규제가 가능했지만, 소방공무원들이 공부상의 기재와 다른 실제 사용현황을 알고서도 고의로 방염규정 적용을 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전라북도 산하 소방공무원들이 대가와 아방궁에 대한 소방시설이나 피난·방화시설을 설치,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권한 등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한 것으로까지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 소방공무원들에게 구 소방법에서 규정하는 직무를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 전라북도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별표 도표 ⑨ 인용금액란 기재 해당 금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화재일인 2002. 1. 29.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5. 7. 20.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군산시, 전라북도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한 제1심 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들 패소부분을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위 인용부분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피고 군산시, 전라북도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상철(재판장) 전광식 조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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