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경찰관들이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윤락행위를 방치한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 지급하라
사실관계
권씨 등 유족은 2000년9월 전북군산시대명동 속칭 ‘쉬파리골목’ 무허가 건물 2층 윤락업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권모양 등 윤락여성들이 감금된 채 연기에 질식해 숨지자 같은 해 10월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1,2심에서 일부승소했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李勇雨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관할 파출소 경찰관들은 윤락녀들이 업소 내부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이 인정된다.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관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및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이러한 감금 및 윤락강요행위를 제지하고 이씨 등을 체포, 수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윤락행위를 방치한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따라서 망인들과 그 가족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에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4년전 군산대명동 윤락가 화재사고로 숨진 윤락녀 3명의 유족 권모씨(50) 등 13명이 업주 이모씨(50)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3다49009)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에 따라 이씨가 유족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은 모두 6억 3천 7백여만원이며, 국가는 이 가운데 위자료 6천7백만원을 이씨와 함께 지급해야 된다.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손해배상(기)등
【판시사항】
[1] 경찰관에게 부여된 권한의 불행사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되는 경우
[2] 군산 윤락업소 화재 사건으로 사망한 윤락녀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를 이유로 국가에게 위자료의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등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도 직무로 하고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2] 윤락녀들이 윤락업소에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경찰관이 이러한 감금 및 윤락강요행위를 제지하거나 윤락업주들을 체포·수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그와 같은 행위를 방치한 것은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에 위반하여 위법하므로 국가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국가배상법 제2조
[2]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국가배상법 제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공1996하, 3406),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4482 판결(공1998상, 1588), 대법원 1998. 8. 25. 선고 98다16890 판결(공1998하, 2310)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8. 21. 선고 2002나4859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등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도 직무로 하고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4482 판결, 1998. 8. 25. 선고 98다1689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은 처 소외 2, 처남 소외 3, 장모 소외 4(이하 '소외 1 등'이라 한다)과 함께 윤락업소를 운영하기로 하여 군산시 대명동 138-18 소재 3층 건물 중 1, 2층을 소외 3 명의로 임차하고 1999. 10. 28.부터 윤락녀들을 고용하여 상호 없는 윤락업소(이하 '이 사건 업소'라 한다)를 운영한 사실,
이 사건 업소 주변은 속칭 '쉬파리 골목'이라 불리우는 군산시내 윤락업소 집중지역으로서(이하 '이 사건 골목'이라 한다) 이 사건 업소를 포함하여 7개의 상호 없는 윤락업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1999. 12. 21. 군산시로부터 윤락행위가 행해지거나 행해질 우려가 있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청소년통행이 24시간 금지되는 '청소년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받기도 한 사실,
소외 1 등은 2000. 4. 25.부터 같은 해 8. 12.까지 사이에 인근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망 권은주, 망 임현미, 망 김연화(이하 '망인들'이라 한다)를 1,080만 원 내지 2,900만 원에 넘겨받아 망인들에 대하여 각 금원 상당의 채권을 가졌음을 전제로, 그들로 하여금 1회당 5만 원 내지 20만 원 상당의 화대를 받고 다수의 남성들과 1일 평균 3 내지 4회 정도의 성교를 할 것을 강요하면서 위 채무변제, 보호비, 방값, 식대 등의 명목으로 망인들이 받은 화대를 갈취한 사실,
소외 1 등은 망인들을 비롯한 윤락녀들의 윤락행위 장소 및 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업소 2층(면적 약 20평)을 임의로 개조하여 7개의 방을 만들면서 윤락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각 창문마다 창살을 설치하고 커튼으로 창문을 폐쇄하였으며, 건물의 설계상 건물 밖에서 2, 3층으로 통하도록 설치된 계단의 입구에는 철제 출입문을 자물쇠로 시정하여 2층에서 위 계단을 통하여 외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그 대신 위 건물 안에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을 새로 만들어 1층에 있는 내부 계단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고 1층쪽에서 출입문을 잠그게끔 시정장치를 하고 윤락녀들이 2층에서 잠을 자는 동안 위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윤락녀들을 감시한 사실,
한편 이 사건 업소로부터 약 100m 정도 거리에 이 사건 골목 소재 윤락업소들의 감시와 단속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군산경찰서 역전파출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사건 골목 소재 윤락업소 업주들의 대표자인 소외 5는 윤락업소 업주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모아 1999. 9. 하순경 역전파출소 소장 소외 6에게 150만 원을, 2000. 2. 4. 동인에게 200만 원을, 2000. 9. 11. 역전파출소 부소장 소외 7에게 200만 원을 건네 주는 등 매년 추석이나 설날 무렵에 역전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윤락영업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금원을 건네 주었고, 위 경찰관들은 이 사건 골목 소재 7개 업소에서 윤락영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에 대한 단속업무를 게을리한 사실,
그러던 중 2000. 9. 19. 09:15경 이 사건 업소 2층에서 분전반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2층의 각 방에서 당일 새벽까지 윤락행위를 하고 잠들어 있던 망인들 및 다른 윤락녀 2명 등은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각자의 방에서 그대로 엎드린 채로 흡입화상으로 사망한 사실,
그 이후 소외 1 등은 윤락행위방지법위반, 감금 및 부당이득죄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았고, 군산경찰서 역전파출소 소장 소외 6, 부소장 소외 7은 뇌물을 수수하고 이 사건 업소를 비롯한 7개 업소들의 윤락영업을 단속하지 아니하여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원고들은 망인들의 부모, 형제자매들인 사실 등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이 위와 같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소외 1은 이 사건 업소를 운영하기 이전에도 1997. 10.경부터 이 사건 업소의 옆 건물인 군산시 대명동 138-107 소재 건물에서 윤락녀들을 고용하여 윤락업소를 운영하면서 1층에서 윤락녀들이 기거하는 2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에 출입문을 설치하여 1층에서 걸어 잠그고 감시하는 방법으로 윤락녀를 감금하여 군산경찰서의 조사를 받고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이 사건 골목 옆의 일부 유흥주점에서도 윤락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층 창문마다 창살을 설치하고 2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을 자물쇠로 시정하여 봉쇄하고 1층에서 감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윤락녀들을 감금하기도 하였던 점, 군산경찰서는 2000. 1. 20. 역전파출소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사건 골목의 업주 7명, 부근 유흥주점 업주 42명 등을 소집하여 유흥업소 업주회의를 개최하고 업주들로부터 "항상 문을 잠그지 않고 커텐도 제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받기도 하였고, 2000. 5. 3.에는 "일부 업소에서 유흥접객원들을 감금하고 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유흥접객원 상대 갈취·폭력·감금행위 등을 중점 단속 및 조사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골목을 포함한 유흥업소 밀집지역 일제단속 및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던 점,
이 사건 업소 2층 창문에 설치된 창살은 보통의 가정집에서 설치하는 방범창과는 달리 굵으며, 주변 가정집에는 그러한 창살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이 사건 업소와 같은 윤락업소에만 창살이 설치되어 있어 밖에서 보아도 단순한 방범창이 아니라 윤락녀들을 감금하기 위한 창살로 인식될 정도였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 산하 군산경찰서 역전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인 소외 6, 소외 7 등으로서는 망인들을 비롯한 윤락녀들이 이 사건 업소 내부에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관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및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이러한 감금 및 윤락강요행위를 제지하고 소외 1 등을 체포, 수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윤락업소의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위와 같은 행위를 방치한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하면서 위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망인들이 이 사건 업소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게 됨에 따라 망인들 및 그 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피고에게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바(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산정한 위자료 액수는 상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