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노래방 벽걸이 에어컨서 화재, 에어컨 수입·판매업체는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배상책임이 있다
요지
벽걸이 에어컨에서 발화된 불씨 때문에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면 에어컨 수입·판매업체는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배상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김씨는 부산시 기장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4년 8월 귀뚜라미가 수입·판매한 홈시스 에어컨(PS-120C)이 설치된 룸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
삼성화재는 보험계약에 따라 김씨에게 보험금 6000여만원을 지급한 뒤 귀뚜라미가 수입·판매한 에어컨 내부 제어용 기판의 문제점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진상범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에어컨 기판에 접속되는 커넥터의 핀과 송풍기 모터에 연결되는 단자와의 접촉 불량에 의해 장기적인 발열이 발생해 커넥터 플라스틱을 녹인 것이 발화요인으로 추정된다. 불씨가 기판 주변에 쌓인 먼지에 최초 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화재는 귀뚜라미 측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고 이러한 종류의 발화 사고는 에어컨의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없다면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증명됐다고 봄이 타당하다. 귀뚜라미 측은 에어컨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노래방은 지하에 위치해 먼지가 쌓이기 쉬운데도 벽걸이 에어컨 내부의 먼지 제거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씨가 기판 주위 먼지에 착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귀뚜라미 측의 책임을 70%로 제한, 노래방 주인 김모씨와 화재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삼성화재해상보험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가 홈시스 에어컨을 수입·판매하는 ㈜귀뚜라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121010)에서 귀뚜라미는 4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1. 피고는 원고에게 42,575,266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12. 6.부터 2017. 8. 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0,821,809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12. 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김AA과 별지 목록 기재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피고는 김AA이 운영하는 부산 **군 **읍 **로 ***-*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지하 1층 ‘**노래연습장’의 5호실 벽에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이하 ‘이 사건 에어컨'이라고 한다)을 수입하여 판매한 회사이다.
나. 2014. 8. 18. 07:10경 위 ‘**노래연습장’ 내 5호실에서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김AA 소유의 이 사건 건물과 집기비품류가 소손되어 56,841,809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노래연습장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1,980,000원 상당의 일실수익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김AA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1층 점포를 임차하여 식당을 운영 중인 이BB은 지하로부터 올라오는 연기를 피해 대피하다가 넘어져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① 김AA에게 화재손해보험금으로 2014. 9. 19. 25,000,000원, 2014. 10. 28. 24,584,809원, 2014. 10. 28. 7,257,000원, 점포휴업손해보험금으로 2014. 10. 28. 1,980,000원, ② 이BB에게 책임보험금으로 2014. 12. 5. 2,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는 사실, 갑 2, 3, 4호증, 갑 6호증의 1, 2, 갑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수입·판매한 에어컨 내부 제어용 기판의 문제점 때문에 발생하였으므로 제조업자인 피고의 배타적 지배 아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종류의 발화사고는 에어컨의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없다면 통상 발생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는 김AA과 이BB이 입은 재산상 또는 신체상 손해를 배상할 제조물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원고는 김AA과 이BB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위와 같이 보험금 합계 60,821,809원을 지급하였으므로, 보험자대위로서 피고에게 위와 같이 지급한 보험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① 이 사건 에어컨 내부의 증발기 파열 및 알루미늄 핀 소손이 없었고 사출로 된 팬 브로워의 형태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은 최초 발화점이 이 사건 에어컨이 아님을 보여주는 점,
② 에어컨에 과전류가 흐르면 기판 내부의 퓨즈가 단선되어 전원이 차단되므로 과전류로 인하여 콘덴서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에어컨 기판 콘덴서의 내부 유전체 일부가 부풀어 오른 것은 외부의 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③ 콘덴서 쪽에서 발화되었다면 부품이나 배선 등이 심하게 소손되어야 하나 이 사건에서 부품이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있고 배선 색도 유지되고 있는 점,
④ 화재가 에어컨 내부 기판에서 발화된 것이라면 기판이 설치된 우측이 더 심하게 소훼되어 있어야 하나 좌측의 바람조절판 및 먼저거름필터가 더 심하게 소훼된 점,
⑤ 연소방향은 실제로 ‘V’자 연소가 아니라 ‘ㄱ’자 연소가 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생길 수 없는 연소형태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의 발화원은 이 사건 에어컨이 될 수 없다.
2) 설령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에어컨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김AA의 이 사건 에어컨 사용 및 관리상의 부주의 등이 화재 발생 및 확산에 기여하였으므로 책임제한이 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피고의 제조물책임
1) 인정사실
갑 5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윤CC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고, 을 1 내지 3의 각 기재 또는 영상은 아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가) 이 사건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을 조사한 부산기장소방서는 이 사건 화재의 원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에어컨의 소훼가 심하고 주변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는 점에서 이 사건 에어컨 내 PCB기판의 콘덴서 및 배선접속 커넥터 등에서 미확인 단락으로 발생한 불씨가 케이스 합성수지재 등에 착화되어 벽체 및 천장을 따라 연소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② 이 사건 에어컨의 누전차단기는 트립 상태로서 이 사건 화재 당시 에어컨은 통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 에어컨 내부 PCB기판에 부착된 커넥터 7번핀의 접속단자에서 일부 소훼혼이 식별되는 점에서 접속단자의 접촉 불량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기판의 소훼 정도가 심해 명확한 발화원 판정은 불가능하다. 콘덴서 내부 유전체 일부가 외부로 부풀어 오른 형상이 식별되는 것으로 보아 트래킹에 의한 절연 저하 또는 과전류에 의한 내부 압력의 상승으로 부풀어 오른 것으로 추정되나 이 사건 에어컨 내부의 소훼 정도가 심해 명확한 원인 판정은 불가능하다.
③ 이상과 같은 사정으로 미루어 전기적 요인에 의한 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④ 주출입구는 외력에 의한 파괴 흔적이 없고, 5호실 출입구 전면 및 소파 주위에 대한 유증채취지 확인 결과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으며, 소파에서 발화된 혼적은 식별되지 않고, 후문 출입문에 특정인이 출입한 흔적이 식별되지 않으며, 발화장소의 연소형상이 급격한 연소혼적인 점과 다수의 발화개소 등이 없는 점에서 방화 가능성은 배제된다.
⑤ 5호실 내부에 환풍기 2개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모터를 수거하여 확인한 결과 모터 연결 전기배선 및 모터 코일 등에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았고 배선용 차단기는 꺼짐 상태인 것으로 미루어 환풍기의 발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다.
또한 부산기장소방서가 참조한 한국폴리텍대학 권○○ 교수의 감식결과도 이 사건 에어컨 송풍기 전원 커넥터의 접촉 불량에 의한 발열이 발화열원인 것으로, 기판에 접속되는 커넥터의 핀과 송풍기 모터에 연결되는 단자와의 접촉 불량에 의해 장기적인 발열로 커넥터 플라스틱을 녹인 것이 발화요인으로 추정되고, 기판 주변에 쌓인 먼지에 최초 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나) 이 사건 화재 원인을 감정한 감정인 윤CC은 발화원인에 관하여 이 사건 에어컨 제어용 기판의 모터전원 커넥터에 연결된 6가닥의 모터전원선 중 1가닥이 기판접속용 핀과의 접촉 불량으로 저항이 증가하여 접촉 불량 지점에서 열이 발생하여 커넥터 플라스틱을 녹이고 가늘게 붙어있던 접촉점이 분리되면서 발생한 열이 기판 주변 먼지에 착화되면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발화원이 이 사건 에어컨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피고가 들고 있는 사정과 관련하여서는, ① 이 사건 에어컨의 구조상 증발기에서 일정한 거리에 위치한 기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증발기 파열 및 알루미늄 핀 소손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에어컨 구조 및 화재 특성상 브로워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도 최초 발화점이 이 사건 에어컨이 될 수 있으며,
② 에어컨에 과전류가 흘러도 퓨즈가 단선되지 않을 수 있고 에어컨에서 발생한 화재로 콘덴서 내부 유전체 일부가 부풀어 오를 수 있으며,
③ 에어컨의 구조 및 화재 특성상 부품이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배선 색이 유지되며 기판이 설치된 우측보다 좌측의 바람조절판 및 먼저거름필터가 더 심하게 소훼된 상태라도 에어컨이 발화점이 될 수 있고,
④ PCB기판이 에어컨에 설치되므로 연소방향은 ‘V'자 연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제조물책임의 발생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7460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고 이러한 종류의 발화사고는 에어컨의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없다면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에어컨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 에어컨에 설계 또는 제조상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김AA과 이BB에게 이 사건 화재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노래연습장은 지하에 위치하여 먼지가 쌓이기 쉬운데도 벽걸이 에어컨 내부의 먼지 제거 등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씨가 기판 주위 먼지에 최초로 착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노래연습장에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갖추도록 규정한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점, 이BB의 상해는 이 사건 화재로 직접 입은 것이 아니라 대피하다가 넘어져 생긴 상해인 점 등이 인정되고,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화재의 발생 및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참작하기로 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김AA에게 41,175,266원(= 58,821,809원 × 0.7, 원 미만 버림)을, 이BB에게 1,400,000원(= 2,000,000원 × 0.7)을 각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보험자대위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① 김AA에게 손해보험금으로 58,821,809원(= 25,000,000원 + 24,584,809원 + 7,257,000원 + 1,980,000원)을, ② 이BB에게 김AA의 이BB에 대한 공작물책임에 관한 책임보험금으로 2,0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상법 제682조에 정한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위 지급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김AA과 이BB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지급 보험금액의 범위 내로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내에 있는 손해액인 42,575,266원(= 41,175,266원 + 1,4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일 다음날인 2014. 12. 6.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7. 8. 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룰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