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가 강의가 없는 시간에 다른 학원에 출강하는 등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사실관계
2006년부터 약 10년간 문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북의 A재수학원에 주로 담임강사로 근무한 박씨는 문씨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문씨가 원하는 출근시간·강의시간·강의장소를 지정하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 69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문씨는 박씨는 근로자 지위가 아닌 개인사업소득자 지위에서 용역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최용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문씨와 학원 강사들 사이에 체결된 강의용역계약서에 의하면 강사는 학원과 계약한 강의시간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다른 학원에 출강하는 것도 강사가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실제로도 문씨는 강사들이 다른 학원에 출강하는 시간이나 과외 등 겸업과 겹치지 않게 상의한 후 강의시간을 정했고, 이에 따라 일정표를 배부하는 등 강의시간이나 장소를 문씨가 일방적으로 정해 강제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담임강사들도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1시간가량 담당한 반의 자율학습을 지도한 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퇴근할 수 있었고, 박씨는 재수학원 특성상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정규반이 종료된 때 인근 구청에서 실시하는 대입 컨설팅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학원강사 박모씨가 재수학원을 운영하는 문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231242)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4. 9. 선고 2017가단5231242 판결 임금
【원고】 박AA,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인선, 양지현, 최고다
【피고】 문B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노재인, 송인원
【변론종결】 2019. 2. 12.
【판결선고】 2019. 4. 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9,266,142원 및 이에 대한 2016. 11.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피고는 교육, 도서업을 주업종으로 하여 강북◇◇에듀학원(소재지 : 서울 ○○구 ○○로 ***, 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고, 원고는 2006. 12. 20. 위 학원에서 주로 담임강사로 근무하다가 2016. 11. 15. 근무를 종료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원고와 피고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피고가 원고의 출근시간, 강의시간, 강의장소를 지정하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69,266,14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근로소득세 대신 개인사업소득세를 납부함으로서 절세를 통해 고액의 수입을 얻기 위하여 개인사업소득자의 지위에서 피고와 계약을 체결한 자이다. 원고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소득자의 지위에서 강의 용역을 제공하였으며, 피고는 원고의 출퇴근시간 내지 업무를 강제하는 등 지휘·감독을 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아래에서 인정되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피고가 원고의 출근시간, 강의시간, 강의장소를 지정하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사람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가. 피고와 학원 강사들 사이에 2006. 3.경 체결된 강의용역계약서 제9조에 의하면, 강사는 학원과 계약한 강의시간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타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강사가 타 학원 출강하여 강의하는 사항에 대하여 강사의 판단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나. 피고의 학원 강사들은 타 학원에 출강하는 시간이나 과외 등의 겸업과 겹치지 않도록 상의하여 강의시간을 정하였고 피고는 이에 따라 수강생 수 등을 반영하여 강의실을 조정하여 배정하고 그에 따른 일정표를 배부하였고, 피고의 다른 필요에 따라 강의시간, 강의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하여 강제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 피고의 학원은 재수생들을 중심으로 종합반을 운영하고 있었고 종합반의 성격상 담임 강사를 필요로 하였는데, 피고는 미리 담임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 등을 타진한 다음 담임을 맡겼다. 담임에게는 매월 담임수당, 자율학습지도수당, 방송지도수당 등이 지급되었고, 원고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담임 강사로서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라. 피고의 학원 강사 중 8시에 시작하는 0교시 아침보충수업 강의가 있는 강사들은 담임 강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강의시간에 맞추어 출근하였고, 담임 강사라고 하더라도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의 강사들은 오전 9시 이후 자신들의 강의시간에 맞춰 출근하였다. 담임 강사들도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 50분부터 1시간 정도 해당 반의 자율학습을 지도한 후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퇴근할 수 있다.
마. 피고의 학원 강사들은 오후 수업이 끝나는 2시 반 또는 3시 반부터 학생 수에 따라 강의료를 받는 단과 수업과 야간클리닉 수업을 개설하거나, 타 학원에 출강을 가거나, 인터넷강의 또는 과외를 한다. 원고는 이 시간에 단과수업과 야간클리닉 수업을 개설하여 매월 강의료 수입의 약 25~35%을 창출하였는데, 2014. 9.에는 16명의 학생들에게 단과수업을 진행하고 수강생 1명당 121,000원 합계 1,936,000원을 강의료로 받았다.
바. 피고의 학원은 입시학원으로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라한다)을 목표로 하여 정규반 강의가 매년 3월부터 11월 수능까지 진행되고, 수능이 종료한 후에는 정규반 강의가 종료되고 강사들 업무의 대부분도 종료된다. 원고는 자신의 희망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인근 구청에서 실시하는 대입 컨설팅에 참여하여 수고료를 구청으로부터 받았다.
사. 이와 같이 수능이 있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피고의 학원에서 2~3개의 선행반만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1주일에 2일, 총 4~8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강사들의 강의료도 적고, 일부 강사는 수업이 없어서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12월부터 2월까지 강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일부 강사들은 이 기간 동안 재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특강을 개설한 보습학원에 가서 강의를 하거나 인터넷강의를 하거나 과외를 하는데, 원고도 강남에 소재한 재학생 보습학원에 출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2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