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여행사 과실로 부상한 경우 사고 처리과정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내 후송비 등도 통상손해에 해당한다.
요지
해외여행 중 여행사 과실에 따른 사고로 여행객이 다친 경우 치료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내로 후송하는 데 드는 비용 모두 여행사가 배상해야 한다.
사실관계
황씨는 2016년 3월 A사가 판매한 뉴질랜드 패키지여행에 참여했다가 투어버스 접촉사고로 앞 좌석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다. 현지 병원에서 '급성 정신병장애, 급성 스트레스반응' 진단을 받은 황씨는 17일 동안 입원해 있다가 해외환자이송업체를 통해 귀국했다. 황씨는 A사를 상대로 여행비용과 병원 치료비, 뉴질랜드 체류비용, 환자후송비용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황씨가 투어버스 접촉사고 때문에 정신병장애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여행계약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며 여행사의 책임을 20%로 인정해 여행비용과 병원치료비 등 41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뉴질랜드 체류비용과 국내 후송비용은 여행사가 예견할 수 있었던 손해가 아니다면서 배상범위에서 제외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여행자가 귀환운송의무가 포함된 해외여행계약에 따라 여행하는 도중 여행업자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사회통념상 여행자가 국내로 귀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귀환운송비 등 추가 비용은 여행사의 책임이다.
사고 처리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제전화요금 등 비용 또한 여행사가 책임져야 할 통상손해다.
여행계약에 귀환운송의무가 이미 포함되어 있었고 황씨가 여행 중 사고로 상해를 입은 이상, 황씨가 지출한 국내 환자 후송비용은 여행업자의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 환자 후송비용 및 뉴질랜드 체류비용과 통신비로 지출했다는 손해액이 통상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않은 원심판단에는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 및 통상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황모씨가 4800만원을 배상하라며 해외 패키지여행 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18다286550)에서 A사는 413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86550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상고인】 황AA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 서울 ○구 ○○로 **, 대표이사 김○○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나88574 판결
【판결선고】 2019. 4. 3.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뉴질랜드 체류비용, 국내 환자 후송비용 및 통신비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8670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가 선정한 현지 운전기사의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가 머리의 통증을 호소하며 귀국을 요청하였음에도 피고 측 현지가이드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존 여행일정을 그대로 진행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사고가 비교적 경미한 접촉사고로 보이는 점, 원고 이외에 다른 여행자들은 별다른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기질적인 요인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에 관한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법률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머리 부위의 충격으로 정신병 장애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1) 원고가 이 사건 여행계약에 기하여 피고에게 지급한 여행비용 3,998,000원은 피고에게 그 반환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달리 반환을 구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뉴질랜드 체류비용으로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호텔 숙박비, 병원 필요 물품구입비 등 합계 400 뉴질랜드 달러, (3) 원고가 뉴질랜드에서 국내 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하여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국내 환자 후송비용 합계 27,914,100원 및 (4) 원고가 한국에 있는 부친과 국제전화를 하면서 통신비로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합계 424,492원은 각 피고의 이 사건 여행계약상의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가 아니라거나, 피고가 예견할 수 있었던 특별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먼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여행비용 3,998,000원에 관한 반환청구를 배척한 부분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미진, 법률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
다. 그러나 원심이 뉴질랜드 체류비용, 국내 환자 후송비용 및 통신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393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의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66904 판결 등 참조).
여행자가 해외 여행계약에 따라 여행하는 도중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그 계약상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국내로의 귀환운송의무가 예정되어 있고, 여행자가 입은 상해의 내용과 정도, 치료행위의 필요성과 치료기간은 물론 해외의 의료 기술수준이나 의료제도,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언어적 장애 및 의료비용의 문제 등에 비추어 현지에서 당초 예정한 여행기간 내에 치료를 완료하기 어렵거나, 계속적, 전문적 치료가 요구되어 사회통념상 여행자가 국내로 귀환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귀환운송비 등 추가적인 비용은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통상손해의 범위에 포함되고, 이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6. 1.경 여행업자인 피고와 여행기간을 2016. 3. 9.부터 같은 달 18.까지로 정한 해외 기획여행상품인 이 사건 여행계약을 체결한 후 그 무렵 피고에게 모친의 여행대금을 포함하여 합계 3,998,000원을 지급하였는데, 그 여행대금에는 피고가 여행 종료 후 원고를 국내로 귀환시키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여행계약에 따라 호주로 출국하여 피고 측 직원의 안내에 따라 호주와 뉴질랜드를 순차로 여행하던 중 2016. 3. 15. 10:30경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이상한 말과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 이후 원고가 여행일정에 계속 참가하였으나 또다시 이상증세와 발작을 일으켜 2016. 3. 17.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다. 당시 원고의 증상은 섬망 또는 다형성 특성을 동반한 급성 정신병 장애로 의심되었고, 담당의사는 원고가 정상적인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친에게 원고의 퇴원과 귀국을 권유하면서 원고 본인의 안전과 항공기 승객 등의 안전을 위해 기내 의사와 비행 중 안전문제에 관하여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라) 원고는 2016. 3. 22. 위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귀국을 위해 퇴원한 후 모친과 함께 현지 호텔에서 묵은 뒤 같은 달 24. 귀국을 위해 오클랜드 공항으로 갔으나, 이동하거나 검색대 통과 도중 재차 이상행동을 보여 보안요원에 의해 체포된 후 인근의 미○○○ 병원으로 후송되어 2016. 4. 3.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마) 당시 국내에 머물고 있던 원고의 부친은 원고를 귀국시키기 위해 2016. 3. 31. 국내의 해외 응급환자 이송업체인 주식회사 에이○○○(A○○)코리아와 항공이송계약을 체결한 후 그 무렵 위 업체에 국내 환자 후송비용으로 합계 27,914,100원을 지급하였고, 위 업체 소속 의사 1인과 응급구조사 2인은 2016. 4. 2. 항공편을 통해 뉴질랜드로 출국하여 원고가 입원하고 있던 미○○○ 병원에 도착하였다.
(바) 원고를 치료하고 있던 미○○○ 병원 소속 의사는 위 의료진들에게 원고의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당시 위 의사는 한국에서의 원고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와 치료를 권유하면서 원고의 항공기 탑승과 안전한 귀국을 위해 진정제 외에 항정신병 치료제인 할로페리돌(Haloperidol) 근육주사의 투여 및 올란자핀(Olanzapine)의 정기적인 복용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사) 원고는 2016. 4. 3. 위 병원에서 퇴원한 후 위 의료진들에 의해 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이송되었고, 이후 아○대학교병원 응급실과 삼○서울병원 등을 거쳐 같은 달 7.부터 26.까지 분○○○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원고의 상해는 ‘기타 급성 및 일과성 정신병 장애,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진단되었다.
(아) 한편 원고나 원고를 보호하고 있던 원고의 모친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해 뉴질랜드의 위 각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병원 측으로부터 원고의 상태나 치료경과 및 검사결과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위 각 병원에서의 치료비로 이미 1,500만 원 정도를 지출한 상태였는데, 이러한 치료비는 뉴질랜드 현지 의료보험제도의 적용이 거부되거나 이 사건 여행계약을 위하여 가입된 여행자보험의 보장금액을 초과한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원고 측이 부담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위와 같은 정신적 상해를 입은 이상, 이 사건 여행계약에 피고의 원고에 대한 귀환운송의무가 이미 포함되어 있었고,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가 당초의 여행기간 내에 뉴질랜드 현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이로 인하여 국내로 귀환하여 계속적, 전문적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 측이 지출한 국내 환자 후송비용은 여행업자인 피고의 이 사건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라고 볼 수 있고, 나아가 원고가 해외에서의 치료와 국내로의 귀환과정 또는 이 사건 사고의 처리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제전화요금 등의 비용 또한 그와 같은 통상손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원고가 국내 환자 후송비용 및 뉴질랜드 체류비용과 통신비로 지출하였다는 손해액이 과연 위와 같은 통상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피고의 이 사건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가 아니라거나 피고가 예견할 수 있었던 특별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 부분 원심판단에는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 및 통상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뉴질랜드 체류비용, 국내 환자 후송비용 및 통신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