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삭감 거절에 사측이 경영상 이유로 정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더라도 해고 통보로 볼 수는 없다
요지
급여 인하 조정 제의를 거부한 근로자에게 사측이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통지했더라도 이를 무조건 해고 통보로 볼 수는 없다.
사실관계
신문·잡지 등을 출판하는 A사 편집국장으로 일하던 B씨는 2018년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 신청을 했다.
사측이 자신에게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급여 인하 등 근로조건 조정을 요구해 거부했더니 그러면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해고 통보를 했다는 것이었다.
B씨는 이에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언제까지 정리할까요?"라고 반문했고, 사측이 "빠를수록 좋지 않겠어요"라고 하자 B씨는 이후 출근을 하지 않았다.
B씨는 사측이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A사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A사의 '경영상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B씨로서는 자신에 대한 '경영상 해고 통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발언 전에 A사는 B씨에게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근로조건 변경을 요구했고, B씨로부터 고민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어, 근로계약의 변경 합의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A사가 이후 B씨에게 변경된 근로계약서를 제시했다 거절당하자 문제의 발언을 했고, B씨로부터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제가) 언제까지 정리할까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당시 B씨의 태도를 사측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B씨가 근로계약의 합의 종료에 응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측의 발언은 B씨에 대해 경영상 이유로 해고한다는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씨가 근로계약 변경에 부동의할 경우 향후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며 A사가 B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9구합3810)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2019. 12. 19. 선고 2019구합3810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 2019구합3810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원고】
【피고】
【피고보조참가인】
【변론종결】 2019. 11. 14.
【판결선고】 2019. 12. 19.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4. 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9부해**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서울 영등포구 ▲▲로 **, ***호(△△동*가)에서 신문·잡지·서적의 출판 및 발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18. 1. 3. 계약 기간을 2019. 1. 2.까지로 정하여 원고에 고용되어 편집국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18. 10. 2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12. 24.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을 해고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4. 2.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의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가 제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원고는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여 2018. 8. 20.경 참가인에게 급여의 하향 조정을 요청하였고, 참가인도 처음에는 이에 동의하여 2018. 9.부터는 삭감된 급여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참가인이 급여 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태도를 바꾸고, 2018. 10. 10. 갑자기 원고에게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고는 참가인에게 남은 계약 기간에 기존의 조건대로 근무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참가인이 출근하지 아니하여 부득이 근로관계를 종료하게 되었다. 이처럼 원고는 2018. 10. 10. 참가인을 해고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2) 피고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이 이를 거부하였다. 참가인이 2018. 10. 11.부터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원고가 출근을 요구하지 않았다. 참가인이 2018. 10. 10. 근로계약 종료에 동의한 것은 원고가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참가인을 해고한 것에 대해 해고에 따른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2018. 10. 10.로 하는 데 동의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고는 2018. 10. 10. 참가인을 해고한 것이다. 그 해고는 원고가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부당해고이다.
3) 참가인
참가인이 원고의 급여 조정 요구를 수용하지 아니하자, 원고는 2018. 10. 10.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요구함으로써 참가인을 해고하였다.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에게 계속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실제 그러한 의사가 없음에도 한 말에 불과하다.
나. 관련 법령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1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제27조 1.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2.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나) 법률요건분류설에 기초한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에 따라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서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한다. 따라서 ‘정당한 해고’(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두3583 판결 등 참조)나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은 물론,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한다.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18. 1. 3. 참가인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를 작성하였다.
(표 - 생략)
나) 원고는 2018. 8.경 참가인이게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급여 등 근로조건의 조정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참가인은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의 변경과 관련한 별다른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는 2018. 10. 5. 참가인에게 이 사건 근로 계약에 따른 급여를 하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제시하였다. 참가인이 2018. 10. 8. 원고에게 ‘원고가 제시한 근로계약서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고 말하자, 원고는 참가인에게 ‘그러면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하였다. 이에 참가인이 원고에게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언제까지 정리할까요?’라고 말하자, 원고는 ‘빠를수록 좋지 않겠어요’라고 하였다. 이에 참가인이 원고에게 ‘그러면 제가 어쩔 수 없지만 (10월) 10일 날까지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하였다.
다) 참가인은 2018. 10. 10. 15:08경 원고의 직원인 김AA 과장에게 “김과장님, 제 짐은 택배로 부탁 좀 드릴게요. 대표가 선심을 쓰시듯 말씀하시네요, 택배로 보내주신다고……”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김AA는 같은 날 15:09경 참가인에게 “네 주소 좀 알려주세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라) 원고의 대표자인 전BB와 참가인은 2018. 10. 10. 16:00경 아래와 같은 취지의 대화를 하였고, 참가인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표 - 생략)
마) 참가인은 2018. 10. 15., 2018. 10. 18., 2018. 10. 19. 전BB에게 ‘자신은 지난 10월 10일 원고로부터 정리해고되었다. 9월분 임금과 정리해고에 따른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여 달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발송하였다.
바) 원고는 2018. 10. 19. 참가인에게 “당사는 귀하가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근무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직권면직하였음을 통보하며, 추후 당사 근무시 취득한 비밀 등 제반 정보 사항 등을 외부에 노출하여 당사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시고, 만약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라고 통지하였다.
(표 - 생략)
사) 참가인은 2018. 10. 22.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통지서를 보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가 제1, 5 내지 7, 12호증, 을나 제1호증의 1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참가인이 그 무렵 근로 제공의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장기간 결근하여 사실상 종료되었거나, 그와 같이 보지 않더라도 참가인이 근로 제공을 거부한 채로 계약기간 종기인 2019. 1. 2.까지 유지되었다가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원고가 2018. 10. 8. 참가인과 이 사건 근로계약의 변경에 관하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참가인에게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참가인으로서는 그 발언이 자신에 대한 ‘경영상 이유의 해고 통보’라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그 발언의 계기 및 전후의 경과 등에 관한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그 발언은 원고가 참가인에 대해 ‘경영상 이유로 해고한다’는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변경에 부동의할 경우 향후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가) 원고는 위 발언 전인 2018. 8.경 참가인에게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한 급여의 하향 조정 등 근로조건의 변경’을 요구하고, 참가인으로부터 ‘고민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어, 이 사건 근로계약의 변경 합의를 기대하였다.
(나) 이에 원고는 참가인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을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였다가 참가인이 이를 거부하자, 이에 대응하여 위 발언을 하였고, 바로 참가인으로부터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제가) 언제까지 정리할까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당시 참가인의 태도를 ‘원고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 계약의 합의 종료에 응한다’는 취지로 받아들 수 있었다.
(다) 이후 원고는 참가인이 ‘정리 시한’으로 제시한 날인 2018. 10. 10. 참가인에게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였다가 참가인으로부터 ‘원고가 참가인을 정리해고한 것이니, 사직서를 쓸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참가인에게 ‘본인이 싫어서 나가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하기도 하였다.
(2) 비록 원고가 2018. 10. 10. 16:00경 참가인에게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기는 하였으나, ① 위 사직서 작성 요구는 참가인이 원고의 직원에게 자신의 짐을 택배로 발송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퇴사를 준비 중일 때 이루어진 점, ② 참가인이 사직서의 작성을 거부하면서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가 해고라고 주장하자 원고가 참가인에게 ‘기존에 작성한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조건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한 점, ③ 참가인은 원고의 위 말이 진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에게 수차례 확정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하였음에도, 오히려 참가인이 ‘원고와의 신뢰가 깨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2018. 10. 8. 참가인과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를 권고사직의 형태로 처리를 하기 위해 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을 해고하려는 의사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이처럼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18. 10. 10. 후에도 유지되고 있었는데, 참가인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으면서 2018. 10. 15., 2018. 10. 18., 2018. 10. 19.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임금 및 수당을 달라고 하였다. 이후 원고가 2018. 10. 19. 참가인에게 ‘참가인의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근무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직권면직한다’고 통지하였고, 이에 다시 참가인이 2018. 10. 22. 원고에게 재차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임금 및 수당을 청구하였다. 원고가 2018. 10. 10. 참가인에게 수차례 확정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하였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근로 제공을 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이 결근이 계속됨으로써 그 무렵 이 사건 근로계약은 사실상 종료되었다. 설령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은 참가인이 근로 제공을 거부한 채로 유지되다가 2019. 1. 2.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
나) 가사 원고가 2018. 10. 8. 참가인에게 경영상 이유로 해고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나아가 같은 달 10. 참가인에게 사직서 작성까지 요구함으로써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당일 사직서 작성을 거부하고 부당해고의 취지를 밝히는 참가인에게 바로 수차례 확정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대로 근무하라’고 말함으로써 해고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음에도, 참가인이 그 무렵 근로 제공의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장기간 결근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 사실상 종료되었거나 참가인이 근로 제공을 거부한 채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