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등은 1월경 새벽 3시 5분 제주항공을 통해 필리핀 클락 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8시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항공기 연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륙하지 못했다. 정비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승객들은 예정시각보다 19시간 25분 뒤인 오후 11시께 대체 항공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김씨 등은 위자료 180만원과 하루치 일실수입 190만원 등 총 1억54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임정윤 판사는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이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가입국이라며 따라서 제주항공은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승객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사고 후 부품 교체 경과 등을 고려했을 때, 제주항공이 정비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항공사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시 엔진에 연료가 공급되지 않은 원인이 기록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당 사고가 제주항공에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의무를 다했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김씨 등 승객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했지만, 일실수입 피해에 대해선 늦게 귀국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일실수입을 벌지 못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김모씨 등 77명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5063405)에서 성인 1인당 70만원, 미성년자 1인당 4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17. 선고 2019가단5063405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9가단5063405 손해배상(기)
【원고(선정당사자)】
김A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금성 담당변호사 신명철, 임동국, 김○나
【피고】
주식회사 ○○항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주원 담당변호사 민관식
【변론종결】 2020. 4. 22.
【판결선고】 2020. 6. 17.
【주문】
1.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별지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 기재 ‘인용 금액’란 각 해당금액 및 이에 대하여 2019. 1. 21.부터 2020. 6. 1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선정당사자)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65%는 원고(선정당사자)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 한다) 및 선정자들에게 별지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 중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 2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들’이라고 한다)은 피고와, 피고 소속 7C4604 항공편(이하 ‘이 사건 항공편’이라고 한다)으로 2019. 1. 21. 03:05(현지시각) 필리핀 클락국제 공항을 출발하여 같은 날 08:05(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국제항공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항공편에 투입된 항공기(이하 ‘이 사건 항공기’라고 한다)는 이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엔진 시동을 걸었으나 1번 엔진에 연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피고는 곧바로 항공기에 대한 정비를 실시하였으나 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항공기의 운행이 불가하였다.
다. 원고들은 예정보다 약 19시간 25분 가량 늦은 2019. 1. 21. 23:00경(현지시각) 피고가 제공한 대체 항공기를 이용하여 클락국제공항을 출발하여 2019. 1. 22. 03:30경(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라. 이 사건 사고 후 피고는 이 사건 항공기 엔진의 연료조절장치와 연료펌프를 교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83호증, 을 제1,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적용 법규
가. 몬트리올 협약의 적용 여부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이하 ‘몬트리올 협약’이라고 한다)은 우리나라도 가입하여 2007. 12. 29. 발효되었다. 이는 ‘항공기에 의하여 유상으로 수행되는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모든 국제운송’을 원칙적인 적용대상으로 하고(제1조 제1호), 여기에서 말하는 국제운송이란 ‘운송의 중단 또는 환적이 있는지를 불문하고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출발지와 도착지가 두 개의 당사국의 영역 내에 있는 운송, 또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단일의 당사국 영역 내에 있는 운송으로서 합의된 예정 기항지가 타 국가의 영역 내에 존재하는 운송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1조 제2호). 따라서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인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4049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계약의 출발지인 필리핀과 도착지인 대한민국이 모두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이므로,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나. 몬트리올 협약 관련 규정
제19조 지연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본인`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항공편의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1)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로 원고들은 이 사건 항공편의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약 19시간 이상 지연된 후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그 지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정신적 손해 이외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은, 2019. 1. 21. 08:00경 도착하여 당일 근무를 하도록 예정되었으나 2019. 1. 22. 오전에 대한민국에 도착하여 1일을 근무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별지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 중 ‘일실수입’란 기재와 같이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로 예정 도착시간보다 늦게 귀국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2019. 1. 21.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선정자 견BB은 이 사건 사고로 늦게 인천에 도착함으로써 최종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차량운행비 500,000원을 추가로 지불하였고, 선정자 유CC은 대리운전 기사 차량운행비 400,000원을 추가로 지불하였으며, 선정자 이DD, 이EE, 이FF, 이GG 가족은 급히 귀국할 필요가 있어 항공비로 2,553,800원을 지불하였으므로, 위 비용 상당액을 특별손해로 청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래 항공편의 도착 예정시간, 위 선정자들이 지출한 비용의 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와 같은 특별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위 선정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몬트리올 협약 제19조 후문에 의한 피고의 면책 여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아래와 같이 지연으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 방지를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으므로 몬트리올 협약 제19조 후문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 피고는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정비지침에 따라 이 사건 항공기를 정기적으로 정비·관리하여 왔고, 이에 2019. 1. 19. 75시간 주기 엔진 파라미터 점검, 2018. 9. 25.자 3,000시간 주기 엔진필터 교환, 2019. 1. 20. 예방정비로 자가점검기능 점검을 실시하였으며, 매일 엔진 상태의 변화를 점검하였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 이 사건 사고와 같이 엔진에 연료 공급이 되지 않는 상황은 정비지침에 의하여 점검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고, 실제 이륙을 위해 엔진의 시동을 걸어보는 것 이외에는 사전에 파악할 방법이 없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 피고는 이 사건 항공기가 인천에 착륙한 후에도 점검매뉴얼에 따라 점검을 하였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예방정비 측면에서 엔진의 연료조절장치와 연료펌프를 교환하였다.
• 피고는 원고들에게 호텔 숙박 및 부수한 교통수단 제공, 식사 제공, 공항라운지 이용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하였고, 대체항공편 마련을 위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하였으며, 원고들에게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 연락을 취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사고 당시 엔진에 연료가 공급되지 않은 원인이 기록상 밝혀지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 사고 후 부품의 교체 경과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가 피고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의무를 다하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을 제1, 12, 1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면책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사고로 지연에 이르게 된 원인, 지연시간 및 이 사건 항공편의 지연 경위와 결과, 지연 발생 이후 피고의 구체적인 대응조치 내용, 원고들의 연령, 이 사건 항공편의 운항거리, 소요시간과 운임, 일부 원고들은 보상금을 수령한 사정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가 이 사건 항공편의 지연으로 발생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성년인 원고들은 각 700,000원(피고로부터 보상금 등을 수령한 원고들은 해당 금원을 공제), 미성년인 원고들은 각 4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별지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 중 ‘인용금액’란 기재 각 금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 21.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6.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