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 상환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는 원칙적으로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에서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
사실관계
서울에 있는 한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증진을 위해 설립된 A관리회는 2004년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A관리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관리비 횡령에 가담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6년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고 소송비용은 A관리회가 부담하게 됐다. 2008년 판결은 확정됐고 이후 B씨는 사망했다.
B씨의 승계인인 유족 C씨는 지난해 8월 B씨가 승소한 사건의 소송비용액을 받기 위해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을 냈다. C씨는 서울중앙지법 사법보좌관으로부터 A관리회가 상환해야 할 소송비용액은 341만원임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A관리회는 C씨의 소송비용 상환 청구권은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아 시효완성으로 소멸했다며 그 후에 제기된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은 부당하며 A관리회가 상환해야 할 소송비용액을 정한 제1심 결정은 부당해 취소돼야 한다면서 항고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40부(재판장 강영수 수석부장판사)는 소송비용 상환 의무가 재판에 의해 확정된 경우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에서는 상환할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할 수 있을 뿐이라며 상환의무 자체의 존부를 심리·판단할 수는 없다.
소멸시효의 완성은 채권의 소멸사유 중 하나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비용부담에 관한 실체상의 권리가 시효완성으로 소멸했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로 봐야한다.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과 이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에 예상되는 증거방법,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의 성격과 그 진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는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보다는 청구이의 절차에서 변론을 통한 증명에 의하여 심리·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소송비용액 확정신청이 그 신청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 후에 제기됐음이 신청서와 소송비용부담에 관한 판결서 등의 일자 대조만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하고 상대방도 소멸시효가 완성됐음을 다투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을 할 소송상의 권리보호이익 유무와 관련해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
A관리회의 C씨에 대한 소송비용 상환 의무가 이미 확정된 이상,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A관리회가 B씨에게 상환해야 할 소송비용액을 산정할 수 있을 뿐 소송비용 상환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해 따로 심리·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A관리회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고, 달리 1심 결정에 위법사유를 찾아볼 수도 없다고 A자치운영관리회가 사망한 B씨의 유족인 C씨를 상대로 낸 소송비용액 확정 항고심(서울고등법원 2019라2172)에서 A관리회의 항고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 2019라2172 판결 소송비용액확정
【사건】 2019라2172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인, 상대방】
망 이A의 승계인 박B,
고양시 일산서구
【피신청인, 항고인】
C 자치운영관리회,
서울 종로구, 대표자 회장 이 D
【제1심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25.자 2018카확900 결정
【주문】
1.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2. 항고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
【이유】
1. 항고이유의 요지
신청인의 피신청인에 대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은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55686 손해배상(기) 사건의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으므로, 그 후에 제기된 이 사건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에 따라 피신청인이 상환하여야 할 소송비용액을 정한 제1심결정은 부당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소송비용 상환의무가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경우에,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는 상환할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할 수 있을 뿐이고, 상환의무 자체의 존부를 심리·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13.자 2000마7028 결정, 대법원 2002. 9. 23.자 2000마5257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상대방은 신청인이 제출한 비용계산서의 비용항목이 소송비용에 속하는지 여부와 그 액수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뿐이고, 소송비용액 확정절차 밖에서 이루어진 변제, 상계, 화해 등에 의하여 소송비용부담에 관한 실체상의 권리가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의 집행단계에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사유가 될 수는 있으나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 심리·판단할 대상은 아니다(대법원 2008. 5. 7.자 2008마482 결정, 대법원 2016. 11. 23.자 2016마1116 결정 참조).
소멸시효의 완성은 채권의 소멸사유 중 하나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비용부담에 관한 실체상의 권리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도 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기산일과 중단 사유 유무, 신의성실 원칙 위반·권리남용 등을 주장하여 실체상의 권리의 존부를 다투는 경우 민사소송법에 따른 증인신문·감정·사실조회 등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지만, 소명에 의하는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는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99조 제1항).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과 이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에 예상되는 증거방법,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의 성격과 그 진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는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보다는 청구이의 절차에서 변론을 통한 증명에 의하여 심리·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소송비용액 확정신청이 그 신청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 후에 제기되었음이 위 신청서와 소송비용부담에 관한 판결서 등의 일자 대조만으로 충분히 확인가능하고, 상대방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다투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비용액 확정신청을 할 소송상의 권리보호이익 유무와 관련하여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당사자의 소송상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없고, 궁극적으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인 이상,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을 하고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력을 배제하기보다는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송비용액 확정신청을 각하하는 것이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나. 이 사건 항고이유 주장과 제1심결정의 당부
기록에 의하면, 신청인은 피신청인의 소송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 항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소멸시효 기산점, 채무승인, 권리남용 등을 근거로 내세워 다투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신청인의 신청인에 대한 소송비용 상환의무가 이미 확정된 이상,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상환하여야 할 소송비용액을 산정할 수 있을 뿐이고,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하여 따로 심리·판단할 수는 없다(피신청인이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의 집행단계에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따라서 피신청인의 항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고, 달리 제1심결정의 위법사유를 찾아볼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