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량 부딪힌 후 자기차량을 그대로 두고 연락처 남기고 귀가했더라도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한다
요지
주차된 차량과 부딪힌 후 전화번호가 담긴 메모지를 남겼더라도, 사고 현장의 원활한 교통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한다.
사실관계
A씨는 2018년 2월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 사이 차량을 운전하다 경기도 용인시 인근 대로에 주차된 화물차량과 부딪혔다. A씨는 사고로 본인의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차량을 화물차와 나란히 세워둔 채 시동을 끄고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남긴 채 귀가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였는데, 도로 폭이 차량 2대 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한편 경찰은 A씨 차량으로 차량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사고 차량을 견인했다. 귀가 후 잠을 자고 있던 A씨는 자신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횡설수설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이에 검찰은 A씨를 음주측정 거부 및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화물차를 쳐서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2심은 A씨의 음주측정거부 혐의는 인정했지만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해서는 A씨가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남겨 인적사항을 제공했다며 무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A씨 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량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면, A씨는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면서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취지로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및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음주측정 거부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9도10878).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도10878,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인정된죄명:도로교통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판시사항】
[1]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고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만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그 밖에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여전히 도로교통법 제148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취지 및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의 내용과 정도
【참조조문】
[1]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48조, 제156조 제10호
[2]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9도1503 판결(공2019상, 1132) / [2]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787 판결(공2009상, 947),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5885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한진철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7. 12. 선고 2019노10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현행범인 체포와 음주측정요구의 적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1호로 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 제10호에서 같다) 제공”을 제2호로 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외한다)’을 처벌하는 조항이고,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는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러한 도로교통법 조항의 문언 내용과 입법 취지, 도로교통법 제148조와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고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만 적용되지만, 그 밖에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도로교통법 제148조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9도1503 판결 참조).
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787 판결 참조).
라.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8. 2. 9. 23:00경 이후부터 2018. 2. 10. 02:00경 이전 사이 원심 판시 차량(이하 ‘가해차량’이라고 한다)을 운전하여 용인시 (주소 생략)○○○○○○ 앞 이면도로를 △△△ 방면에서 □□□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진행방향 왼쪽 편에 주차된 화물차(이하 ‘피해차량’이라고 한다)의 앞 범퍼를 가해차량의 앞 범퍼로 충격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일으켰다.
(2)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로서 차량 2대 정도가 지나갈 수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가해차량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가해차량을 피해차량과 나란히 세워둔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피고인의 전화번호만을 적은 메모지를 가해차량 앞 유리창에 둔 채 걸어서 집으로 갔다.
(3) 경찰관은 2018. 2. 10. 02:04경 가해차량으로 인하여 차량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출동하였다. 경찰관은 피고인이 남겨둔 메모지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견인업체에 연락하여 2018. 2. 9. 03:35경 가해차량을 견인하도록 하였다.
(4) 경찰관은 가해차량을 조회하여 소유자인 피고인의 형 공소외인과 통화한 후 비로소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였다.
마.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비산물 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가해차량으로 인하여 다른 차량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
바.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주차된 차만을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므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사.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 제54조 제1항 제2호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부분도 유죄로 인정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