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를 입었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해 구체적인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2016년 신설된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성질상 구체적인 손해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면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 액수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고령의 해녀들이 자신들이 입은 피해 액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해 손해 규모 산정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법원은 민소법 202조의2를 적용해 해결했다.
사실관계
울산시 동구 방어진 순환도로 인근에서 하수관로가 파열돼 도로 지반이 침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시는 긴급복구에 나서면서 인근 하수펌프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하수펌프장 오수 1751톤이 방어진 앞바다로 그대로 흘러 들어갔다.
방어진 앞바다에서 해산물을 캐며 생활하던 강씨 등 해녀들은 이 사고로 열흘간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강씨 등은 울산시의 관리소홀로 오수가 바다에 유입돼 해산물을 채취하지 못하는 등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울산지법 민사16단독 강민성 판사는 이번 오수배출 사고는 근본적으로 울산시가 설치·관리하는 영조물인 하수관로가 파열돼 도로 지반이 침하하는 바람에 발생했다. 하수관로의 파열 및 도로의 침하 발생 당시 하수관로의 파열을 초래할 만한 외부적 요인은 없었던 반면, 주변에 동공이 발생하고 도로 지반의 침하가 진행 중일 정도로 하수관로가 부식된 상태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울산시가 설치·관리하는 영조물인 하수관로에 설치 내지 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강씨 등이 그날그날 나잠 어업을 통해 채취한 해산물의 판매수입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의 범위내에서 경력년수, 성별의 임금, 근로시간 및 근로자수 항목 등을 고려해 열흘간 나잠 어업에 종사하지 못함으로써 58만원 상당의 일실수입 손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한다고 강모씨 등 4명(소송대리인 배호창 변호사 등)이 울산광역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울산지방법원 2018가단2751)에서 피고는 원고 1인당 58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울산지방법원 2018. 10. 11. 선고 2018가단2751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선정당사자)】 A
【피고】 B = 울산광역시
【변론종결】 2018. 9. 13.
【판결선고】 2018. 10. 11.
【주 문】
1.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선정자 C, D, E에게 각 585,666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7. 7. 4.부터 2018. 10. 1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선정당사자), 선정자 C, D, E의 각 나머지 청구와 나머지 선정자들의 각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별지 표 ‘청구금액’란 각 해당 돈 및 각 이에 대하여 2017. 6. 25.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7호증, 9, 10호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된다.
가. 2017. 6. 25. 00:30경 울산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서부동 솔밭 삼거리 지점)에서 피고가 설치·관리하는 하수관로가 파열되어 도로의 지반이 침하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피고는 같은 날 이를 긴급복구하는 과정에서 하수펌프장의 가동을 중단하였고, 이로 인하여 최소한 문현 하수펌프장으로부터 오수 약 1,751톤이 유출되어 피고가 설치·관리하는 우수관을 통해 방어진 앞바다로 유입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선정당사자), 선정자 C, D, E[이하 위 네 사람을 총칭할 경우 ‘원고(선정당사자) 등’이라 한다)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방어진 앞바다에서 소라, 전복, 해삼 등을 채취하는 나잠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2017. 6. 25.부터 F의 수질분석 결과가 나온 2017. 7. 4.까지 나잠 어업에 종사하지 못하였다.
2. 판단
가.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청구에 대하여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이 사건 사고는 근본적으로 피고가 설치·관리하는 영조물인 위 하수관로가 파열되어 도로의 지반이 침하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위 하수관로의 파열 및 도로의 침하 발생 당시 위 하수관로의 파열을 초래할 만한 별다른 외부적 요인은 없었던 반면, 위 하수관로의 주변에 동공이 발생하고 도로 지반의 침하가 진행 중일 정도로 위 하수관로가 부식된 상태였던 사실이 인정되는바(갑 제6호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 그렇다면 피고가 설치·관리하는 영조물인 위 하수관로에는 설치 내지 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손해배상의 범위
가) 원고(선정당사자) 등은 이 사건 사고 당시 1일 200,000원의 수입을 각 올리고 있었으므로 2,000,000원(= 200,000원 × 10일)의 일실수입 손해를 각 입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9호증의 1 내지 3만으로는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이 사건 사고 당시 1일 200,0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갑 제9호증의 1 내지 3에는 원고(선정당사자), 선정자 C, D가 그날그날 나잠 어업을 통하여 채취한 해산물의 판매수입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이 적혀 있으나, 그 객관성을 전적으로 인정하기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로도 1일 200,000원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선정당사자) 등은 예비적으로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7년 고용형태별근로 실태조사보고서(이하 ‘조사보고서’라 한다)상 산업(중)·근속년수·성별의 임금, 근로시간 및 근로자수 항목에 나타난 전근속 농업, 임업 및 어업의 월 급여액인 2,638,000원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하여 달라는 주장도 하나, ① 조사보고서상 직종분류 기준 통계소득이 아니라 산업분류 기준 통계소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계소득으로 사용될 수 없는 점, ②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주장하는 위 통계소득은 산업분류 기준 통계소득 중에서도 어업(여성)의 통계소득이 아니라 농업, 임업 및 어업의 통계소득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일실수입산정 기준으로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주장하는 위 통계소득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위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해자의 정확한 소득을 알기 곤란한 때 일실수입 산정의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계소득은 피해자가 원고(선정당사자) 등과 같이 도시 지역 거주자인 경우 대한건설협회가 발간한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상의 보통인부 노임단가(이하 ‘보통인부 노임단가’라고만 한다)인데(이 사건 사고 당시의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1일 106,846원이다),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일용노동자의 가동연한인 60세가 넘은 상태라는 점[원고(선정당사자)는 약 65세 8개월이었고, 선정자 C는 약 63세 11개월이었으며, 선정자 D는 약 67세 3개월이었고, 선정자 E은 약 61세 11개월이었다], 도시 지역 거주자의 경우 소득 활동은 하고 있으나 그 정확한 소득을 알기 어려워 보통인부 노임단가의 적용을 받는 한에 있어서는 농촌 지역 거주자와 달리 원칙적으로 가동연한인 60세의 연장이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일실수입 산정 기준으로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사용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
라)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이 사건 사고로 일실수입 손해를 입은 것은 분명한데 이 법원의 거듭된 증명 촉구에도 불구하고 원고(선정당사자) 등은 충분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주장하는 통계소득이나 도시 지역 거주자의 일실수입 산정이 곤란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계소득인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적용하는 것도 곤란하므로, 부득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서 갑 제9호증의 1 내지 3에 나타난 원고(선정당사자), 선정자 C, D가 그날그날 나잠 어업을 통하여 채취한 해산물의 판매 수입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의 범위 내에서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매월 조사보고서상의 직종(중, 소)·경력년수·성별의 임금, 근로시간 및 근로자수 항목[각주:1] 중 전 경력[각주:2] 어업 숙련직(여성)의 월 임금 총액인 1,757,000원의 수입 정도는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원고(선정당사자) 등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2017. 6. 25.부터 7. 4.까지 10일 동안 나잠 어업에 종사하지 못함으로써 585,666원[≒ 1,757,000원 ×(10일 ÷ 30일)] 상당의 일실수입 손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한다.
마) 한편 선정자 E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채취하였다가 이 사건 사고 발생 해역에 보관하여 둔 시가 825,000원 상당의 해산물이 폐사되는 바람에 같은 금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바, 갑 제2호증의 3에 비추어 볼 때, 갑 제10호증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선정자E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등에게 각 585,666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7. 7. 4.부터(이 사건 사고일과 일실수입 발생기간이 매우 인접해 있어서 일실수입의 현가 산정을 하지 않는 대신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일실수입 발생기간의 마지막 날로 설정한다)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10. 11.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나머지 선정자들의 청구에 대하여
나머지 선정자들도 청구원인으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방어진 앞바다에서 나잠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로 10일 동안 나잠 어업에 종사하지 못함으로써 2,000,000원(= 200,000원 × 10일)의 일실수입 손해를 각 입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8호증의 2 내지 21, 23, 26 내지 50만으로는 나머지 선정자들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방어진 앞바다에서 나잠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다른 점에 관하여 살펴볼 것도 없이 나머지 선정자들의 청구원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각 인용하고,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나머지 청구와 나머지 선정자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한다. 한편이 사건 소송의 진행경과 등을 감안하여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다.
판사 강민성
[각주1] 일실수입 산정의 기준으로 조사보고서상의 통계소득을 적용할 경우 이 항목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본문으로]
[각주2] 원고(선정당사자) 등의 나잠 어업 경력 자체만 놓고 보면 경력에 관하여 10년 이상을 적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을 수 있으나 이럴 경우 어업 숙련직(여성)의 월 임금 총액이 오히려 1,625,000원으로 줄어드는데, 원고(선정당사자) 등이 매월 이보다는 많은 금액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것을 적용하지는 않기로 한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