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금 수급자가 스스로 유리문을 걷어차 신경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신체 감각 저하를 겪게 됐다면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감각 저하라는 후유증까지 예견하고 그 같은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고의성이 없다는 취지
사실관계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 엄마, 누나와 몸싸움을 하던 중 홧김에 방 출입 유리문을 발로 걷어찼다. 유리문이 깨지면서 A씨는 파편에 의해 신경손상과 혈관손상 등의 부상을 입게 됐고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공단은 치료비 1800여만원을 울산대병원에 지급했다.
그런데 A씨가 부상을 입은 과정을 알게 된 공단은 이를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라고 판단해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을 통지했고 돈을 돌려받았다. 이후 A씨는 신경손상 후유증으로 왼쪽 발목의 강직, 다리 감각 저하 등 후유증을 겪게 됐다. 지난해 울산대 병원을 내원해 국민건강보험으로 진료받기를 요청했으나 요청이 기각되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1항 1호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이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비춰봤을 때 급여제한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이때 '고의'란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로,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A씨가 유리문을 걷어찼을 때는 미성년자였고 순간적인 흥분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신경손상으로 인해 감각 저하 등과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것을 예견하거나 인식하면서까지 방 유리문을 걷어차는 행위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신경손상이라는 부상은 어느 정도 우연이 개입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부상 전체를 하나의 사고로 보고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았는데, 신경손상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를 달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급여제한처분 취소청구소송(울산지방법원 2019구합6202)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울산지방법원 2019. 11. 28. 선고 2019구합6202 판결 보험급여제한처분취소 청구의 소 (확정)
【사 건】 2019구합6202 보험급여제한처분취소 청구의 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수행자 @@
【변론종결】 2019. 10. 17.
【판결선고】 2019. 11. 28.
【주 문】
1. 피고가 2019. 4. 12. 원고에게 한 보험급여제한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2000. 5. 28. 생)는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B의 아들로서 그의 피부양자이다(원고는 현재 성년에 이르렀으나 아래 라.항의 이 사건 처분 당시에는 미성년자였다).
나. 원고는 2016. 7. 26. 14:30경 울산 남구 ##로23번길 7-1, 403호(□□동) 소재 자택 내 원고의 방 안에서, 이틀간의 결석으로 인한 보충수업 문제로 원고의 어머니인 C와 말다툼을 벌이다 C로부터 야단을 맞자 “엄마는 왜 내가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고 항상 야단만 치느냐”라고 화를 내면서 휴대폰을 던졌고, 이에 C가 “왜 휴대폰을 던지냐, 어디서 배운 짓이냐”며 원고를 꾸짖자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며 C를 완력으로 밀쳐냈다. 이에 놀란 C가 원고의 방 밖으로 나오자, 원고의 누나 D가 원고의 방으로 들어가 원고를 나무랐다.
이에 원고는 D에게 달려들어 D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방 출입 유리문을 자신의 왼발로 걷어찼고, 깨진 유리문의 파편 등에 의해 ‘둔부 및 대퇴 부위의 다발성 신경손상(S74.7), 대퇴동맥의 손상, 열상(S75.02), 엉덩이 및 대퇴 부위의 대퇴정맥의 손상, 열상(S75.12)’의 부상을 입었다(원고가 위와 같이 입은 부상을 통틀어 ‘이 사건 부상’이라고 한다). 원고는 그 직후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2017. 1. 31.까지 치료를 받았으며, 피고는 위 치료비 중 피고 부담 요양급여비 총 18,465,700원을 울산대학교병원에 지급하였다.
다. 피고는 이후 이 사건 부상의 발생 경위를 인지하고, 2017. 3. 7.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57조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위 18,465,700원의 요양급여비 상당액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 결정·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이라고 한다). C는 원고를 대리하여 2017. 3. 31.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에 이 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는 2017. 5. 26. 이 사건 부상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C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후 피고에게 위 부당이득금 환수 고지 금액을 납부하였다.
라. 원고는 이후 이 사건 부상 중 ‘둔부 및 대퇴 부위의 다발성 신경손상(S74.7)(이하 ’이 사건 신경손상‘이라고 한다)'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왼쪽 발목의 강직, 다리의 감각 저하를 겪게 되었고, 2019. 4. 4. 울산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국민건강보험으로 진료받기를 요청하였다. 이에 울산대학교병원은 2019. 4. 5. 피고에게 급여제한여부조회서를 접수하였다. 피고는 2019. 4. 12.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가 제한되는 범위는 원칙적으로 해당 보험사고에 관련된 보험급여비용의 전액이고, 이 건 보험사고에 대해 이의신청(제2017-이의-00893호,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취소신청) 결과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여 이의신청 기각되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의 후유진료건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하여 급여제한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보험급여제한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고, 울산대학교병원에 그 취지를 통보하였다(울산대학교병원이 2019. 4. 5. 작성한 급여제한여부조회서의 ‘상병 명’ 란에는 이 사건 부상이 모두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문서의 ‘상병명’ 란에 'S757 엉덩이 및 대퇴 부위의 다발성 혈관손상‘만이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위 급여제한여부조회서에 대한 것으로서 이 사건 부상 전부에 대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인정 근거] 생략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자신이 방 출입 유리문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이 사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후유증을 입게 될 것까지 예견·용인하면서 그에 대한 고의를 가지고 이를 발생케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 없는 것인바, 이 사건 처분은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없이 행해진 것이거나 피고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민건강보험법은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법조 소정의 급여제한 사유로 되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등 참조).
이때 고의로 사고를 발생케 하는 행위에 대하여 보험급여의 절대적 제한사유로 삼은 것은, 고의로 사고를 발생케 하는 행위는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고 해석된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기서 '고의'라 함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고, 여기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7020 판결 등 참조).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1항은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제53조 제1항 제 1호에서 말하는 ‘사고’는 요양급여 실시의 원인이 되는 질병 또는 부상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라 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로 질병 또는 부상이라는 사태를 발생시킨 때’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위 법조 소정의 급여제한 사유로 되는 요건을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성이 있는 점과 고의로 사고를 발생케 하는 행 위에 대하여 보험급여의 제한사유로 삼은 것은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기 때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때 고의의 대상이 되는 개개의 ‘질병’ 또는 ‘부상’은 행 위자가 그 질병 또는 부상 발생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할 당시 통상적으로 발생할 개연성 있는 것으로서 행위자가 이를 예견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던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2) 판단
이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자신의 방 출입 유리문을 왼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그로 인하여 통상적으로 이 사건 신경손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신경손상을 입게 될 것까지 예견하거나 인식하지는 못하였다고 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인바,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신경손상이라는 부상을 발생케 한 것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나,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은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각 호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필요적으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기속행위), 이 사건 처분이 재량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위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이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고의로 사고를 발생케 하는 행위에 대하여 보험급여의 제한사유로 삼는 것은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기 때문이므로, ‘우연의 개입이 배제될 정도로 어떠한 행위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 발생의 개연성이 높은 경우’라야 고의로 사고를 발생케 하였음을 이유로 한 보험급여의 제한이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사보험의 경우보다 보험급여 제한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성이 더 높다.
나) 원고는 자신의 방 출입 유리문을 왼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만 16세 1개월 남짓의 미성년자로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원고는 보충수업 등의 문 제로 어머니, 누나와 다투던 중 순간적인 흥분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유리문이 깨져 그 파편 등으로 인하여 원고가 열상 정도의 부상을 입거나 심한 경우 ‘대퇴동맥의 손상, 열상(S75.02)'과 ’엉덩이 및 대퇴 부위의 대퇴정맥의 손상, 열상(S75.12)'을 입는 것은 통상적인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사태이고, 원고의 나이와 당시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이를 충분히 예견·인식하고 있었거나 필적인 인식 가능성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러나 이 사건 신경손상과 같은 정도의 부상을 입는 경우 그로 인하여 원고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원고가 그러한 부상을 예견하거나 인식하면서까지 이를 용인하는 의사로 자신의 방 출입 유리문을 왼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원고가 입은 이 사건 신경손상이라는 부상은 어느 정도 우연이 개입되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처분사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가 제한되는 범위는 원칙적으로 해당 보험사고에 관련된 보험급여비용의 전액이다’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의 행위로 여러 종류의 부상(상병)을 입었을 때 각 부상(상병) 발생의 개연성이나 그에 대한 예견·인식 가능성에 차이가 있어 각 부상(상병)별로 보험급여 제한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설령 각 부상(상병)이 하나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는 달리 판단함이 타당하다[통상적으로는 하나의 행위로 입은 여러 종류의 부상(상병)에 대한 보험급여 제한 여부는 모두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 사건 부상 중 이 사건 신경손상과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험급여 제한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피고가 이 사건 부상 전체를 하나의 사고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한 이상 그 처분 전체를 취소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재판장 판사 강경숙
판사 이필복
판사 목명균
[별지]
[관련 법령]
▣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적용 대상 등) ①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건강보험의 가입자(이하 "가입자"라 한다)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각 호 생략) ② 제1항의 피부양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3.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
제41조(요양급여) ①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1. 진찰·검사
2. 약제(藥劑)·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수술 및 그 밖의 치료
4. 예방·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移送)
제53조(급여의 제한) ①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