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16개 보험회사에 보장형 상품 가입한 경우 직접증거 없어도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요지
단기간에 비슷한 유형의 보험계약을 다수 체결한 경우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보험계약은 무효다.
사실관계
B씨는 2009년부터 2010년 4월까지 A사를 비롯해 총 16개의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그리고 2010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29회에 걸쳐 병원을 방문하고 총 649일간 입원해 A사에게서 보험금으로 3000여만원을 받았다.
이후 A사는 B씨가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A사 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를 통해서도 모두 2억5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간 사실을 알게 됐다. B씨에게 부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A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동부지법 민사5단독 김혜진 판사는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다. 보험계약자의 그러한 목적은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과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등을 바탕으로 추인할 수 있다.
B씨는 유사한 다수의 중복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것들로 총 16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B씨가 별다른 부담없이 월 약 92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입할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B씨는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인할 수 있다.
B씨가 A사와 맺은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며 A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서울동부지방법원 2016가단133332)에서 B씨는 보험금으로 받은 3000여만원을 돌려줘라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2. 14. 선고 2016가단133332 판결 보험에 관한 소송
【사건】 2016가단133332 보험에관한 소송
【원고】
A보험 주식회사, ○○, 대표이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이피 담당변호사 정문호, 이동명, 배상헌
【피고】
B, ○○,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상현,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박진석
【변론종결】 2020. 1. 10.
【판결선고】 2020. 2. 14.
【주문】
1. 별지1 목록 기재 보험계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0,110,433원과 이에 대하여 2016. 12. 14.부터 다 지급하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취지 : 주문과 같다.
예비적 청구취지 :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별지1 목록 기재 보험계약은 해지되었음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35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지급하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2009. 6. 4.경 소외 C보험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별지1 기재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변경 전 상호 : ○○보험 주식회사)는 2013. 5. 3. 금융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소외 회사의 보험자지위를 인수하였다.
다. 피고는 2010. 3. 26.경부터 2016. 7. 25.경까지 사이에 별지2 보험금 지급내역 기재와 같이 총 29회에 걸쳐 합계 649일간 입원하고, 그에 따른 보험금으로 합계 30,110,433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피고는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그 확인 및 기지급 보험금 30,110,433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한다.
나. 예비적 청구
피고가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97일 동안 불필요한 입원을 함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었고, 원고는 이를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그 확인 및 그에 관한 기지급 보험금 3,350,000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한다.
3. 판단
가. 보험계약 무효확인 청구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이러한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과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등 참조).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많은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보험계약 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73237 판결 등 참조).
2) 판단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거시한 증거들 및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성동세무서장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회신결과, 이 법원의 한국신용정보원장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회신결과,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07. 1. 1.부터 2015. 12. 31.까지 사이에 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내역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2009. 5. 28.경부터 2010. 4. 23.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하여 총 16개의 보험에 가입하였고, 위 각 보험계약으로 인하여 부담한 보험료가 합계 월 927,900원에 이르는 사실,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인 2009. 6. 4.을 전후하여 2009. 5. 28.에는 D보험 주식회사와, 2009. 6. 1.에는 E보험 주식회사와, 2009. 6. 2.에는 F보험 주식회사와, 2009. 6. 3.에는 G보험 주식회사와, 2009. 6. 4.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외에도 H보험 주식회사, I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과 유사한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는 2010년 3월경부터 2016년 8월경까지 사이에 수시로 보험사고를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원고로부터 30,110,433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을 비롯하여 각 보험사로부터 총 252,257,157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고가 1년도 되지 않는 단기간 동안 16건의 보험계약을 집중적으로 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체결한 각 보험계약이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해당하는 점, ② 피고가 보장 내용이 유사한 다수의 중복 보험에 가입한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및 보험사고가 일어날 당시 별다른 부담 없이 위 보험료를 납입할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거나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④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서 약 6개월 후인 2010. 3. 26.경부터 2016. 7. 25.경까지 사이에 별지2 보험금 지급내역 기재와 같이 총 29회에 걸쳐 649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그에 따른 보험금으로 합계 30,110,433원을 수령하였는데, 피고의 정형외과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피고의 정형외과적 질환을 이유로 한 입원일수 147일 중 적어도 97일은 입원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단순 요양을 위해 입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의견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하여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받아 부당이득한 보험금 30,110,433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6. 12. 14.부터 다 지급하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