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여러 보험 가입 보험료도 수입 대비 과도했다면 보험사고 빙자 보험금 부정 수급 목적 인정된다
요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여러 보험에 가입하고 월 납입 보험료도 수입에 비해 과도한 상태였다면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관계
A씨는 2005년 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한화손해보험을 비롯 다수 보험사들과 보험 11건을 체결했다. 특히 2009~2011년에는 7건을 집중 가입했다.
A씨는 이 밖에도 모두 36건의 보험에 가입했는데 월 납입 보험료는 150여만원에 이르렀고,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입원 일당이 보장되는 보험의 월 납입 보험료도 36만여원에 달했다. A씨는 당시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고, 그의 남편 역시 급여내역서 등 뚜렷한 소득을 입증할 증명자료가 없었다.
그러다 A씨는 11건의 입원 일당 보험으로 5억여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고, 2014~2016년까지 단기간 치료가 가능한 식도염 등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보험금을 받았다. 이에 한화손해보험은 A씨의 보험가입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보험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씨가 합리적 이유 없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고 보험계약 중 입원 일당이 지급되는 보험의 수가 많지 않은 점, A씨가 통상적인 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수입의 많은 부분을 보장성 보험료로 납부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화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A씨에게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상고심에서는 A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해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과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정 등은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A씨의 재산 상태,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그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화손해보험이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대법원 2019다29012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다290129 판결 부당이득금
【사 건】 2019다290129 부당이득금
【원고, 상고인】
A 주식회사
【피고, 피상고인】
B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19. 10. 24. 선고 2018나50991 판결
【판결선고】 2020. 3. 1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등 참조).
특히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보험계약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 · 수입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의 종류와 건수, 보험가입 기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보험계약 중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보험의 수가 많지 않은 점, 피고가 통상적인 계약 체결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점,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보험에 관하여 피고가 납입하여야 하는 보험료와 피고 및 그 남편의 직업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수입의 많은 부분을 보장성 보험료로 납부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5년이 지난 후에야 보험금을 청구하기 시작한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본다.
1)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원심판시 36건의 보험 중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일 때까지 유지되던 보험의 월 납입 보험료가 1,533,216원이고, 그 중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입원일당이 보장되는 보험(이하 '입원일당 보험'이라 한다)의 월 납입 보험료만도 367,916원에 이른다. 그 외에도 피고의 남편 C을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의 수도 수십 건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로 인한 월 납입 보험료도 고액이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반면 피고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무렵에는 아무런 직업이 없었다(피고는 'D사'라는 암자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수입의 발생 여부 및 액수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피고의 남편 C이 택시기사로 일하였으나, 그로 인한 수입을 알 수 있는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가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고는 2005. 2. 4.부터 2011. 3. 4. 사이에 통상적으로 보험금 부정취득의 주된 유인이 되는 입원일당 보험을 보험사를 달리하여 11건이나 체결하였다. 특히 피고는 2009. 11. 27.부터 2011. 3. 14.까지 약 1년 4개월 사이에 이 사건 보험을 포함하여 7건의 입원일당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였다. 피고가 이와 같이 단기간 내에 다수의 입원일당 보험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피고는 이 사건 보험을 포함한 11건의 입원일당 보험을 통하여 530,254,620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4)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다른 보험사와 사이에 4건의 입원일당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특히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당일에도 '설사 및 위장염'으로 E병원에 입원하고 있었고, 그와 같은 입원을 보험사고로 하여 기존 4건의 입원일당 보험의 보험사로부터 각 보험금을 지급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시 원고에게 '동종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입원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고지하였다. 또한 피고는 2007. 4. 5.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날인 2009. 11. 26.까지 967일 중 약 400일 동안 E병원 등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원고에게 '최근 5년 내 입원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고지하였다.
5) 피고는 2009. 11. 27.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보험금 청구의 원인이 된 입원치료를 받기 전날인 2014. 12. 26.까지 1,855일 중 약 940일 동안 E병원 등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럼에도 피고는 위 약 940일의 입원치료에 관하여 원고에게는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체결한 동종보험의 보험사에 대하여는 이를 보험사고로 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의 행태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하여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권 제척기간을 경과시키기 위한 의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6) 피고는 2014. 12. 26.부터 2016. 5. 2.까지의 494일 동안 통원치료나 단기간의 입원치료를 통해서도 치료할 수 있는 '식도염, 식이운동이상증, 위궤양' 등의 병명으로 입 · 퇴원을 반복하면서 230일의 장기간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다음 이를 보험사고로 주장하여 원고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위와 같은 입원병명, 치료내역 등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입원횟수와 입원기간은 상당히 잦고 길다.
나. 위와 같은 피고의 재산상태,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 · 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