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에서 도주하려는 차를 막아선 것은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 중 면책약관의 '싸움'이 아니다.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의 약관에는 면책사항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 피보험자가 범죄를 목적으로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던 중 또는 싸움, 자살행위로 인한 손해'의 경우가 포함돼 있다.』
사실관계
이씨는 2008년6월께 부인과 딸을 태우고 운전하던 중 김씨가 운전하던 에쿠스 차량이 끼어들자 놀라 경적을 울렸으며, 이에 김씨가 차에서 내려 욕설을 하자 이씨와 김씨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말다툼 도중 이씨의 부인이 김씨의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김씨는 무면허 운전이 드러날까봐 도주하려 했다. 이를 막으려 이씨는 김씨의 차앞을 막아섰으나 김씨는 차를 몰아 이씨를 본네트에 태운 채 약 10m를 운전했으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이씨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게 해 좌 상성 뇌내출혈 등의 상해를 입혔다.
판결내용
수원지법 민사16단독 신진우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김모씨와 '말다툼'한 것을 '싸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음주운전 등이 의심되는 김씨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하려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에쿠스 차량 앞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차량운행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위와 같이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어 설령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싸움'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김씨를 폭행했다거나 김씨가 현장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도록 위협했다는 등의 사정이 드러나지 않아 이 사건 사고는 김씨의 일방적인 폭력행위로 발생했을 뿐 면책약관에 정한 '싸움'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험회사가 이모(58)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수원지방법원 2008가단7737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수원지방법원 2010. 8. 9. 선고 2008가단77371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원 고】 ○○○○주식회사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395-70
대표이사 프랑스국인 □□□□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
【피 고】 이○○(62년생, 남자)
수원시 권선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
【변론종결】 2010.7.19.
【판결선고】 2010.8.9
【주 문】
1.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별지 폭행사고 기재 사고와 관련하여, 별지 자동차보험계약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무보험자동차상해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경기66다0000호 차량에 관하여 보험기간을 2007.112.2.부터 2008.12.2.까지로 하는 별지 자동차보험계약 기재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 중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이하 '이 사건 무보험차상해보험'이라고 한다.)의 약관에는 면책사항으로 "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 ② 피보험자가 범죄를 목적으로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던 중 또는 싸움, 자살행위로 인한 손해"의 경우가 포함되어 있다.
다. 피고는 2008.6.7. 21:50경 수원시 권선구 □□동 ○○○비행장 삼거리에서, 위 경기 66다0000호 차량에 피고의 처 김○○과 딸 이 ○은을 태우고 운전하던 중, 피고의 진행방향으로 위 에쿠스 차량을 세우고 피고 운전 차량으로 와서 피고가 경적을 울렸다는 등의 이유로 욕설을 하며 항의하자, 차량에서 내려 서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배는 피고 옆에 있던 김○○이 김○배의 음주운전을 의심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무면허 운전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말다툼을 중단하고 위 에쿠스 차량에 탑승하여 현장을 이탈하려고 시도하였고, 이에 피고는 김○○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하면서 위 에쿠스 차량 앞에 서서 위 에쿠스 차량의 진행을 제지하였다.
그러나 김○배는 그대로 위 에쿠스 차량을 출발하였고,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피고가 위 본넷트 앞에 엎어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를 본넷트에 태운 채로 약 10m 가량 이 동하다가 갑자기 차량 진행 방향을 바꿔 피고를 땅바닥에 떨어지게 하여 피고로 하여금 좌 상성 뇌내출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라. 이 사건 사고로 김○배는 2008.12.18. 수원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 ㆍ흉기등상해)죄와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마. 피고는 위 에쿠스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인 ○○○○해상보 험 주식회사에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위 회사는 김○배의 무면허운전으로 면책사항에 해당된다는 사정을 들어 대인배상 Ⅱ에 정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4호증, 을 제1호증, 제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영상, 이 법원의 ○○○○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각주:1]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된 것이거나 피고와 김○배 간의 '싸움'도중 발생 한 것이므로, 이 사건 무보험차상해보험의 면책사항에 해당하여 보험금지급 채무가 없다.
3. 판단
가. 피고에게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1) 보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의라 함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상태를 말하고, 여기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고의와 같은 내심의 의사는 이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
(2)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피보험자인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말다툼으로 인하여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는 없고, 오히려 앞서 든 증거와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 현장에는 피고의 가족들과 김○배와 연인관계였던 남○○가 있었으며, 다른 목격자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김○배를 전혀 알지 못하였고 김○배가 사고 발생을 용인 하고서라도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는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당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피고가 차량에 충돌되어 부상을 입음으로 인하여 어떠한 이 익을 얻을 것으로 추단할 만한 다른 사정도 드러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 서는 자신이 상해를 입을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김○배의 현장 이탈을 제지할 목적으로 위 에쿠스 차량 앞에있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12.6 선고 2002다44861 판결 참조).
나. '싸움'중에 발생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
(1) 이 사건 무보험차상해보험은 상법상 상해보험에 해당하는데, 우리 상법은 인보험에서 다른 보험과 달리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취지를 감안할 때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보호에 는 다른 경우와 달리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점,
보험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ㆍ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 면책약관에 정한 '싸움'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전적 의미로 포섭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고, 무보험자동차에 의하여 상해를 입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행위가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였고 피보험자가 적어도 상해의 결과를 초래할 행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사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위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여 이를 보험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공익에 반할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이러한 측면에서, '싸움'의 경우는 '보험자가 범죄를 목적으로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던 중' 또는 '자살행위'와는 구분된다고 보아야 한다.).
(2) 돌이켜 이 사건에서 보건대, 피고가 김○배와 '말다툼'한 것을 '싸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음주운전 등이 의심되는 김○배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현 장을 이탈하여 도주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하여 위 에쿠스 차량앞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차량 운행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위와 같이 행동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싸움'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김○배를 폭행하였다거나 김○배로 하여금 현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도록 위협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김○배가 이 사건 사고와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 사건 사고는 김○배의 일방적인 폭력행위로 말미암 아 발생하였을 뿐 위 면책약관에 정한 '싸움'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무보험차상해보험의 면책사항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고, 원고는 피고에게 위 계약에 정한 보험금지급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