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자가 보험금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한 행위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최고'에 해당한다.
사실관계
마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김씨는 H보험회사와 의료행위 중 과실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경우 2억원의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05년 의료과실로 환자가 시력을 상실하자 김씨는 우선 환자에게 손해배상으로 2억원을 지급한 뒤 보험회사에 이를 알렸다.
당시 손해사정사는 김씨에게 사고처리안내서와 질문지 등을 주며 이를 작성해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했으나 환자의 동의가 필요한 장해진단서가 발급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김씨는 환자의 장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게 여의치 않아 보험회사 직원에게 문의했고 직원이 소송을 제기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손해사정사를 통해 보험금청구에 요구되는 각종 서류를 피고에 제출한 것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최고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에 대해 보험금지급에 필요한 추가구비서류의 제출을 요구한 것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해 그 지급의 유예를 구한 것에 해당한다. 이 경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여부에 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돼 민법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소제기일 당시는 원고가 최종적으로 보험금 지급청구의 최고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날로부터도 6개월이 도과했음이 역수상 분명하므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174조의 '6월'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한 것이다라고 보험가입자 김모(58)씨가 (주)H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0다946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0.5.27. 선고 2010다9467 판결 보험금
【판시사항】
채무이행을 최고받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채권자에게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 민법 제174조에서 규정하는 ‘6월’의 기간의 기산점
【참조조문】 민법 제174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24336 판결(공1995상, 2101),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공2006하, 1327)
【원고, 피상고인】
원고,상고인 :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변재범)
피고,피상고인 :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원 담당변호사 백경석)
【원심판결】 창원지법 2009. 12. 24. 선고 2009나623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소멸시효제도 특히 시효중단제도는 그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에 관한 기산점이나 만료점은 원권리자를 위하여 너그럽게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민법 제174조 소정의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최고에 있어서 채무이행을 최고받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채권자에 대하여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회답을 받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같은 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회답을 받은 때로부터 기산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24336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마산시에서 ‘ 원고내과의원’이라는 상호로 의료업을 하면서, 보험회사인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의료행위 중의 과실로 고객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경우 그 채무를 2억 원의 한도 내에서 인수하는 내용의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보험료를 납부한 사실,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내인 2005. 4. 13. 소외 1의 안면부 기미 제거 및 모공 축소를 위해 IPL시술을 하던 중 소외 1의 우측 안구에 IPL광선을 직접 비추는 잘못을 하여, 이로 인해 소외 1이 우측 안구에 화상을 입고 각급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계속하였으나 결국 우측 안구의 시력을 상실하게 된 사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가 2005. 10. 20.경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날 소외 1에게 2억 원을 지급한 사실, 원고 병원의 원무부장인 소외 2는 2005. 12. 초순경 원고의 지시에 따라 ‘의사배상책임보험 사고접수지’를 작성한 후 이를 피고에게 송부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알린 사실,
당시 세종화재해상자동차손해사정 주식회사 부산지부에 근무하던 소외 3이 피고로부터 연락을 받고 2005. 12. 2. 원고를 방문한 사실, 소외 3은 방문 당일 원고에게 고객안내문, 의사배상책임보험 사고처리안내서, 질문서를 주면서 위 서류를 작성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하였고, 고객안내문 표지에 자필로 “구비서류 안과(차&범 진료기록부, 진단서), 소견서(시력회복불능), 진료비계산서, 장해진단서, 합의서, 질문서(당사양식)”이라고 적어 준 사실,
원고는 방문 당일 소외 3에게 소외 1의 진료기록과 합의서를 교부하였고, 2005. 12. 7.경 위 질문서를 작성하여 팩스로 송부하였으며, 2006. 1. 27.경 차&범 안과의원 발행의 소외 1에 대한 장해진단서를 우편으로 보낸 사실,
그 후 피고는 소외 3을 통하여 소외 1이 치료받은 적이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발행의 장해진단서 제출을 요청하였으나 소외 1이 고려대 구로병원에 가는 것을 기피해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하였고, 그러자 피고는 소외 3을 통하여 인근 대학병원에서 발급받은 장해진단서라도 제출하라고 하였으나 이것 또한 소외 1의 비협조로 여의치 않았던 사실,
그 사이 원고는 계속하여 소외 3을 통하여 피고와 가능한 방법을 상의한 사실,
한편 소외 3은 원고가 우편으로 보낸 장해진단서대로 대학병원에서 진단이 나올 경우에 보험금은 4,000여 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비추어 보면, 원고가 소외 3을 통해 보험금 청구에 요구되는 각종 서류를 피고에 제출한 것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최고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에 대하여 보험금지급에 필요한 추가구비서류의 제출을 요구한 것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하여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그 지급의 유예를 구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 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되어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소제기일 당시는 원고가 최종적으로 보험금 지급청구의 최고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 날로부터도 6개월이 도과하였음이 역수상 분명하므로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174조에서 규정하는 “6월”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원고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다투면서, ‘당초부터 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면 그 즉시 소송을 제기하였을 것이나 피고가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보험금 채무를 지급할 의사를 표시해 왔기 때문에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판결 이유에서 설시한 것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기 위한 의사표시로서 행한 일련의 행위들을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최고한 것으로 선해하는 마당에 최고의 효력에 관해서도 선해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