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자가 에어컨을 켜둔 채 잠을 자다 사망했어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안된다.
원고회사는 2006년 망인과 사망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로 사망하면 5천만원의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 동안에 사고가 발생하면 5천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돼 있다. 또 질병에 의해 사망할 경우도 5천만원의 질병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보험계약을 맺고 1년 뒤, 조씨가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자다 숨지자 보험회사는 유족에게 질병사망특약에 따라 5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망인의 사망 당시에 방안은 밀폐된 상태로 에어컨이 작동되고 있었다. 유족들은 사망원인이 에어컨으로 인한 저체온증으로 사고에 해당한다며 추가 5천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에 보험회사는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은 조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망인이 질병이나 자살, 타살로 사망한 것이 아닌 이상 저체온증으로 숨졌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문과 창문이 닫힌 방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실내온도가 차가웠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종류 및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검안의사의 의견과 달리 망인의 사망원인이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이라거나 '망인이 에어컨을 켜둔 채 잠이 든 것'과 사건 사망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어 평소 망인에게 사망에 이를 정도의 질환이 없고 망인이 자살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망인이 돌연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마찬가지"라며 "달리 망인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또 사망원인이 분명치 않아 다툼이 생길 것이 예상되면 유족이 먼저 사망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에어컨 바람이 어떤 기전에서 심부체온을 얼마만큼 떨어뜨려 저체온증에 따른 사망을 유발하는지에 관해서 별다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켜 놓으면 사람의 체온이 저하될 수 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사실조회결과를 배척한 것에는 위법이 있다고 H보험회사가 에어컨을 켜둔 채 자다 사망한 보험가입자의 유가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0다12241)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0.9.30, 선고, 2010다12241,12258,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
【판시사항】
[1]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인 망인의 남편이자 보험수익자인 미성년자 甲의 부(父)인 乙에게 질병사망보험금 명목의 돈을 지급하면서 乙로부터 망인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교부받은 사안에서, 乙이 실제 보험수익자인 甲의 법정대리인의 지위에서 보험회사와 위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어 그 합의의 효력이 甲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보험약관에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의 의미 및 사고의 외래성과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보험금 청구자)
[3] 보험약관에 정한 ‘우발적 외래의 사고’로 피보험자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 정도
[4] 피보험자가 원룸에서 에어컨을 켜고 자다 사망한 사안에서,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 결과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 원인이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이라거나 ‘망인이 에어컨을 켜 둔 채 잠이 든 것’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인 망인의 남편이자 보험수익자인 미성년자 甲의 부(父)인 乙에게 질병사망보험금 명목의 돈을 지급하면서 乙로부터 ‘망인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보험 문제를 종결하는 데 동의하며, 향후 추가 청구·민원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교부받은 사안에서,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甲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가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것으로 착각하여 법정상속인 중 1인인 乙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乙도 보험회사 직원인 보상담당자의 말만 믿고 망인의 배우자로서 법정상속인의 지위에서 그 보험금을 수령하고 확인서를 작성해 준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실제 보험수익자인 甲의 법정대리인의 지위에서 보험회사와 위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어 그 합의의 효력이 甲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
[3]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보험약관에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4] 피보험자가 원룸에서 에어컨을 켜고 자다 사망한 사안에서, 사고의 외래성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와 한국배상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서 알 수 있는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문과 창문이 닫힌 채 방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실내온도가 차가웠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 종류 및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검안 의사의 의견과 달리 망인의 사망 원인이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이라거나 ‘망인이 에어컨을 켜 둔 채 잠이 든 것’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에 망인의 유족이 보험회사 등 상대방에게 사망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족들이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으므로,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상법 제727조
[2] 상법 제727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3] 상법 제727조
[4] 상법 제727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5] 상법 제727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공1998하, 2674),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공2001하, 2047) /
[3]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
【전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정일)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0. 1. 13. 선고 2009나5115, 51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 부분과 반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피보험자인 망인의 남편이자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부(父)인 소외 1에게 질병사망보험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면서 소외 1로부터 ‘망인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이 사건 보험 문제를 종결하는 데 동의하며, 향후 본건과 관련하여 추가청구·민원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피고로 정해져 있었음에도 원고가 보험금 수익자가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것으로 착각하여 법정상속인 중 1명인 소외 1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고 소외 1도 원고의 직원인 보상담당자의 말만 믿고 망인의 배우자로서 법정상속인의 지위에서 위와 같이 보험금을 수령하고 확인서를 작성해 준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 소외 1이 실제 보험수익자인 피고의 법정대리인의 지위에서 원고와 위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어 그 합의의 효력이 피고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에 대한 원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부제소 합의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은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등 참조).
한편,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이 이 사건 보험약관에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 등 참조),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중인 2007. 9. 14. 13:09경 자신의 거주지에서 사망한 채로 친구인 소외 2에 의하여 발견된 사실, 당시 망인의 변사사건을 담당한 공주경찰서 경찰관은 사체에 대한 검시를 실시한 후 망인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달리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하고 망인의 사체를 유족인 소외 1에게 인도한 사실을 인정한 후, 이러한 인정 사실에다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의 사망 당시 그 사망장소는 원룸으로 내부에서 시정장치가 되어 있었고, 에어컨이 켜져 있었으며, 망인의 사체를 최초로 발견한 소외 2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위 방실 내부가 매우 썰렁하였다고 진술한 점,
② 위 방실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고, 망인의 사체에 외상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아니하였으며, 망인은 침구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운 채로 발견되었고, 망인이 소지하고 있던 귀금속이나 지갑 속의 현금 등이 그대로 있었던 점,
③ 소외 2는 망인이 평소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고 간이 안 좋아 병원에 다녔다고 진술한 바 있고, 망인은 2006. 6. 3.경부터 2007. 9. 13.경까지 사이에 공주시 산성동에 있는 공주의원에서 요추 척추증, 위장염, 좌측 부비동염, 알콜성 급성 간염 등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으나, 위와 같은 질병은 모두 사망 당시 만 35세의 젊은 여성인 망인이 사망에 이를 정도의 중증 질환은 아니어서, 망인이 위와 같은 질병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점,
④ 망인이 특히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자살을 결심할 만한 동기가 전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망인이 질병으로 사망하였다거나 타인에 의하여 살해되거나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어 결국 망인은 에어컨으로 인한 저체온증 등과 같은 신체 외부에서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제1심법원의 한국배상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에어컨을 켜 놓고 자다가 급사하였다고 증명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밀폐된 방 안에서 켜 놓고 자면 사망한다는 믿음은 근거 없는 속설이다’라고 하나,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켜 놓으면 사람의 체온이 저하될 수 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 이하인 경우로 정의되는데, 저체온증이 지속되어 중심체온이 계속하여 저하되면 의식을 잃게 되고, 나아가 혼수·무반사·동공반사의 결핍 등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심장이 정지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이 밤새 에어컨을 켜 놓고 잠을 자다가 체온이 저하되어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사실조회 결과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한국배상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서 알 수 있는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 결과에 의하면, 저체온증이란 인체의 심부 체온이 35°C 이하로 낮아지는 증상을 말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람이 사망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심부체온이 8~10° 이상씩 낮아져야 하는데, 건강한 사람의 경우 단지 선풍기나 에어컨 작동에 따른 표면냉각만으로는 인체의 심부체온을 위와 같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낮출 수는 없으며(선풍기의 경우 사람이 시원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선풍기의 작동에 의해 사람의 체온이 저하되기 때문이 아니라 신체 주변부의 공기 대류가 원활해지거나 일부 잠재적인 땀이 기화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또 선풍기나 에어컨은 산소를 소모하지도 않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사람의 코와 입에 직접 맞닿더라도 호흡은 가능하기 때문에 폐쇄된 공간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 놓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산소 부족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질식사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 결과를 담은 위 사실조회 결과는 전문가가 전문지식에 기초하여 의학적·과학적 소견을 밝힌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쉽게 배척할 수 있는 성질의 증거는 아니다.
한편, 원심이 채용한 갑 제4호증(사체검안서), 갑 제6호증의3(변사사건 발생보고),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6호증의15(검시조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충남 공주의료원 의사가 망인을 검안한 후 사망 종류는 ‘기타 및 불상’으로, 사망 원인은 직접사인, 중간선행사인, 선행사인 등을 모두 ‘미상’으로 하여 사체검안서를 작성하였으나, 경찰은 망인의 사망 원인에 관해 ‘공주의료원 의사의 검안에 의하면 사인은 미상이나, 현장 상황으로 보아 저체온증으로 사망 추정됨’이라는 내용의 검시조서를 작성하였고,
유족인 소외 1이 망인에 대한 부검을 원하지 않자, 경찰은 다시 ‘최초 목격자인 소외 2의 진술에 의하면, 변사자 발견 당시 방안은 에어컨 바람으로 추웠고 문은 모두 닫혀 있었으며 망인은 침대에 누워 사망해 있었다는 것이므로, 망인이 문을 모두 닫은 채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자던 중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타살 혐의점 발견치 못하여 내사종결 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변사사건 처리결과 보고 및 지휘건의서를 작성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아 망인에 대한 변사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외 2는 경찰에서 “망인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이상하게 여겨져 열쇠수리공을 불러 망인이 거주하는 집의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당시 망인이 침대에 가로질러 누워 있었고 발은 방바닥에 닿아있는 상태였으며, 상의는 검정색 티를 입고 하의는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입술은 퍼렇게 변해 있었고, 손톱은 검정색이었으며, 몸을 만져보니 굳어 있었고 몸이 매우 차가웠다. 처음 방으로 들어갈 때 방이 매우 썰렁해서 제가 보니까 방안의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방안의 창문은 모두 다 닫혀 있었다. 외상은 없었다. 창문을 다 열고 에어컨을 끄고 망인의 몸을 손으로 부비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깨어나지 않아 침대 위로 올리려고 하다가 너무 뻣뻣해서 올려놓지 못했고 팬티만 입고 있기에 이불을 덮어주었다”라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소외 2의 진술 등을 기초로 망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될 당시의 상황을 구성해 보면, 문과 창문이 닫힌 폐쇄된 공간에서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었고, 실내온도가 차가웠으며, 망인은 침대에 뉘어져 사망한 채로 있었고 몸은 강직된 채 차가웠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망인의 사망 원인을 검안 의사의 의견과는 다르게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으로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생체 항상성의 파괴로 체온조절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체온이 실온상태로 낮아지므로 사망 후 망인의 몸이 차가웠다는 점과 저체온증은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사고의 외래성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와 위 의학적 연구와 실험 결과에 비추어 볼 때, 그 외에 문과 창문이 닫힌 채 방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실내온도가 차가웠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 종류 및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검안 의사의 의견과 달리 망인의 사망 원인이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이라거나 ‘망인이 에어컨을 켜 둔 채 잠이 든 것’과 이 사건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여기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사실관계, 즉 위 방실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고, 망인의 사체에 외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평소 망인에게 사망에 이를 정도의 중증 질환은 없었던 점, 망인이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자살을 결심할 만한 동기가 없는 점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망인이 심혈관계 질병이나 기타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돌연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마찬가지이고, 기록상 달리 망인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또 위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망인과 같이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심혈관계 질병 등의 소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에어컨 작동에 따른 표면냉각에 의한 신체적 보상 기전에 의해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으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표면냉각 자체의 영향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어 표면냉각이 사망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알기 어려워 망인이 기왕의 질병 때문이 아니라 에어컨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에 망인의 유족이 보험회사 등 상대방에게 사망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의사의 사체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유족인 서성윤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유족들이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으므로,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망인이 에어컨으로 인한 저체온증 등과 같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하였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에어컨 바람이 어떠한 기전에서 심부체온을 얼마만큼 떨어뜨려 저체온증에 따른 사망을 유발하는지에 관해서는 별다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켜 놓으면 사람의 체온이 저하될 수 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거나 ‘저체온증이 지속되어 중심체온이 계속하여 하락하게 되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위 사실조회 결과를 만연히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의 해석이나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 부분과 반소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박시환(주심) 안대희 신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