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시설 기준에 맞게 도로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보행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현대해상화재의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박모씨는 2011년 7월 경남 사천 8경(景) 중 하나인 초양대교 입구에 있는 초양휴게소 앞 도로를 시속 70km로 운전하다 졸음운전으로 갓길에 있는 행인 8명을 치어 이 중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를 냈다.
현대해상화재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보험금으로 13억7900여만원을 지급하고 도로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가 결합해 발생한 것으로 사천시에 20%의 사고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10월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김지연 판사는 판결문에서 교통사고가 난 도로는 초양휴게소에 내린 사람들이 초양대교로 이동하기 위해 자주 걸어가는 곳으로 보행자를 위해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거나 다른 안전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당시 사천시는 보행자를 위해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고,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도 대비를 하지 않아 도로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인정된다.
사건이 발생한 도로가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설치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초양휴게소에서 초양대교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초양휴게소에서 초양대교에 설치된 인도로 가는 방법은 사고 도로 구간의 갓길이 유일한 점, 사고 도로는 대부분 제한속도 60km 전후 속력으로 주행해 갓길로 여러 사람이 걸으면 위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거나 안전조치가 필요함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고 현대해상화재가 사천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단279565)에서 "사천시는 2억7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4. 15. 선고 2012가단279565 판결 [구상금]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서울 종로구 세종로 178
대표이사 서**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혁진
소송대리인 변호사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김효경
【피고】
사천시
사천시 용현면 시청로 77 (덕곡리 501번지) 사천시청
대표자 시장 정만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아
담당변호사 정기동
【변론종결】 2013. 3. 28.
【판결선고】 2013. 4. 15.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75,969,232원 및 그에 대하여 2012. 5. 3.부터 2012. 9. 10.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박○○ 소유의 6*무****호 K5 차량(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에 관하여 보험기간 2011. 5. 27.부터 2012. 5. 27.까지로 정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하이카 개인용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나. 박○○은 2011. 7. 16. 13:03경 원고 차량을 운전하여 사천시 늑도동에 있는 초양대교 입구이자 초양휴게소 앞에 있는 3번 국도의 가변차로 1차로를 시속 약 70km의 속력으로 남해군 방면에서 삼천포항 방면으로 직진하다가 졸음운전을 하여 전방을 살피지 않고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않은 과실로 진행 차로를 이탈하여 진행 방향 우측 갓길로 들어가 갓길을 따라 초양대교로 걸어가고 있던 피해자 김○○(여, 39세) 등 보행자 8명을 원고 차량 앞범퍼 및 전면 유리창 부분으로 들이받고 계속 진행하여 초양대교의 인도턱을 들이받고 이어서 위 다리 인도 옆 가드레일을 올라탄 상태로 정지하였다. 그 결과 피해자 김○○(여, 39세)을 두개골 골절로 인한 급성심폐정지, 피해자 김*자(여, 49세)를 뇌출혈, 피해자 홍*성(남, 53세)을 뇌출혈, 심장손상, 피해자 김*선(여, 45세)을 뇌출혈로 즉석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신*희(여, 47세)를 2011. 7. 16. 23:00경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간 및 비장파열, 골반 골절로 인한 혈복강, 대량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상, 김*숙, 정*점으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원고 차량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 중 망 홍*성, 망 김*자, 망 김○○, 망 신*희의 유족과 이*상, 김*숙, 정*점 및 박○○에게 2011. 7. 27.부터 2012. 5. 3.까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에 상당한 보험금 1,379,846,160원을 지급하였다.
라.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초양대교 입구이자 초양휴게소 앞에 있는 3번 국도인데, 경남 남해군에서 사천시까지 창선대교, 늑도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를 거치는 도로로 늑도대교를 지나면 초양도가 나오고 초양대교로 이어지는데 초양대교를 진입하기 전에 초양휴게소가 있고 위 휴게소가 위 도로구간의 유일한 휴게소이다.
마. 이 사건 사고 발생 도로 구간(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은 대한민국이 2003년경 준공하여 피고에 관리를 이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이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요지
가. 원고
피고는 초양휴게소에 내린 사람들이 초양대교로 가는 길은 갓길밖에 없고 갓길을 이용해 초양대교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초양휴게소에서 초양대교 인도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지 않고, 피고가 이 사건 사고장소인 갓길을 방호울타리 등 보행자의 안전을 보호할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는 등 이 사건 도로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이 사건 도로의 일반적인 안전성 결여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
이 사건 사고는 박○○의 졸음운전과 피고의 이 사건 도로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가 결합하여 발생한 것이고, 피고의 과실비율은 20%이다.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 중 망 홍*성, 망 김*자, 망 김○○, 망 신*희의 유족과 이*상, 김*숙, 정*점 및 박○○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에 상당한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를 면책시켰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금 중 위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275,969,232원(=1,379,846,160원×0.2)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이 사건 사고 구간은 보행자의 통행이 허용되는 도로이고, 총 3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가변차로로 운용하는 도록 폭이 좁은 국도 구간으로 시가지에서 벗어난 외곽구간이며, 사고지점은 거의 직선구간이어서 시야 확보에 문제가 없고 인근에 학교의 출입구가 있지도 않아 국토해양부가 정한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에 의할 때 보도나 방호울타리 설치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보행자의 통행이 허용되는 도로이기에 갓길로의 출입을 막는 시설을 할 의무가 없다.
피고는 국토해양부의 지침에 따라 이 사건 사고 구간 도로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도로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가 없다.
따라서 도로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1) 이 사건 도로는 총 3차로 중 1개의 차로를 가변차로로 운영하고 제한속도가 60km이며 초양휴게소 진입 직전에 곡선반경 약 275m의 우로 굽은 매우 완만한 커브구간이 있으나 이후 초양대교까지는 거의 직선구간으로 시야 확보에 문제가 없고, 차로의 폭, 길어깨, 평면곡선반경 등은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시설되어 있다.
2) 피고는 이 사건 도로와 이어진 교량들을 사천 8경 중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 사건 사고장소 부근에 초양휴게소를 설치하여 운영, 관리하고 있다.
3) 남해군에서 사천시 방향으로 늑도대교를 지나 우측에 초양휴게소 진출입구가 있고, 이 사건 사고는 초양휴게소에서 진출하는 차량이 이 사건 도로로 진입하기 위한 가속구간이 끝나는 지점의 갓길에서 최초의 충격이 있었다.
4) 초양휴게소 주차장과 위 갓길 사이에 위 가속구간까지는 콘크리트 옹벽이 설치되어 있고, 위 가속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는 낮은 철제 가드레일이 있으나, 초양휴게소 주차장과 철제 가드레일 사이로 위 가속구간이 끝나는 지점의 갓길까지 이어진 샛길이 만들어져 있고 철제 가드레일과 위 콘크리트 옹벽 사이에 틈이 있어 그 사이로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하다.
5) 한편 초양휴게소 건너편에는 넓은 유채밭이 조성되어 있는데, 피고가 초양휴게소에서 유채밭으로 가는 길은 초양대교 입구 부근 아래로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고, 유채밭과 이 사건 도로 사이에 방호울타리 외에 별도의 철제펜스를 설치하여 이 사건 도로를 무단횡단하여 유채밭으로 통행하는 것을 막고 있다.
6) 이 사건 사고는 관광객들인 피해자들이 초양휴게소에서 관광버스에서 내려 초양대교에서 경치를 구경하기 위하여 초양대교로 갓길을 이용해 가던 중 발생하였다.
7) 초양휴게소 옥상과 건물 뒤편에 전망대가 있지만, 이 사건 사고 장소인 갓길을 통해 초양대교로 이동하여 경치를 보려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8) 이 사건 사고 당시 갓길을 통해 초양대교로 이동하여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은 없었다.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 갑 제11, 12호증, 을 제5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나. 이 사건 도로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 및 인과관계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정해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다만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 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그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의 설치, 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임이 입증되는 경우라면 영조물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822 판결 참조).
이 사건 도로가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설치된 사실은 앞서 보았고, 을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도로 개설 이후 2011. 11.까지 이 사건 도로상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 사건 사고를 포함하여 총 13회에 불과하고 그 중 이 사건 사고와 같이 차가 사람을 사상케 한 사고는 이 사건 외에는 2003. 5. 23.경 발생한 사고 1건이 유일한 점은 인정되나,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도로와 연결된 초양대교 등의 교량을 사천 8경 중의 하나로 홍보하고 이 사건 사고 지점 옆에 초양휴게소를 설치, 운영한 점,
다른 교량과 달리 초양대교 입구에만 휴게소가 있어서 다른 교량에는 보행자가 거의 없지만, 이 사건 사고지점 부근에는 사람들이 차량에서 내려 주변을 보행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점, 초양휴게소에서 이 사건 갓길로 나가는 샛길이 생겼을 정도로 이 사건 갓길을 이용하여 초양대교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초양대교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된 인도가 있는데 초양휴게소에서 초양대교에 설치된 인도로 갈 수 있는 것은 이 사건 사고 구간인 갓길이 유일한 점, 이 사건 도로는 시가지도로가 아니어서 막히는 경우가 적어 대부분의 차들이 제한속도인 60km 전후 속력으로 주행하는 것으로 보여 이 사건 갓길을 여러 명이 걸어갈 경우 위험할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 이 사건 갓길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아무런 안전시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 이 사건 도로의 현황 및 이용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구간 도로는 휴게소에 내린 사람들이 초양대교로 이동하기 위해 자주 걸어가는 곳이므로 그러한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초양휴게소에서 초양대교 인도로 연결될 수 있는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거나 다른 안전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보행자를 위한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위와 같은 도로여건에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보행자충돌 사고가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도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도로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구상금채권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박○○의 운전과실과 이 사건 도로에 대한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함께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에 대하여 박○○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가 박○○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피해자 중 망 홍*성, 망 김*자, 망 김○○, 망 신*희의 유족과 이*상, 김*숙, 정*점 및 박○○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에 상당한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를 면책시켰으므로 원고는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구상권을 가진다.
라. 구상의 범위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의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 당시는 날씨가 맑고 낮이었으며 이 사건 도로는 거의 곧게 뻗은 평지에 가까운 상태이어서 시야 확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점,
② 박○○이 졸음운전 및 과속운전을 하면서 조향장치를 잘못 조작하여 차로를 이탈하여 피해자들을 충격한 점,
③ 졸음운전으로 인하여 충격 즉시 제동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을 충격하여 손해가 확대된 점,
④ 이 사건 사고 전에 이 사건 사고 구간 도로에서 차가 보행자를 충격한 사고는 단 1건에 불과한 점,
⑤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의 초양대교 등을 관광지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초양휴게소를 설치, 운영하여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면서도 보행자를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⑥ 당시 이 사건 도로의 현황, 이용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이 사건 도로 인근 갓길을 통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초양대교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박○○의 과실을 80%, 피고의 과실을 20%로 정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 중 피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275,969,232원(=1,379,846,160원×0.2)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일 다음날인 2012. 5. 3.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인 2012. 9.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