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동의 없이도 산업재해보험에 단체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자협약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는 효력이 없다.
상법은 사망이나 상해를 조건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기업이 근로자들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 없이도 계약체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동의가 없으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봤지만,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보험사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사실관계
영테크솔루션의 하청업체이던 서연산업은 2010년 7월 박모씨를 고용한 뒤 박씨의 동의 없이 KDB사와 산재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박씨는 같은해 9월 영테크솔루션 작업장에서 프레스 작업 도중 한쪽 팔이 잘려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같은해 12월 영테크솔루션을 흡수합병한 서연산업은 YTS로 상호를 변경했고, YTS사는 KDB사에 보험금 1억2400여만원을 청구했다.
1·2심은 영테크솔루션과 서연산업은 작업장을 같이 쓰고 두 회사가 합병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두 회사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영테크솔루션의 단체보험 체결 규약은 별개의 회사인 서연산업의 근로자인 박씨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KDB사가 산재보험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KDB사에게 8600여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KDB사의 보험모집인인 정모씨는 영테크솔루션과 서연산업이 같은 작업장을 사용하고 있지만 두 회사가 별개의 회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정씨는 서연산업에 고용된 박모씨를 피보험자로 보험계약 체결을 의뢰받고도 박씨를 영테크솔루션의 소속 직원으로 보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이나, KDB사는 동일한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라도 소속이 다를 경우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한 단체보험은 근로자 소속 회사와 사이에 체결된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점을 보험모집인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KDB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서연산업이 영테크솔루션을 합병해 만든 ㈜YTS가 ㈜KD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2다91590)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13.8.22, 선고, 2012다91590, 판결 보험금
【판시사항】
소속 구성원의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모집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의 유효요건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지 아니함으로써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경우, 보험자가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소속 구성원의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모집인으로서는 보험계약자가 단체보험 유효요건을 몰라 보험계약체결 당시에 그 체결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보험계약자에게 단체보험의 유효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적어도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의 유효요건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자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참조조문】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제735조의3,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와이티에스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케이디비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언 담당변호사 김갑수 외 1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2. 9. 19. 선고 2011나648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소속 구성원의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단체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모집인으로서는 보험계약자가 단체보험 유효요건을 몰라 보험계약체결 당시에 그 체결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보험계약자에게 단체보험의 유효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적어도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의 유효요건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자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 즉 ① 피고의 보험모집인인 소외 1은 2007. 4.경부터 미래에셋생명에서 보험모집인으로 일하기 시작하였고, 2009. 10.경부터는 역시 보험모집인으로 일해온 그의 아버지 소외 2와 함께 광주 하남공단, 소촌공단 내에 입주한 제조업체들의 단체보험을 모집·관리해 오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보험계약자인 주식회사 영테크 솔루션(이하 ‘영테크’라 한다)과 사이에 104명의 피보험자에 대한 단체보험을 체결하기도 한 사실,
② 소외 1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서연산업 주식회사(이하 ‘서연산업’이라고만 한다)와 영테크 소속 근로자들이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양 회사가 별개의 회사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③ 그런데 소외 1은 영테크 직원 소외 3으로부터 당시 서연산업에 고용된 소외 4를 피보험자로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을 의뢰받고도 소외 4의 재직증명서를 제출받는 등 그의 실제 소속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그를 영테크 소속 직원으로 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④ 피고는 소외 4 말고도 서연산업 소속 근로자인 소외 5를 피보험자로 하여 영테크와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하자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
⑤ 영테크는 소외 4를 영테크 소속이 아닌 서연산업 소속 근로자로 하여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지급하여야 하는 보험료 등 보험조건이나 보험사고 시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의 액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소속 작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소외 4를 자신의 근로자로 보고 그를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유효하게 체결할 수 있었다고 잘못 판단하였다고 보일 뿐 계약 체결에 있어 부정한 동기가 개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⑥ 영테크로서는 보험계약상 무효 사유가 있었음을 알았다면 당연히 서연산업이 당사자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려 하였을 것이고, 피고로서도 영테크가 아닌 서연산업이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여 보험계약의 체결을 거절하였을 것으로 볼 사정도 존재하지 아니한 점,
⑦ 서연산업과 영테크의 근로자들이 같은 작업장에서 혼재되어 근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소외 1로서는 영테크에게 피보험자가 영테크 소속 근로자가 아닐 경우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한 적이 없고, 나아가 재직증명서를 제출받는 등의 절차를 통해 피보험자인 소외 4의 실제 소속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점,
⑧ 피고는 동일한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라도 소속이 다를 경우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한 단체보험은 근로자 소속 회사와 사이에 체결된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점을 소외 1 등 보험모집인에게 교육 등을 통해 주지시키지 않았다고 보이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외에도 서연산업 소속인 소외 5를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여, 피고 보험모집인인 소외 1은 이 사건 보험계약을 모집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인 영테크에게 단체보험에서의 피보험자의 요건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할 설명의무 내지 정보제공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어 원고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시 중 서연산업이 소외 4를 소속 직원으로 하여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험조건이나 수령할 보험금의 액수 등에 있어 영테크가 소외 4를 자신의 직원으로 하여 체결한 이 사건 보험계약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한 부분은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나 이러한 부적절한 판시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고,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보험모집인의 설명의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