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을 앓는 사람에 대한 종합보험 가입 거부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사실관계
수필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박씨는 2003년 양극성 행동장애(조울증)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2달간 입원한 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 왔다. 2009년 8월 박씨는 종합보험에 가입하려고 동양생명에 전화를 걸어 가입 상담을 받던 중, 직원이 "정신장애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보통사람보다 장해발생률이 더 높아 가입이 불가능하다"며 가입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박대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의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보험사가 박씨가 정신장애 3급으로 약물을 복용한다는 이유로 약물복용기간, 재발 이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입을 거절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박씨의 조울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고, 단시 재발 방지를 위해 약을 계속 먹어야했던 것 뿐인데도 보험사는 이런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며 "동양생명은 박씨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서 가입을 거절했다고 주장하지만, 장애를 주된 이유로 삼아 차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입 문의 과정(단순히 전화로 문의 하다가 거절당한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금을 100만원으로 정한다고 박모(40)씨가 동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38092)에서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8. 30. 선고 2011가합38092 판결【차별구제청구 등】: 원고일부승
【판시사항】
양극성 정동장애로 정신장애판정을 받은 사람이 보험회사 사망, 상해, 입원, 의료비 특약이 포함된 보험가입이 거절된 사안에서, 이러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위자료청구를 인정한 판결
【전 문】
【원 고】 박○○(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최정규, 임성택)
【피 고】 동양생명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김용기, 김형진)
【변론종결】 2013. 6. 28.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0만 원 및 이에 대한 2010. 7. 31.부터 2013. 8. 3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2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별지 목록 기재 보험 상품에 관한 계약교섭 과정에서 원고가 정신장애인 또는 약물 복용 중이라는 이유로 상품설명, 가입권유, 보험내역 설계 등 청약의 유인행위를 중지해서는 아니 된다. 피고는 위 보험 상품에 관하여 원고가 청약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원고에게 이 판결 선고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보험기간, 납입기간, 보험금액, 월 보험료, 고지의무, 약관의 주요 내용 등 피고가 보험계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질문 또는 설명하고, 이 내용이 담긴 보험계약청약서 양식을 교부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만일 피고가 위 10일의 기간 이내에 보험계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질문 또는 설명하지 않거나, 보험계약청약서 양식을 교부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피고는 그 기간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그 이행 완료 시까지 원고에게 1일당 10만 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우울한 기분상태와 고양된 기분상태가 교차되어 나타나는 증상)로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라 정신장애 3급1)[1)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 1] 장애인의 장애등급표에 의하면, 양극성 정동장애로 기분ㆍ의욕ㆍ행동 및 사고의 장애증상이 현저하지 아니하지만, 증상기가 지속되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로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위한 기능수행에 제한을 받아 간헐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정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원고는 위 증상으로 2003년경 2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그 후부터 현재까지는 관해(寬解, 증상이 호전되어 외견상 치료된 것처럼 보이는 것)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기적으로 정신과 면담 및 약물 처방을 받고 있고, 2008년경부터는 수필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09. 8. 26. 피고 회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 김□□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보험 상품(이하 '이 사건 보험 상품'이라 한다)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김□□는 원고와의 가입 상담 중 원고가 정신장애로 인하여 약물을 복용한다는 말을 듣고 보험가입이 어렵다고 안내한 뒤 통화를 마쳤다.
다. 원고의 상담을 접수한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 상품의 가입 거부사유 및 그 근거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09. 9. 22. 위 사단법인에 '이 사건 보험 상품은 장해율이 50%~80%로 진단될 경우 기본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는 상품인데, 원고는 조울증으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아 현재 약물 복용 중인 사람으로서 표준체에 속한 집단보다 더 높은 위험률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 내부의 보험 인수 기준상 가입이 불가능하다.'라는 취지로 회신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수거절 행위'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10호증, 갑 제8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차별행위의 존부
가. 관련 법률의 규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등을 금지되는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그 제5조 제1항은 차별의 원인이 2가지 이상이고, 그 주된 원인이 장애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는 위 법에 따른 차별로 간주하며, 그 제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로 하여금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판단
피고는 원고가 정신장애 3급으로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인수를 거절하였다. 그런데 앞서 나온 증거들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의 경우 관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이 없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요구되는 점, 피고의 보험 인수 기준에 의하면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요구되는 정신장애 보유자의 경우 약물 복용기간, 재발 이력 등의 개별적ㆍ구체적인 고려 요소와 관계없이 이 사건 보험 상품과 같은 납입면제 상품의 인수가 일률적으로 거절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인수거절 행위는 그 주된 원인이 장애라고 인정되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는, 원고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를 거절한 것이지 장애를 이유로 차별한 것이 아니고, 검증된 통계자료 등 합리적인 자료를 근거로 보험인수 여부를 판단하였으므로, 그 차별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해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그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음에도(장애인차별금지법 제47조 제2항), 기록상 그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3.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를 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에 비추어 인정되므로,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에 따라 원고에게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인수거절 행위가 위법한 것이기는 하나, 원고를 비롯한 정신장애인들을 의도적으로 차별할 목적으로 보험인수를 거절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그밖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원고의 이 사건 보험 상품에 대한 가입 문의 과정, 피고가 위 인수거절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손해배상 액수는 1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손해배상금 100만 원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0. 7. 3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3. 8. 30.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구제조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에게, 차별적 행위의 중지를 위해 이 사건 보험 상품에 관한 계약교섭 과정에서 원고가 정신장애인 또는 약물 복용 중이라는 이유로 상품설명, 가입권유, 보험내역 설계 등 청약의 유인행위를 중지하지 않을 것과, 적극적 조치로서 이 사건 보험 상품에 관하여 원고가 청약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원고에게 이 판결 선고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보험기간, 납입기간, 보험금액, 월 보험료, 고지의무, 약관의 주요 내용 등 피고가 보험계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질문 또는 설명하고, 이 내용이 담긴 보험계약청약서 양식을 교부할 것을 각 청구함과 아울러, 간접 강제로서 피고가 위 기간 내에 보험계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질문 또는 설명하지 않거나, 보험계약청약서 양식을 교부하지 않을 경우 위 기간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그 이행 완료 시까지 1일당 10만 원의 비율에 의한 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판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ㆍ3항은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고, 차별행위의 중지 및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진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문의 문언 상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개별적ㆍ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구제조치의 명령 여부 및 그 내용과 범위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였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구제조치의 명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고와 같은 사 보험회사에 보장된 계약체결의 자유 내지는 사적 자치의 원칙도 고려되어야 하는 점, 피고는 2009. 9.경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의 요청에 답변할 당시 원고가 원할 경우 이 사건 보험 상품과 유사한 저축성 보험에 관하여 주 계약 1,000만 원의 보장 내에서 가입 가능 여부를 재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고,
이 사건 2012. 4. 27.자 준비서면에서도 원고가 원할 경우 원고의 성별, 나이, 건강상태를 정확히 확인한 뒤 원고에게 적합한 보험 상품을 제시함으로써 보험계약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점, 피고로서는 원고가 가입하고자 하는 특정 보험 상품이 인수하는 위험의 종류와 성격, 위험발생의 개연성 등을 고려하여 기존의 보험가입자들로 구성된 위험단체가 받을 영향을 분석ㆍ평가할 필요가 있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제안이 원고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거나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피고의 위 제안에 응할 경우 원고는 이 사건 소로써 구하는 구제조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에게 이 사건 인수거절 행위의 위법성을 이유로 손해배상의무를 지우는 것 외에 차별행위의 중지 및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5.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