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험사로부터 위로금 등을 받으면서 '향후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합의를 했다면, 그 합의는 보험사의 피보험자인 가해자에게까지 효력이 미치므로 피해자는 이후 가해자에게 따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사실관계
A씨는 2012년 4월 동해시의 한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건너던 중 B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부딪혀 넘어졌다. A씨는 팔꿈치와 어깨 타박상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B씨 차량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보험에서 진료비 80만원을 포함한 130여만원을 받고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민사상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단 후유장해가 발병했을때는 예외로 했다.
A씨는 이후 "합의 후 치료비가 더 발생했고, B씨는 불법행위자로서 보험사와 별도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3단독 노태헌 판사는 자동차보험사와 피보험자 사이는 자동차보험사가 최종적으로 모든 부담을 인수하는 관계라며 보험사에 대한 채무면제는 채무액 전부에 관해 연대채무자인 피보험자에게도 효력이 있으므로 보험사와의 합의의 효력을 피보험자인 B씨도 주장할 수 있다.
A씨가 주장하는 후발손해는 사건 합의 당시에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청구하는 후발손해는 보험사와 합의할 때 A씨가 포기한 손해배상 채권의 범위에 있다.
'후유장애'는 이미 치료를 마친 후 더 이상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서 생기는 신체의 장애를 말하는데, A씨가 주장하는 치료비 등은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로 볼 수 없다고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진료비와 교통비 등 2600여만원을 달라며 운전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6가단52186)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6. 9. 21. 선고 2016가단52186 판결 손해배상(자)
【원고】A
【피고】B
【변론종결】 2016. 8. 17.
【판결선고】 2016. 9. 2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6,235,271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2012. 4. 19. 17:20경 C 차량(이하 '피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동해시 평릉동 하평마올 앞 교차로 부근 편도 2차로의 도로를 천곡동 방면에서 묵호동 방면으로 2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신호를 위반하여 황색신호에 그대로 교차로를 통과하여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원고를 위 차량으로 들이받아 길에 넘어지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2주간의 안정 가료를 요하는 둔부 좌상, 왼쪽 상완 전완부 좌상, 오른쪽 주관절부 좌상, 양쪽 견갑부 좌상, 요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다. 원고는 2012. 5. 10. 피고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인 삼성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삼성화재'라 한다)와 사이에 진료비 800,000원, 교통비 및 위로금 510,000원, 합계 1,310,000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향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민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다만 이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후유장해가 발병할 경우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추가보상하기로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2호증, 갑3호증, 갑5호증, 갑13호증, 을1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과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청구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진료비 10,605,771원, 통원치료 기간 동안 발생한 휴업손해 108,700원, 교통비 1,755,000원, 합계 27,035,271원의 손해를 입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손해액 27,035,271원에서 이 사건 합의 당시 지급받은 진료비 800,000원을 뺀 26,235,271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항변과 관련된 주장
가) 피고의 항변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주장하는 진료비와 일실이익 등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었다.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에 미치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잆다.
나)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민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자 삼성화재의 손해사정인이 합의금 외에 추가로 발생하는 향후 치료비에 대하여는 배상받을 수 있다고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이후 발생한 손해(이하 '후발손해'라 한다)에 미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부분은 정형화된 약관조항일 뿐 아니라, 이 사건 합의 당시 후발손해의 발생을 예상하기 어려웠고,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 위와 같은 후발손해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였다면 삼성화재와 1,310,000원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후발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후발손해에까지 미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후발손해에 미쳐 삼성화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불법행위자로서 삼성화재와 별도로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는 변론종결 후인 2016. 8. 30. 제출한 '이의신청이유서'에서 형사합의는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소제기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듯하나, 이 사건은 민사소송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부당하다.)
나. 판단
먼저 피고의 항변에 관하여 본다.
1)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원고가 이 사건에서 청구하는 후발손해에 미치는지
삼성화재의 손해사정인이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 이후의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갑5호증, 갑7호증, 을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후발손해는 이 사건 사고 전부터 있던 기왕증이거나 2013년 9월이나 11월에 새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아래 ①, ②, ③항), 설령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 당시에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아래 ④, ⑤항).
① 원고는 2010. 9. 27.부터 이 사건 사고 2일 전인 2012. 4. 17.까지 이미 수회에 걸쳐 근로복지공단동해산재병원에서 흉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의 충격증후군 등의 증상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외에도 이 사건 합의일로부터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인 2013. 4. 8.과 1년이 조금 지난 2013. 5. 3. 그리고 2015. 4. 9. 각 롯데손해보험과 흥국화재보험으로부터 사고유형을 부상으로 하여 보험금을 수령한 적이 있다.
③ 갑 제5호증 중 2014. 9. 11. 발급된 진단서에는 병명이 흉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발병일이 2014. 9. 3.로, 2014. 10. 10., 2014. 11. 14., 2014. 12. 8. 발급된 각 진단서에는 병명이 흉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발병일이 2014. 9. 11.로, 2014. 12. 29., 2015. 1. 22. 발급된 각 진단서에는 병명이 흉추의 염좌 및 긴장, 견갑골 염좌로, 발병일이 2014. 11. 11.로 기재되어 있다.
④ 원고는 D의원 등에서 근막통증증후군, 어깨부분 치료를 받으면서(원고는 합의 직전인 2012. 5. 8.에도 D의원 등에서 근막통증증후군, 어께부분 치료를 받았다) 2012. 5. 10.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⑤ 원고는 이 사건 합의 2일 뒤인 2012. 5. 12.에도 위 D의원에서 근막통증증후 군, 어깨부분의 증세 등으로 계속 치료를 받았고 위 의원에서 2013. 3. 31.과 2013. 5. 9. 발급한 진단서에는 병명이 '양측 견갑부 좌상, 염좌, 긴장, 근막 통증증후군, 흉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아가 후유장애라 함은 부상에 대한 치료를 마친 후 더 이상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서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신체의 장애를 말하는바(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3호), 원고가 주장하는 치료비, 휴업손해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로서 부상에 대한 치료를 마친 후 더 이상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하는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에게 치료가 종결된 후 후유장애가 남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가 청구하는 후발손해는 이 사건 합의에서 원고가 포기한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안에 있다.
2) 피고가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결과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게 된 손해배상청구권이고, 중첩적 채무인수에서 인수인이 채무자의 부탁으로 인수한 경우 채무자와 인수인은 주관적 공동관계가 있는 연대채무관계에 있는바, 보험자의 채무인수는 피보험자의 부탁(보험계약이나 공제계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는 연대채무관계에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고(민법 제419조), 자동차보험사와 피보험자 사이에는 자동차보험사가 최종적으로 모든 부담을 인수하는 것이므로, 자동차보험사에 대한 채무면제는 채무액 전부에 관하여 연대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
원고가 피고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인 삼성화재와 한이 사건 합의의 효력을 피보험자인 피고도 주장할 수 있다.
3. 결론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후발손해에 미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원고의 손해액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하지 않은 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