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현장 단속에 적발된 성매매 여성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모텔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다 추락해 숨졌다면 국가도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경남지방경찰청 풍속단속팀은 2014년 11월 경남 통영시 일대에서 성매매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성매매 전단지를 보고 전화해 성매매가 가능한지를 확인한 다음 A씨를 인근 모텔로 불러냈다.
모텔 인근에 잠복해 있던 남성 경찰관 3명은 옷을 벗은 채 모텔 방에 머물고 있던 A씨에게 단속사유를 고지하고 임의동행하려 했지만 A씨가 옷 입을 시간을 달라고 해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밖에서 기다렸다.
그 사이 A씨는 창문을 통해 도망가려다 모텔 6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B씨는 2016년 1월 수사과정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없어 딸이 사망했다며 국가는 50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전서영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죄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는 처벌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때문에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자살 또는 자해 등의 돌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공무원으로서는 자신의 보호 하에 있는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면서 행동을 세밀하게 감시함으로써 자살 또는 자해 등의 우발적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 이어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해 여성 경찰관을 동행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남성 경찰관들로만으로 성매매 단속을 했다.
급작스럽게 단속을 당한 A씨가 상당한 수치심과 공포심으로 정상적인 상황 판단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찰관들은 우발적 사고에 대비한 상당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A씨의 돌발적인 행동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다만 '위법한 함정수사로 딸이 사망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이 단속과정에서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성매매 단속 중 사망한 A씨의 아버지 B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018251)에서 국가는 B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9. 선고 2016가단5018251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조●●(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원, 담당변호사 원민경)
【피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김○○(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황순철)
【변론종결】 2016. 8. 26.
【판결선고】 2016. 9. 9.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11. 26.부터 2016. 9. 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11. 2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경남지방경찰청 풍속단속팀은 경찰관 10명과 게임관리등급위원회 직원 2명을 단속반으로 편성하여 2014. 11. 25. 18:50경 통영시 **면 일대에서 불법게임장 영업을 단속하기 위하여 집결하였다.
나. 그러나 게임장이 영업을 하지 아니하여 단속을 하지 못하게 되자, 위 단속반 중 여성 경찰관 1명을 포함한 경찰관 3명과 게임관리등급위원회 직원은 철수하였고, 나머지 남성 경찰관 6명은 그냥 철수하기 보다는 티켓다방이 성행한다는 민원과 신고가 있었으니 성매매 행위를 단속하라는 지시를 받고 성매매 단속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다. 이에 경찰관 중 한명이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 성매매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인근 모텔 601호로 이동하여 다시 위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여 성매매 여성을 요청하였다.
라. 이후 조○○이 위 모텔 601호에 도착하였고 위 경찰관은 조○○에게 15만 원을 지급하였다. 위 경찰관은 조○○이 샤워를 하기 위하여 욕실에 들어간 사이 아래에서 대기 중인 경찰관에게 방으로 들어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하였다.
마. 이에 경찰관 3명이 방 내부로 들어가 옷을 벗은 채로 문 뒤에 숨어 있던 조○○에게 단속사유를 고지하고 임의동행하려고 하였으나, 조○○은 옷 입을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위 경찰관들은 모두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방 밖에서 대기하였다.
바. 그런데 1, 2분이 지나 방 안에서 인기척이 나지 않자 경찰관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조○○이 창문을 통해 넘어가고 있었고, 이에 경찰관이 달려갔으나 조○○은 모탤 아래로 추락하였다. 조○○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다음날인 2014. 11. 26. 03:37경 저혈량 쇼크 및 복강 내 출혈 등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사. 원고는 망 조○○의 아버지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수사는 상당성과 정당성을 결여한 위법한 함정수사이고, 또한 수사과정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마련되지 않았는바,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조○○이 사망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조○○의 아버지인 원고의 고유한 위자료로 5,0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2) 판단
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한바,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심리적 압박이나 위협 등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또는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피유인자로 하여금 범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 수사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지만,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관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680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3도147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경찰관들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조○○에게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수사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가 위법한 함정수사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범죄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는 처벌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자살 또는 자해 등의 돌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찰공무원으로서는 자신의 보호 하에 있는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면서 피의자의 행동을 세심하게 감시함으로써 자살 또는 자해 등의 우발적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성매매 여성을 단속함에 있어서는 단속 대상자가 여성이고 단속시 신체적인 접촉을 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하여 여성 경찰관을 동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수사 당시 남성 경찰관들만으로 단속에 임하였고, 불법게임장 단속을 할 수 없게 되자 다소 즉흥적으로 구체적인 교육도 없이 단속을 개시한 것으로 보이며, 단속 경찰관들은 단속 장소에 대한 위험요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는바,
위 경찰관들은 급작스럽게 단속을 당한 조○○이 상당한 수치심과 공포심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상황판단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조○○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면서 그의 행동을 세심하게 감시하고 창문으로 도주하는 등 우발적인 사고에 대비하여 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하여 결국 조○○의 돌발적인 행동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따라서 피고는 위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그 가족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위자료의 액수
원고와 망 조○○의 관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이 사건 사고는 조○○이 스스로 초래한 면이 있는 점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 고유의 위자료는 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망 조○○ 본인의 재산상 손해배상 및 위자료는 망 조○○의 상속인인 자녀에게 그 청구권이 있으므로 원고의 위자료 산정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3.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4. 11. 26.부터 피고가 그 책임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9. 9.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