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공무원은 법령에 구체적인 의무가 없더라도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이 위험에 처한 경우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국가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이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책임을 규정한 헌법 제7조의 정신에 따라 공무원의 책임범위를 확대해석해 국가의 국민보호 의무를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관계
지난 2001년 7월 집중호우 때 최씨가 건물 지하에서 새벽근무를 하던 중 신용산 지하차도에 설치된 배수펌프 통제로 빗물이 건물로 유입되는 바람에 익사하자 유족들이 용산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피고의 영조물 설치와 관리에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일부승소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裵淇源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작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여기서의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하는 것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돼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해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다.
또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게는 자연재해대책법 제36조 등의 규정에 따라 폭우로 인해 차도 또는 하수도가 침수돼 인근 건물 내의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침수의 방지, 통제, 퇴거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재해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공무원들이 재해방지 조치를 신속히 취했더라면 망인이 탈출하거나 구조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만큼 공무원들의 의무위반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최모씨(48) 등 2001년 7월 집중호우 때 근무하던 건물 지하에서 익사한 경비원 최모씨의 유족 3명이 용산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3다69652)에서 피고는 7천5백6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다6965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와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
【참조조문】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민법 제393조, 제763조
【원고,피상고인】
최@광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전영식 외 2인)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박재권)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11. 19. 선고 2003나7403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보충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인바,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하는 것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며(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8520 판결 참조),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게는 자연재해대책법 제36조, 제39조, 제42조의 규정에 따라 폭우로 인하여 차도 또는 하수도가 침수되어 인근 건물 내의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침수의 방지, 통제, 퇴거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재해비상발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신속하게 서울시재해대책본부로부터 지시받은 조치를 시행하거나 방재책임자 등에게 이를 알리는 등 재해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 위반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자연재해대책법 소정의 공무원의 의무의 성질 및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재해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였더라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장소에서 탈출하거나 구조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의무위반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판단누락이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발생된 경우 가해자의 배상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함이 상당하나, 다만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통상의 손해와는 달리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다73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 및 원심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의 배상범위가 불가항력적인 자연력이 가공된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기는 하나, 피고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위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피고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어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자연력의 기여분의 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나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 그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인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의 평가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