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사망사고에서 당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면 외적요인 사망으로 추정 어렵다
사실관계
A씨는 지난해 2월 경기도의 한 사우나 온탕에서 머리를 물에 담근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A씨를 옮겼지만 A씨는 사망했다.
A씨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 C씨는 시체검안서에 직접사인을 '익수(추정)'로, 사망종류를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했다. C씨는 "익수란 물에 잠겨 구조된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고, 기도의 액체 흡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익수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목욕탕 내 온도와 습도에 의해 인체의 일부 기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자구력 상실, 익수, 익사, 사망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밝혔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유족에게 부검을 건의했지만 유족이 원치 않아 부검 없이 장례가 치러졌다. A씨의 유족인 B씨는 이후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는 생전에 2억원의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KB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A씨가 사고 전부터 심혈관계 질환 등 내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이 때문에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 등을 근거로 B씨의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황병헌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의 사망 원인이 부검에 의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이상 그가 익수상태로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욕탕 안의 온도와 습도로 지구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익수상태에서 익사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B씨의 사망 과정과 평소 건강 상태 등을 비춰볼 때 내인성 질환에 의해 의식을 잃어 지구력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사망한 A씨의 유족 B씨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269657)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23. 선고 2018가단5269657 판결 보험금
【원고】 안A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미담 담당변호사 박홍식
【피고】 주식회사 ○○○손해보험,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용호
【변론종결】 2019. 7. 12.
【판결선고】 2019. 8. 23.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2. 18.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장BB을 피보험자로 하는 무배당○○○○○○건강보험(이 사건 보험)의 보험자이다. 이 사건 보험의 일반상해사망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보험가입금액 전액(이 사건 보험의 경우 200,000,000원)을 일반상해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특별약관 제1조).
나. 2018. 2. 18. 14:09경 ◇◇시 ○○구에 있는 ○터○○사우나에서 장BB이 온탕에 머리를 담근 상태로 약 15분가량 있는 것을 다른 고객이 발견하여 목욕탕 관리자가 119 신고를 하였고, 119 구급대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으나 장BB은 사망하였다.
다. 장BB의 사체를 검안한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시체검안서에 직접사인을 ‘익수(추정)’으로, 사망종류를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하였다. 이에 관하여 같은 의사는 익수란 물에 잠겨 구조된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고, 기도의 액체 흡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익수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며, 목욕탕 내의 온도와 습도에 의해 인체의 일부 기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하여 자구력 상실, 익수, 익사, 사망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밝혔다.
라. 장BB은 2015. 2. 2. 당화혈색소 검사 상 8.6%로 그 무렵부터 당뇨약을 처방받기 시작하였고, 2016. 3. 7. 혈액검사 결과 공복 시 혈당 139, 당화혈색소 10.9로 당뇨 진단 및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으로 고지혈증약 처방을 받았으며, 그 후에도 고지혈증 등으로 통원진료를 받았다.
마. 피고 측의 의뢰를 받은 서울법의학연구소 의사는 장BB의 2016. 6. 건강검진결과 공복혈당 113mg/dL, 양측경동맥에서 동맥경화반을 보여 항혈전제를 투여받은 것이 확인되며, 당뇨병과 고지혈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약물을 불규칙하게 복용했다는 기록이 확인되고 마지막 혈액검사에서 당화혈색소가 10.9%로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았던 점과 경동맥의 동맥경화반으로 인해 항혈전제의 약물치료를 받은 과거력 등을 고려할 때 확인되지 않은 내인성 질환(심혈관계 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에 의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추정되고, 장BB과 같이 흐름이 없는 온탕의 얕은 물에서 발견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선행원인에 의하여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사망하는 과정에서 물이 흡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인을 익사로 볼 수 없으므로 질병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상해사고로 볼 수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
바. 당시 현장 조사를 한 경찰 과학수사요원은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건의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장BB의 가족들은 경찰에서 가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고,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은 실시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 을 1, 3 내지 7,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장BB은 평소 당뇨 및 고지혈증이 있었지만 약물을 복용하여 잘 관리하고 있었다. 장BB은 사고 당시 열탕과 냉탕, 한증막을 오가면서 체온변화 및 혈관의 수축확장에 따라 저혈압 또는 부정맥 등으로 자구력을 상실한 후 열탕의 익수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장BB은 외부적인 환경(온도와 습도)에 의한 자구력 상실로 인하여 익수상태라는 외인에 의하여 사망한 것이므로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나.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볼 때, 장BB의 사망 원인이 부검에 의하여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이상 장BB이 익수상태로 사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목욕탕 안의 온도와 습도로 자구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하여 익수상태에서 익사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앞서 본 장BB의 사망 과정과 평소의 건강 상태 및 연령 등에 비추어 볼 때 내인성 질환에 의해 의식을 잃어 자구력을 상실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따라서 장BB이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