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동승(好意同乘)한 사람은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을까. 법원은 호의동승자에게 그런 의무는 없다.
사실관계
A씨는 2015년 12월 남자친구인 B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동승해 길을 가다 강원도 춘천시 인근 도로에서 C씨가 운전하던 덤프트럭과 부딪혀 크게 다쳤다. C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A씨는 C씨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가입한 삼성화재를 "2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화재는 "A씨가 남자친구인 B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호의동승했으니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며 "A씨는 동승자로서 B씨에게 오토바이 지정차로를 준수하도록 하는 등 안전운전을 촉구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했으므로 우리의 책임도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63단독 노현미 판사는 판결문에서 호의동승의 경우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춰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법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으나,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배상액 경감사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에 무상으로 동승했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차량 운전자가 현저히 난폭운전을 하거나 그밖의 사유로 사고발생의 위험성이 상당한 정도로 우려된다는 것을 동승자가 인식할 수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한 차량 동승자에게는 그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교통사고 피해자 A(소송대리인 정현해 변호사)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262850)에서 박씨에게 2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31. 선고 2016가단5262850 판결 손해배상(자)
【원고】 박AA,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현해
【피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도원, 담당변호사 홍명호, 윤지영, 임웅찬, 한민구, 남주원
【변론종결】 2018. 12. 6.
【판결선고】 2019. 1. 31.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14,140,657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2. 26.부터 2019. 1. 31.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23,374,455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2. 26.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 사실
1) 전CC은 2015. 12. 26. 02:40경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술에 취한 상태로 강원**고****호 덤프트럭(이하 ‘피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춘천시 ○○동에 있는 조달청 앞 교차로 편도 3차로를 팔미사거리 방면에서 칠전사거리 방면으로 편도 3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다시 팔미사거리 방면으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유턴하던 중 피고 차량 진행방향 1차로에서 직진하던 안BB이 운전하는 서울○○타****호 클릭(CLICK) 125 오토바이(이하 ‘원고 오토바이’라고 한다)의 오른쪽 부분을 피고 차량의 왼쪽 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위 오토바이를 넘어뜨렸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 오토바이에 동승한 원고는 폐쇄성 대퇴골간의 골절 등 상해를 입게 되었다.
3) 피고는 피고 차량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 을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책임의 인정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차량의 운행으로 원고가 부상을 입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피고 차량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책임 제한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남자친구인 안BB이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호의로 동승하였으므로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책임이 제한되어야 하거나, 동승자로서 운전자인 안BB에게 오토바이 지정차로를 준수하도록 하는 등 안전운전을 촉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였으므로 피고의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호의 동승의 경우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법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으나,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바로 이를 배상액 경감사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차량에 무상으로 동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2917 판결 등 참조),
차량의 운전자가 현저하게 난폭운전을 한다거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성이 상당한 정도로 우려된다는 것을 그 동승자가 인식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한 차량의 동승자에게는 그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들 및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호의 동승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사정이 있다거나, 단순한 차량 동승자인 원고에게 운전자에 대하여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각 해당 항목과 같고,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그리고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한다.
가. 일실수입
1) 인적사항 :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기초사항’란 기재와 같다.
2) 소득 및 가동기간 : 도시지역 보통인부의 일용노임(월 가동일수 22일), 만 65세가 될 때까지
가) 가동연한
원고는 가동연한을 65세로 하여 그때까지 일실수입을 손해배상액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가동연한을 60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다툰다.
살피건대, 사회경제적 사정들에 관한 전체적인 지표, 즉 평균수명의 연장, 기능직공무원 및 민간기업들의 정년 연장, 공적 연금 수령개시연령의 연장, 특히 65세에 이르러서야 연금에 의하여 스스로의 생계의 보조가 이루어지고, 노인으로서의 각종 혜택이 이루어지는 점 등과 기타 사회,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 등의 제반 사정의 변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일반 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은 경험칙상 만 65세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경험칙 상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이 만 65세라고 인정하는 이상 가동연한에 이를 때까지 도시일용노임 상당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경우에도 그 연령,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단축하여 인정하여야 할 구체적인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가동연한은 만 65세가 될 때까지로 보아 그 때까지 도시일용노임 상당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음을 전제로 일실수입을 산정하기로 한다.
나) 가동일수
피고는 원고의 월 가동일수는 19일만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험칙상 일반적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가동일수는 월 평균 22일로 볼 것이고,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거나 원용하기에 적합한 통계 기타 자료 등이 있다면 이에 의하여 가동일수를 위와 달리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원고의 가동일수를 경험칙과 달리 정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는 보이 않는 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후유장해 및 노동능력상실률
가) 후유장해
① 정신건강의학과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율 26%, 감정일(2017. 10. 25.)부터 2년간 한시장해[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 두부·뇌·척수편 Ⅶ-B-2-b항, 직업계수 5 적용]
① 2015. 12. 26.부터 2016. 9. 25.까지 : 100% (입원기간,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일부터 2017. 3. 2.까지 사이에 총 269일을 입원치료를 받았는바, 계산의 편의상 이 사건 사고일부터 9개월 남짓이 되는 2016. 9. 25.까지를 입원기간으로 보고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4) 계산 : 상세한 계산 내역은 아래 표 기재(174,044,720원)와 같고, 위 금액 이하로서 원고가 구하는 165,704,718원을 손해액으로 인정한다. (이하 표생략)
나. 기왕치료비 등: 2,555,979원 (갑 제9호증)
다. 향후치료비
1) 성형외과 향후치료비
원고에 대한 반흔성형술에 합계 23,250,000원이 소요되는데, 원고가 이 사건 변론 종결일까지 이를 지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계산의 편의상 이 사건 변론 종결 다음날인 2018. 12. 7. 지출하는 것으로 보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계산하면,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 해당 항목 기재와 같다.
2) 정신건강의학과 향후치료비
원고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향후치료비로 2019. 10. 25.까지 매월 168,590원[= 진찰료 19,630원 + 지지정신요법 비용 28,960원 + 약제비 120,000원(4,000원×30일)]이 소요되는데, 원고가 이 사건 변론 종결일까지 이를 지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계산의 편의상 이 사건 변론 종결 다음날인 2018. 12. 7.부터 치료종료일까지 지출하는 것으로 보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계산(1,589,685원)하면 아래와 같다.(이하 표생략)
라. 공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24,000,000원을 원고의 일실손해액에서 공제한다.
마. 위자료
1) 참작사유 :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원고의 나이와 과실 정도, 후유장해의 부위 및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2) 인정금액 : 48,000,000원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 9, 10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학교 ○○병원장, ○○대학교 ○○병원장, ○○○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현저한 사실, 경험칙, 변론 전체의 취지
3. 결론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14,140,657원(= 재산상 손해 166,140,657원 + 위자료 48,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15. 12. 26.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1. 3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