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보상연금 받던 외국인이 본국 다녀온 기간에 연금 소멸시효 완성 이유로 지급거부는 부당하다
요지
장해보상연금을 받던 외국인이 본국에 다녀온 출국기간 동안 연금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이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
사실관계
2007년 3월 국내 모 기업에 고용된 A씨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갑자기 쓰러져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A씨는 치료를 마친 뒤에는 장해보상연금 지급 결정을 받아 2년분 연금을 선금받고, 매월 장해보상연금도 받았다.
중국과 한국을 왕래하던 A씨는 공단에 출국사실을 신고하고 2014년 8월 중국으로 출국해 2018년 5월까지 거주했다. 공단은 이 기간 동안 A씨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A씨는 2018년 5월 24일 공단에 지급이 중지됐던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했다.
그러자 공단은 청구일로부터 역산해 3년이 지난 것은 소멸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2014년 8월 1일부터 2015년 5월 23일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은 지급하지 않고, 2015년 5월 24일부터 2018년 5월 31일까지의 장해보상연금만 지급했다.
이에 A씨는 장해보상연금 소멸시효 기간은 민법 등에서 정한 5년 또는 10년이고, 설령 3년이라 하더라도 공단에 출국사실을 신고했으므로 그 신고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장해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3년이라며 소멸시효가 중단된 기간 동안의 미지급금 67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산재보험법 제120조 1항은 수급권자가 보고·서류제출 또는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보험급여의 지급을 일시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지급을 일시 중지하기 위해서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공단이 사전에 수급권자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해야 하고, 수급권자가 의무를 이행하기 전날까지만 지급을 중지할 수 있다.
A씨가 2014년 8월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공단이 A씨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했을 당시 공단이 수급권자인 A씨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신고의무 이행촉구 없이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공단의 공익적 성격에 반한다.
공단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중국인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고등법원 2018누72415)에서 공단은 A씨에게 81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19. 11. 8. 선고 2018누72415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8누72415 손해배상(기) 청구
【원고, 항소인】 A (19**생)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10. 25. 선고 2018구단14335 판결
【변론종결】 2019. 9. 10.
【판결선고】 2019. 11. 8.
【주문】
1. 제1심 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129,430원과 이에 대하여 2018. 5. 25.부터 2019. 11. 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8,806,665원과 이에 대하여 2018. 5. 25.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129,430원과 이에 대하여 2018. 5. 25.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 원고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주식회사 B에 고용되어 국내에서 근무하던 중 2007. 3. 1.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거실 벽체에 콘센트 커버를 부착하는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 원고는 「산업재해보상 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요양승인 결정을 받고, 2008. 6. 11. 치료가 종결되었다.
○ 원고는 치료종결 이후 장해등급 제5급 8호로 장해보상연금 지급결정을 받아 2008. 7. 1.부터 2010. 6. 30.까지 2년분의 연금을 선급받고, 2010. 7. 1. 부터 2011. 11. 30.까지 매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다.
[2]
○ 원고가 2011. 11.경 출국하여 2013. 11.경까지 중국에 거주하였는데, 피고는 위 기간 동안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다.
○ 원고는 2013. 11. 8. 입국하여 피고에게 위 기간 동안의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하여 전액 지급받았고, 그 후 2014. 7.경까지 매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다.
[3]
○ 원고가 2014. 7.경 피고에게 출국신고를 하고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하여 2018. 5.경까지 중국에 거주하였는데, 피고는 위 기간 동안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다.
○ 원고가 2018. 5. 12. 입국하여 2018. 5. 24. 피고에게 위 기간 동안의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청구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지난 것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2014. 8. 1.부터 2015. 5. 23.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은 지급하지 않고, 2015. 5. 24.부터 2018. 5. 31.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장해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간은 「민법」 등에서 정한 5년 또는 10년이고, 설령 그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이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피고에게 출국사실을 신고하였으므로 그 신고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 가사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4. 8. 1.부터 2018. 5. 23.까지의 장해보상연금 8,806,665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의 청구일 다음날인 2018. 5. 25.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3. 판단
가. 보험급여의 소멸시효
(1) 산재보험법(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2조 제1항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것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하였다.
산재보험법 제113조는 “제112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제36조 제2항에 따른 청구로 중단된다.”고 규정하였고, 같은 법 제36조 제2항은 “보험급여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고 규정하였다.
(2) 위와 같은 규정의 입법취지는, 산재보험법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키면서도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재해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두49119 판결 참조).
나. 보험급여의 지급중지
(1) 산재보험법 제120조 제1항은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고자 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보험급여의 지급을 일시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제114조나 제115조에 따른 보고·서류제출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규정하였다.
산재보험법 제114조 제2항은 “장해보상연금 등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는 보험급여 지급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수급권자 및 수급권이 있었던 자는 수급권의 변동과 관련 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산재보험법 시행령(2018. 12. 11. 대통령령 제293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4조 제1항은 위와 같이 산재보험법 제114조 제2항이 규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내용”(제4호) 등을 규정하였다. 같은 시행령 제114조 제2항은 위와 같이 산재보험법 제114조 제3항이 규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장해보상연금 등의 소멸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내용”(제1호) 등을 규정하였다.
산재보험법 제115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 등이 외국에서 거주하기 위하여 출국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 등이 외국에서 거주하는 기간에 장해보상연금 등을 받는 경우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 등은 그 수급권 또는 수급자격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매년 1회 이상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15조는 위와 같이 산재보험법 제115조 제2항이 규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생존 여부에 관한 사항”, “국적 변동에 관한 사항”, “혼인 여부에 관한 사항”, “친족관계의 변동에 관한 사항”, “장애상태에 관한 사항”(제1호 내지 제5호)을 규정하였다.
한편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은 “공단은 법 제120조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의 지급을 일시 중지하기 전에 그 보험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문서로 의무이행을 촉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보험급여를 일시 중지할 수 있는 기간은 공단이 제1항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정한 날의 다음날부터 그 의무를 이행한 날의 전날까지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2)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하면, 장해보상연금 등의 수급권자가 출국하면서 출국신고를 하지 않거나, 출국 후 장애상태에 관한 사항 등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는 수급권자의 신고의무 이행이 있기까지 장해보상연금 등의 지급을 일시 중지할 수 있을 뿐이고, 이와 같이 지급을 일시 중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급권자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해야만 한다.
이러한 규정은 장해보상연금 등의 수급권자가 수급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장해보상연금 등이 부당하게 지급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수급권자가 신고의무를 불이행하더라도 피고가 문서로써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촉구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그 이행이 있을 때까지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하고, 신고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수급권 자체를 소멸시키거나 감축시키는 불이익은 가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한 수급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1)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산재보험법에 따라 매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다가 2014. 7.경 피고에게 출국신고를 하고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하여 2018. 5.경까지 중국에 거주하였는데, 피고는 위 기간 동안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다. 원고가 2018. 5. 24. 피고에게 위 기간 동안의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하자 피고는 2014. 8. 1.부터 2015. 5. 23.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은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2)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또는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266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55436 판결 등 참조).
(3)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관계 법령과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다.
■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산재보험법에 의한 장해급여를 청구하여 장해보상연금 대상자로 연금을 신청하는 경우 그 연금은 치유일 다음날부터 개시되어 별도의 청구 없이 수급권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매월 연금지급일에 자동 지급하고 있는데, 외국인 수급권자의 경우 본국으로 출국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외국 거주기간 동안 수급권 유지 사실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매월 청구에 의해 지급하고 있으며, 연금지급 시기에 청구권이 행사되지 않는 경우 연금지급을 보류하였다가 청구에 의하여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피고의 제1심 2018. 10. 10.자 준비서면).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해보상연금을 별도의 청구 없이 매월 자동으로 지급하지만, 원고가 외국인 수급권자로서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원고의 수급권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으로 보인다.
■ 산재보험법 제120조 제1항은 수급권자가 제114조나 제115조에 따른 보고·서류제출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보험급여의 지급을 일시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이와 같이 지급을 일시 중지하기 위해서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 제3항에 따라 피고가 사전에 수급권자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해야만 하고, 수급권자가 의무를 이행하기 전날까지만 지급을 중지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수급권자가 신고의무를 불이행하더라도 피고가 문서로써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촉구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그 이행이 있을 때까지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하고, 신고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수급권 자체를 소멸시키거나 감축시키는 불이익은 가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한 수급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 의할 경우, 수급권자로서는 피고가 신고의무의 이행촉구를 거친 다음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에 관하여 일정한 기대를 가질 수 있고, 이러한 기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원고가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을 당시 피고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에 따라 수급권자인 원고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출국 이후 원고의 수급권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한편으로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법률이고, 피고는 이러한 입법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이러한 사정에 의하면, 피고가 위와 같이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에 따른 신고의무의 이행촉구 없이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피고의 공익적 성격에 반하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신고 의무의 이행촉구를 거친 다음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갖는 기대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의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와 같이 법령에 위반되고 수급권자의 기대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의 약정위반이나 채무불이행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장해보상연금 등의 수급권자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 연금증서’를 교부하여 안내한다는 것이다(피고의 제1심 2018. 10. 10.자 준비서면). 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주장의 위 연금증서에, ▲ “연금은 매년 이를 12등분하여 당월분의 금액을 익월 10일까지 지급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 “수급권 관련 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가 변경된 경우 또는 연금의 수급권을 잃은 때에는 지체없이 그 사실을 관할 지역본부에 신고해야 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 장해보상연금의 수급권을 상실하는 경우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사망한 때 또는 국외 이주 등의 사유로 연금수급권을 포기하는 경우, 장해의 상태가 변동되어 장해보상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라고 기재되어 있고, ▲ “위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신고할 때까지 연금지급이 일시 중지될 수 있고, 이미 잘못 지급된 연금에 대해서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하게 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연금을 매월 지급한다는 것일 뿐 그러한 지급에 수급권자의 청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는 아니고, 또한 수급권자가 신고할 때까지 연금지급이 일시 중지될 수 있다는 취지이어서, 수급권자로서는 특별한 청구 없이 매월 연금이 지급되고, 연금지급이 일시 중지되더라도 추후 신고하면 그러한 중지가 해소되어 다시 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기대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앞서 본 피고의 주장과 같이 장해보상연금은 치유일 다음날부터 개시되어 별도의 청구 없이 수급권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매월 연금지급일에 자동 지급하고 있다는 것과 부합하고, 피고가 신고의무의 이행촉구를 거친 다음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갖는 기대와 다르지 않다.
■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외국인 수급권자에게 연금을 지급할 경우 사전 연락을 하여 매달 연금을 수동으로 입력하고 있고, 출국한다고 하면 출국신고서를 받아 출국기간 동안은 연금지급을 하지 않다가 이후 입국하여 미지급 연금 청구로 생존 여부 등 수급권 존재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장해연금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는 것이다(피고의 당심 2019. 4. 29.자 준비서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외국인 수급권자인 원고가 출국한 이후 원고의 수급권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는 경우, 이는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이 ‘출국 기간 동안 연금지급을 하지 않다가 이후 입국하여 미지급 연금 청구로 생존 여부 등 수급권 존재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장해연금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는 의사로서, 지급 중지 기간 동안 수급권자의 청구가 없었던 사실상태를 중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지급중지 기간 동안 수급권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 그 청구를 통하여 수급권 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의미가 많다고 할 것이다.
■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것만으로 구체적인 급여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자의 보험급여 청구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을 함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급여청구권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보험급여 청구는 행정청인 피고를 상대로 보험급여 지급결정을 구하는 공법상 의사표시로 볼 수 있어 「민법」 상 최고와는 그 법적 성격이 다르다(대법원 2018. 8. 15. 선고 2017두49119 판결 참조). 피고의 주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외국인 수급권자의 경우 본국으로 출국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외국 거주기간 동안 수급권 유지 사실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매월 청구에 의해 지급하고 있으며, 연금지급 시기에 청구권이 행사되지 않는 경우 연금지급을 보류하였다가 청구에 의하여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급권 자체는 「민법」 상 최고와는 법적 성격이 다른,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 소정의 청구에 따라 피고가 지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발생한 것이고, 이러한 지급결정 이후 수급권자가 매월 청구하는 것은 수급권자 자신이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미보다는 피고가 수급권 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의미가 많다고 할 것이다.
(3) 이상에서 본 바에 의하면, ▲ 원고가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19조가 규정하는 이행촉구를 거치지 않는 등 법령에 위반한 것이고, ▲ 원고로서는 위 시행령 제119조 등 관계법령 및 연금증서를 통한 피고의 안내에 따라, 특별한 청구 없이 매월 연금이 지급되고, 피고가 신고의무의 이행촉구를 거친 다음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에 관하여 일정한 기대를 갖게 되는데, 피고의 위와 같은 지급중지는 수급권자인 원고의 위와 같은 기대에 반하는 것이며, ▲ 원고의 장해보상연금은 원고의 청구에 따라 피고가 지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발생한 것으로서, 이러한 지급결정 이후 원고가 매월 청구하는 것은 원고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미보다는 피고가 수급권 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의미가 많고, ▲ 산재보험법에 따라 설립된 피고의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와 같이 법령에 위반되고 수급권자의 기대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의 약정위반이나 채무불이행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한편으로 수급권자인 원고가 갖는 위와 같은 기대는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곤란하게 하는 사정으로 고려할 수 있고, 그러한 기대하에 청구 등을 하지 않은 것을 권리 위에 잠자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법령에 위반하고 원고의 기대에 반하는 피고의 지급중지 기간 동안 원고의 청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은, 일정기간 지속된 사실상태를 존중·유지할 필요성과 피고의 법령위반이 그러한 사실상태 지속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볼 때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다가 원고가 2018. 5. 12. 귀국하여 2018. 5. 24. 피고에게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함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라. 원고의 장해보상연금
(1)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가 2018. 5. 24. 피고에게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2014. 8. 1.부터 2015. 5. 23.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4. 8. 1.부터 2015. 5. 23.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그 금액은 8,806,665원{= 6,303,839원(2014. 8. 1.부터 2015. 2. 28.까지) + 1,825,591원(2015. 3. 1.부터 2015. 4. 30.까지) + 677,235원(2015. 5. 1.부터 2015. 5. 23.까지)}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장해보상연금 8,806,665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청구일의 다음날인 2018. 5. 25.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제1심 판결은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 677,235원과 이에 대하여 2018. 5. 25.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18. 10. 2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에서 본 장해보상연금 8,806,665원에서 제1심 판결이 인용한 677,235원을 제외한 8,129,430원과 이에 대하여 2018. 5. 25.부터 피고가 지급 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선고일인 2019. 11.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위 추가인정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 청구를 인용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