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3개월간 일시적인 용역에 투입된 프리랜서 개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사실관계
A씨는 2017년 7월부터 소프트개발업체 B사와 구두계약을 맺고 상공회의소 홈페이지 등을 개편하는 일을 했다. 이후 회사로부터 3개월만에 계약 파기 통보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지난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 당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업무가 회사 사업장에 출근해야만 수행할 수 있었고, 회사로부터 근태나 업무의 진행 정도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매월 고정된 임금을 받았다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B사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 등에 비춰 이 계약은 B사가 용역계약에 따른 특정 업무를 약정 기한까지 완성하기 위해 A씨에게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다.
B사의 취업규칙은 채용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실제 회사에 소속된 다른 직원들은 모두 근로계약서로 '연봉계약서'를 작성했다. 만약 A씨와 회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면 회사 대표이사보다도 높은 월급을 받는 A씨에 대해서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A씨가 근무태도나 업무에 관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더라도 이는 성실하게 업무를 해달라는 요청이지, 회사가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휘·감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6746)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 4. 24. 중앙20**부해***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 보조참가인(변경 전 상호 : ◆◆◆◆미디어 주식회사, 이하 ‘참가인 회사’)은 2002. 3. 20. 설립되어 상시 약 2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참가인 회사는 2017. 3. 3. 서울상공회의소(이하 ‘상공회의소’)와 ‘지역상공회의소 및 상공회의소 상공회 홈페이지 개편 사업’과 관련하여, 계약기간을 2017. 3. 3.부터 2017. 9. 30.까지(이후 2017. 10. 30.까지로 연장)로 정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
다. 원고는 2017. 7. 10.경 참가인 회사와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
라. 참가인 회사는 2017. 10. 23. 원고에게 ‘안녕하세요. 오늘 문화창조 개발 미준수로 2017. 10. 23.부로 계약을 파기하기로 회사에서 결정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이하 ‘이 사건 통보’).
마. 원고는 2017. 12. 8.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2. 6. ‘원고가 지급받은 월 650만 원은 피고 소속 이사, 부장 등 상위 직급 근로자들을 포함한 다른 근로자들의 2~3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고, 원고가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으며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 것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원고의 구제 신청을 각하하였다.
바. 원고는 2018. 3. 6.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4. 24. 위 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 17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와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면서 계약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월 650만 원의 고정급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의 업무는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 출근하여야만 수행할 수 있었고 참가인 회사 소속 사원들과 직무, 근무시간, 근무장소가 분리되지 않았으며 참가인 회사로부터 원고의 근태나 업무의 진행 정도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 원고는 근로의 대가로 매월 고정된 임금을 받았고, 스스로 비품·원자재·작업도구를 준비할 수도 없었으며,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참가인과 상공회의소 사이의 계약에 의해 하도급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제3자에게 대체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도급계약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등
생략 - 근로기준법, 참가인회사의 취업규칙
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 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등 참조).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가) 참가인 회사는 대표이사 아래 경영지원부, 사업부, 개발부, 디자인부를 두고 있다. 그중 개발부는 시스템 구축 및 프로그래밍 작업을 수행하는 부서로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상공회 홈페이지 개편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개발부 팀장 나AA은 이 사건 용역계약상 업무를 수행하던 중 약정된 개발 기간을 준수하기 위하여 참가인 회사 소속 개발팀 인력(4명) 외에 추가 인력을 긴급히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2017. 7. 5. 이메일로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게 추가 인력 투입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제안하였다.
(표 - 생략)
다) 나AA은 위와 같이 추가 투입 인력 중 고급 기술자는 ‘프리랜서 지원자’로, 초급 기술자는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프리랜서의 구체적 인선과 관련하여서는 종전에 ‘문화창조 아카데미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교육관리 프로그램) 구축’과 관련하여 ◇◇기획 소속으로서 참가인 회사와 프로그램 개발 등을 협업한 경험이 있던 원고를 면접 대상으로 제의하여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았다.
라) 나AA은 원고와 유선으로 면접을 보고 원고의 고용형태를 ‘프리랜서(2개월만 투입)’로 분류하여 대표이사로부터 채용 승인을 받았다.
마) 원고는 참가인 회사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2017. 7. 10.부터 자신의 노트북을 사용하여 데이터 가공 내지 시스템 코어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위 업무수행 중 ‘차장’으로 불렸고, 2017. 7. 10.부터 2017. 10. 13.까지는 상공회의소에서, 그 이후에는 이 사건 통보 전까지 자택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위 기간 중 2017. 7. 17.부터 2017. 7. 28.까지는 참가인 회사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수주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참가인 회사는 원고가 수행한 위 평가원 관련 업무가 3일 정도의 분량이라고 평가하고 원고에게 그 대가로 50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였다.
바) 한편, 신입 수습사원인 문BB가 개인 사정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의 업무수행에 참여하지 못하자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이전 참가인 회사와 기술 용역 계약(6개월 36,600,000원)을 맺고 일하고 있던 김CC를 이 사건 용역계약 업무에 참여시켰다. 참가인 회사는 당시 김CC를 임시직원으로 분류하여 차장 직급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사) 참가인 회사 소속 직원은 ‘연봉계약서’를 작성하고 기본급을 바탕으로 식대보조금, 연장근로수당, 정산금, 연차휴가수당, 직무수당 등의 지급항목에서, 갑근세, 건강보험, 고용보험료, 지방소득세 등을 공제하는 임금체계를 적용받는다. 구체적으로 2017. 7. 기준 부장 약 350만 원 전후, 대리 약 220만 원 전후, 사원 약 200만 원 미만을 수령하였고, 대표이사는 약 420만 원, 나AA은 550만 원 정도를 지급받았다. 참가인 회사는 원고의 소득에 대하여는 ‘개발비’로 분류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였고, 사업소득세를 공제하였으며 원고에 관해 4대 보험은 가입하지 않았다.
아) 원고는 2018. 3. 5. 김CC에게 카카오톡으로 4대 보험을 내는지 물었다. 김CC는 개인적으로 낸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는데 이에 원고가 ‘지금 ◆◆◆◆(참가인 회사) 안 다니세요?’라고 묻자 ‘◆◆◆◆에서는 프리잖아요’라는 답변을 보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6, 18, 19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가) 위 인정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용역계약은 참가인 회사가 약정한 ‘사업수행계획서’상의 용역을 약정기한 내에 상공회의소에 제공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수급인인 참가인 회사는 2017. 3. 3.부터 이를 수행하다가 2017. 7. 5.경에 이르러 위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개발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당초 약정한 계약기간의 잔여기간을 고려한 후 내부적으로 ‘프리랜서(2개월 투입)’ 채용을 결정하여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이에 관한 참가인 회사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특정 업무를 약정 기한까지 완성하기 위해 원고에게 한시적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다.
② 원고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특정 업무를 수행할 계약상의 의무만 부담하였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이 원고가 수행할 업무를 일의 종류나 범위로 정하여 참가인 회사의 지시에 따라 그 밖의 업무도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 원고가 계약기간 도중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특정 업무 외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참가인 회사가 이에 관하여 별도의 비용을 지급한 것은 이 사건 계약이 예정하는 원고의 의무가 ‘근로’가 아닌 ‘약정한 특정 사무의 처리’였음을 추단하게 한다.
③ 원고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게 매월 6,500,000원의 용역비를 지급한 사실은 있으나 내부적으로 회계상 위 금액을 ‘개발비’로 정리하였고, 참가인 회사 직원의 임금 체계와도 전혀 달랐다.
④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은 채용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참가인 회사에 소속된 다른 직원들은 모두 근로계약서로써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만약 원고와 참가인 회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면,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보다도 높은 월급을 받는 원고에 대하여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당시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용역계약의 기한 준수를 위해 긴급하게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여야 할 처지였던 점은 ‘긴급히 2개월만 투입할 프리랜서라고 생각하여 다소 높은 금액으로 용역비를 결정했고, 종전에 협업한 경험이 있어서 굳이 기술용역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참가인 회사의 주장과 부합하는 정황이다.
⑤ 원고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참가인 회사가 개발하여야 하는 시스템 및 물품의 설치장소를 ‘상공회의소가 지정하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함께 투입된 개발 인력과 협업할 상황이 발생하는 등 이 사건 계약이 예정한 업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⑥ 참가인 회사의 나AA이 원고에게 업무수행 결과를 점검하고 작업을 지시한 사정이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용역계약상 상공회의소에 용역 제공의무를 부담하는 참가인 회사가 도급인의 요구와 일정에 맞추어 일을 완성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로서, 도급이나 위임관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업무처리 방식으로 봄이 상당하다.
⑦ 당사자 사이에 질서유지를 비롯한 기타의 사유로 일방에게 다소간의 제약이 가해지는 관계가 있다고 하여 그 관계가 반드시 근로관계에서 예정하는 사용종속관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AA이 원고를 포함한 개발팀 인력들로 구성된 단체 카카오톡방에 근태를 신경쓰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기거나, 회의와 관련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 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 있고 참가인 회사가 원고의 근태를 관리하거나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까지는 인정하기는 어렵다.
⑧ 참가인 회사가 김CC에게 매월 지급하는 금액이나 업무수행 방식, ‘차장’의 직급으로 대우하던 점 등의 사정은 이 사건 계약에 의한 원고와의 관계와 유사한데, 김CC는 참가인 회사와 기술용역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을뿐더러, 참가인 회사와의 관계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