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대책의 일환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된 재해위로금은 산재보험 성격을 갖지 않기 때문에, 상속 문제에 있어서도 산재보험법이 아닌 민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
산재보험법을 따르면 망인의 배우자가 단독 수급권자로 인정되지만, 민법에 따르면 자녀 등 다른 상속자와 민법이 정한 상속분에 기초해 공동상속하게 된다.
사실관계
A씨는 광부인 남편 B씨가 2006년 진폐증으로 사망하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유족일시보상금 중 절반을 지급받고, 나머지 절반은 매월 유족보상연금으로 받기로 했다.
한편 한국광해관리공단은 석탄산업법에 따라 재해를 입은 광부에게 재해위로금을 지급했고, 이에 따라 A씨도 광해관리공단에 '유족일시보상금 수준의 재해위로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광해관리공단은 재해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A씨는 2016년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전부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공단은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의 상속분에 관해서는 A씨에게 권리가 없다고 맞섰고, A씨는 2017년 자녀들로부터 상속분에 해당하는 수급권을 양도받아 재차 재해위로금 전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에서는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민법이 규정한 상속에 따를 것인지, 산재보험법이 정한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관한 규정에 따를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민법에 따르면 B씨의 재해위로금은 A씨와 그의 자녀들이 공동상속하고,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A씨가 최선순위 유족으로서 단독 수급권을 갖는다.
1심은 자녀들 상속분에 대해서는 시효가 소멸해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고, A씨 자신의 상속분에 대해서만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은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은 산재보험법의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된다며 A씨는 최선순위 유족으로서 재해위로금 전액의 수급권을 단독으로 취득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특별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은 퇴직근로자를 대상으로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통상의 재해보상금에 추가하여 지급하는 지원금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산재보험급여와는 제도의 취지와 성격이 달라 서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폐광 및 퇴직 후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지급받는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은 민법의 상속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상속인이 상속한다.
퇴직근로자가 사망한 후에는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특정 상속인에게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귀속시킬 수 있다.
다만 유족보상일시금 상당 재해위로금 수급권은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에 따라 소멸시효기간을 정하는데, A씨의 상속분에 대해서는 B씨 사망일로부터 10년이 되기 전에 재해위로금 지급을 최고했다면서도 하지만 자녀들의 상속분에 대해서는 B씨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11월 지급을 요구해 시효로 소멸했다고 덧붙이며 A씨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소송(대법원 2020두31699)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20. 9. 24. 선고 2020두31699 판결 재해위로금지급청구 [공2020하,2078]
【판시사항】
[1]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성격 및 산재보험급여와 서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폐광 및 퇴직 후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 제41조 제3항 제5호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은 민법의 상속에 관한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이 상속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은, 국내의 석탄수급상황을 감안하여 채탄을 계속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성이 없는 석탄광산을 폐광하는 한편 그 광산에서 입은 재해로 인하여 전업 등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퇴직근로자를 대상으로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통상의 재해보상금에 추가하여 지급하는 지원금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통상의 재해보상금인 산재보험급여와는 제도의 취지와 성격이 달라 서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구 석탄산업법(1994. 3. 24. 법률 제4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3 제1항,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1조 제3항, 제42조 제1항, 제2항 등 관련 규정의 내용과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입법 목적을 종합하면,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폐광 및 퇴직 후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 제41조 제3항 제5호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은 민법의 상속에 관한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이 상속한다.
【참조조문】
[1] 구 석탄산업법(1994. 3. 24. 법률 제4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3 제1항 제4호,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현행 제41조 제4항 참조) / [2] 구 석탄산업법(1994. 3. 24. 법률 제4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3 제1항 제4호,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 제5호(현행 제41조 제4항 제5호 참조), 제4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누5046 판결(공1999상, 252),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2598 판결(공1999상, 381),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두9592 판결(공2002상, 1027)
【사 건】 2020두31699 재해위로금지급청구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
담당변호사 이기윤
【피고, 상고인】
한국광해관리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12. 17. 선고 2018누42490 판결
【판결선고】 2020. 9. 2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0. 12. 4.부터 1993. 4. 30.까지 ○○광업소(이하 ‘이 사건 광업소’라 한다)에서 채탄부로 근무하였고, 이 사건 광업소는 1993. 9. 18. 폐광되었다.
2) 망인은 1991. 10.경 ‘진폐병형 1/1형’ 진단을 받았고, 2005. 10.경 ‘진폐병형 1/2형, 합병증 ca, tbi'로 요양판정을 받았으며, 그 무렵부터 요양을 하다가 2006. 5. 4. 사망하였다.
3)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06. 5. 26.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광업소에서 근무하며 발생한 진폐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43조 제2항 및 [별표 2]에 따른 전체 유족보상일시금 108,807,296원(이하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이라 한다) 중 원고의 선택에 따라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인 54,403,640원을 유족보상일시금으로 지급받았고, 나머지를 매월 유족보상연금으로 지급받고 있다.
4) 원고는 2016. 4. 28.경 피고에게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1조 제3항 제5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따른 폐광대책비로서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지급을 최고하였으나, 피고는 그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다.
5) 이에 원고는 2016. 10. 26.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당초 자신이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수급권자’로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 전부를 가진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피고가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 중 망인의 자녀들의 상속분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자, 원고는 망인의 자녀들로부터 각 상속분에 해당하는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양도받아 2017. 11. 13.경 피고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한 다음 ‘채권양수’를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추가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퇴직근로자가 폐광 당시의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이 민법의 상속에 관한 규정(제1000조)에 따라 사망한 퇴직근로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공동상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구 산재보험법의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관한 규정(제4조 제3호, 제43조의2, 제43조의4)을 유추적용하여 퇴직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가 최선순위 유족으로서 단독으로 취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2. 관련 규정과 법리
가. 구 석탄산업법(1994. 3. 24. 법률 제4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9조의3 제1항은 폐광대책비의 지급 대상이 되는 광산의 석탄광업자가 당해 광업권·조광권 또는 계속작업권의 소멸등록을 마친 때에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당해 광산의 퇴직근로자 및 석탄광업자 등에게 ‘폐광대책비’로서 실질위로금(제1호), 광업시설의 이전·폐기 등을 위한 지원비(제2호), 폐광되는 광산의 광해방지를 위한 비용(제3호),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폐광대책비(제4호)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구 석탄사업법 시행령 제41조 제3항은 ‘기타 폐광대책비’로서 생활안정금(제1호), 이사·구직활동 보조금(제2호), 특별위로금(제3호), 자녀학자금(제4호), 재해위로금(제5호), 산림복구비(제6호), 전업 훈련비(제7호)를 규정하고 있고, 그중 재해위로금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은 “제42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확인을 받기 위한 신청일 또는 법 제39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폐광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에서 정한 날부터 소급하여 1년 전부터 폐광일까지의 기간 중에 업무상 재해를 입은 자로서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된 자 또는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 이 경우 재해위로금액은 퇴직근로자가 지급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조의5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동법 제9조의6 제1항의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 석탄사업법 시행령 제42조는 ‘폐광대책비의 지급대상’이라는 제목으로 제1항에서 “법 제39조의3 제1항 제1호 및 제4호의 규정에 의한 폐광대책비의 지급대상은 제42조의2 제1항의 확인을 위한 신청일 현재 당해 광산에서 3월 이상 재직한 자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법 제39조의3 제1항 제3호의 규정에 의한 광해방지를 위한 비용은 서울특별시장·직할시장 또는 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에게, 제41조 제3항 제6호의 규정에 의한 산림복구비는 산림청장 또는 시·도지사에게 각각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은, 국내의 석탄수급상황을 감안하여 채탄을 계속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성이 없는 석탄광산을 폐광하는 한편 그 광산에서 입은 재해로 인하여 전업 등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퇴직근로자를 대상으로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통상의 재해보상금에 추가하여 지급하는 지원금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누5046 판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2598 판결 등 참조), 통상의 재해보상금인 산재보험급여와는 제도의 취지와 성격이 달라 서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두9592 판결 참조).
3.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자
관련 규정의 내용과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입법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폐광 및 퇴직 후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은 민법의 상속에 관한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이 상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조항은 전문에서 ‘…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이라고 규정하고, 후문에서 ‘이 경우 재해위로금액은 … 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문은 ‘지급대상(지급요건)’에 관한 규정이고, 후문은 전문의 지급요건이 충족된 자에게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의 ‘금액 산정기준’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조항 전문은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된 자 또는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이라고 규정하여 퇴직근로자 본인이 재해위로금 지급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 후문은 퇴직근로자가 폐광 당시의 업무상 재해로 이 사건 조항 전문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그 업무상 재해로 장해등급이 확정된 때에는 장해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하고, 그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때에는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해위로금액의 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이지,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을 것’을 재해위로금의 지급요건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구 석탄산업법령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아도 재해위로금을 포함한 폐광대책비의 지급대상자로 퇴직근로자, 석탄광업자, 시·도지사, 산림청장이 규정되어 있을 뿐, 퇴직 근로자의 유족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구 석탄산업법 제39조의3 제1항이 폐광대책비 지급대상자로 ‘퇴직근로자 및 석탄광업자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여기에서 ‘등’이란 광해방지비용(제3호), 산림복구비(제4호)를 지급받는 시·도지사 또는 산림청장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보일 뿐, 퇴직근로자의 유족도 포함하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 제42조는 ‘법 제39조의3 제1항 제1호(실직위로금) 및 제4호(재해위로금)의 지급대상은 … 당해 광산에서 3월 이상 재직한 자로 한다’고 규정하여 퇴직근로자 본인이 재해위로금의 수급권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에 관해서는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퇴직근로자가 사망한 후에는 그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하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특정 상속인에게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귀속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6. 5. 4.자 2014스122 결정 참조). 수급권자의 범위, 순위, 소멸시효 기간 등은 권리 행사의 주체와 가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입법자가 직접 근거법률에서 특별한 규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법원이 일반법을 제쳐 두고 다른 개별 법률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권리관계에 변동을 가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석탄산업법에 의한 재해위로금과 산재보험법에 의한 유족급 여는 제도의 취지와 성격이 다르다. 석탄산업법에 의한 재해위로금은 일반적인 사회보장제도로서가 아니라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른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서 지급되는 특수한 성격의 위로금이다.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산재보험법상 보호와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그중 국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른 폐광으로 직장을 잃게 되는 근로자는 전업과 이주에 특별히 더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와는 별개로 석탄산업법상 지원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산재를 입은 근로자와 유족 보호에 중점이 있고 그 재원도 사업주와 국가가 함께 부담하는 반면, 폐광대책비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폐광으로 소득원을 잃는 석탄광업자에 대한 지원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재원을 국가가 전부 부담한다. 또한 산재보험법은 유족의 권리를 별도로 명시하고 순위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반면, 석탄산업법령은 폐광대책비의 지급대상자로 퇴직근로자 본인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유족의 권리나 범위에 관한 규정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마. 산재보험법의 유족급여 수급권자 규정을 유추적용할 경우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그로 인해 사망하였을 것’이라는 재해위로금 지급요건이 충족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유족이 구 산재보험법의 유족급여 수급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 발생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특히 2010. 5. 20. 법률 10305호로 개정된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진폐근로자의 경우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에 대하여만 진폐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제91조의4 제4항, 제63조), 위 조항을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에 유추적용할 경우 구 석탄산업법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근로자와 유족이 생계를 같이 하였는지 여부)을 이유로 재해위로금의 지급대상을 축소시키는 결과가 된다.
4.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망인이 2006. 5. 4. 사망함과 동시에 원고와 자녀들은 망인의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2)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수급권의 소멸시효에 관해서는 구 석탄산업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 1항에 따라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며(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두4426 판결 참조), 망인이 사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3) 원고 본인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재해위로금 수급권 부분의 경우, 원고가 망인의 사망일로부터 10년이 되기 전인 2016. 4. 28.경 피고에게 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최고하였고 그로부터 6개월 내인 2016. 10. 26. 재해위로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최고에 의하여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민법 제174조).
4) 그러나 원고가 자녀들의 각 상속분에 해당하는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양도받은 부분의 경우, 피고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한 날은 망인의 사망일로부터 10년이 도과한 2017. 11. 13.경이므로, 그 채권양도 통지가 유효한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거나(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두9731 판결 참조)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채권양도 통지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에 관하여 구 산재보험법의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최선순위 유족으로서 재해위로금 전액의 수급권을 단독으로 취득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석탄산업법령에 의한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